바야흐로 ESG 시대다. 기업은 물론 변화가 늦은 대학가에도 ESG 열풍이 불고 있다. ESG 시대를 맞이해서 대학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대학은 ESG 전문인재 양성뿐만 아니라 대학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경영 전략을 별도로 세워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복잡한 대학 상황이 대학으로 하여금 ESG 경영을 위한 준비를 하는 데 발목을 잡는다.

그래도 일부 선도대학 중심으로 ESG 전문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과정을 신설하거나 고도화하고, 산업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한 ESG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기업 임원 대상으로 기후변화와 ESG 경영에 대한 전문가 과정을 개설하는 대학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산업체와 협력해 산학연 연계 ESG 청년 취업역량 강화 및 일 경험 지원에 나서는 대학도 있다. SK처럼 아예 직접 산학 연계 ESG 강좌를 대학에 개설하는 사례도 볼 수 있다.

경영적 측면에서도 일부 대학은 ESG 거버넌스 구축 및 성과 공시 등 발 빠른 대처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 대학들은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학내 탄소배출량 감축, 이해관계자 인권 증진, 윤리경영 실천전략 마련 등 다양한 ESG 활동을 추진하며, 대학 내 ESG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해외 대학에서는 ESG 채권발행, 기부금 운영에 ESG기준을 적용하는 사례도 보이는데, 스탠포드 대학의 경우 지난해 환경적 책무와 사회적 책임 기준에 기반 한 채권을 발행했고, 오하이오 주립대학교도 6억 달러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하버드 대학 등 유수대학들이 화석연료산업 투자 분을 ESG를 준수하는 산업으로 돌리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해외 대학에 비해 국내 대학의 ESG 경영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구성원의 공감도도 낮고 대학 경영진의 의지도 높지 않다. 학령인구 감소, 재정난 악화 등 현안에 치이다 보니 ESG와 같이 시간과 비용이 드는 이슈에 눈 돌릴 틈이 없다는 것이 대학가의 솔직한 목소리다.

그러나 산업사회의 주요 규범이 이미 ESG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대학만이 고고한 성으로 남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대학을 ESG 경영 체제로 전환하는 것만이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도라는 것에 인식을 같이 해야 한다.

우리 대학들이 혼선을 겪지 않고 대학 나름대로의 ESG 경영 모델을 구축해나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일부에서는 중소벤처기업에서 내린 ‘중소기업을 위한 K-ESG 가이드라인’처럼 교육기관이나 대학이 활용할 수 있는 지침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면 대학의 ESG 경영에까지 정부가 지침을 내려야 하느냐며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누가 주도하든 대학이 ESG 경영에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 라인이나 체크리스트 제시는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는 미국처럼 대학경영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나 등급을 제시하는 대학은 전무한 실정이다.(문형남 2022) 정보공시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공시지표가 ESG 경영에서 요구한 지표를 갖추지 않았기에 추진 성과를 보고할 수 있는 프레임이 없다는 말이 정확하다.

미국의 경우 고등교육기관 지속가능성 발전협회(AASHE: The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ustainability in Higher Education)의 지속가능성 추적평가시스템(STARS:Sustainability Tracking, Assessment & Rating System)이 있어 대학들이 상호 간 지속가능성 성과(sustainability performance)를 측정하고 비교하는 자기보고 프레임워크를 활용하고 있다. 

일명 스타스로 불리는 추적평가시스템은 전 세계 어느 대학이라도 참가할 수 있으며 다른 대학들과의 정보 공유를 통해 자기 대학의 지속가능성 수준을 자체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대학은 입력 결과에 따라 플래티늄, 골드(금), 실버(은), 브론즈(동), 리포터(Reporter) 등의 등급을 받을 수 있는데 그 대학의 지속가능성을 판별하는 유력한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학이 ESG 경영을 잘 해나가기 위해서는 대학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그 노력을 담아내고 표출할 수 있는 제도적 틀도 무시할 수 없다. 이제 ESG 경영은 대학으로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기필코 해내야 하는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대학이 ESG 경영을 준비하는 데 참고가 될 레퍼런스가 하루 빨리 만들어지길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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