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세명대학교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

김기태 세명대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

저작권 제도는 최초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닌 창의적 표현 활동을 장려함으로써 문학·예술·과학 등 문화 전반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데 근본 목적이 있다. 이렇듯 창작물을 저작한 사람에게 저작권이라는 권리를 부여해 보호하는 이유는 “저작물은 곧 문화 발전의 원동력이 되므로 좋은 저작물이 많이 나와야 그 사회가 문화적으로 풍요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저작권 보호제도가 지극히 아날로그 미디어 친화적이라는 데 있다. 저작권을 뜻하는 원어 ‘copyright’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에 따라 출판물의 대량복제 시대를 거치면서 ‘복제할 수 있는 권리’라는 뜻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동양권에서는 이를 ‘출판할 수 있는 권리’로 보아 ‘판권(版權)’으로 번역했다는 점에서 저작권은 수백 년 동안 아날로그 미디어와 함께 발전해 온 개념이다.

유발 하라리는 그의 역작 『사피엔스』(2015)를 통해 과거에서 오늘날까지 수만 년의 역사를 관통해 인간의 진로를 형성한 것으로 세 가지 대혁명을 제시한다. 바로 약 7만 년 전의 인지혁명, 약 1만2000년 전의 농업혁명, 약 500년 전의 과학혁명이다. 과학혁명은 여전히 발전하고 있는 역사의 한 부분이고, 농업혁명은 새로운 사실들이 계속 밝혀지고 있지만, 인지혁명은 여전히 많은 부분 신비에 싸여 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이후 펴낸 『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2017)에서는 마침내 진화를 끝낸 인간의 다음 단계를 말하고 있다. 곧 ‘호모 데우스(HOMO DEUS)’의 ‘호모(HOMO)’는 ‘사람 속을 뜻하는 학명’이며 ‘데우스(DEUS)’는 ‘신GOD’이라는 뜻이어서 ‘신이 된 인간’이라고 번역할 수 있거니와, 인류는 드디어 인류를 괴롭히던 기아, 역병, 전쟁을 진압하고 신의 영역이라 여겨지던 ‘불멸, 행복, 신성’의 영역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선언한다. 그리하여 이제 인류는 진지하게 “그래서 무엇을 인간이라고 할 것인지, 어디까지 타협하고 나아갈 것인지” 종의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곧 『사피엔스』에서는 인류가 어디에서 왔는지 살폈다면 『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에서는 인류가 어디로 가는지 살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양상은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로 대체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거치는 동안 사람이 손으로 쓰고, 그리고, 찍거나 인쇄술로 복제해서 만든 저작물을 기준으로 정립된 ‘저작권’ 개념이 저작물 창작과정에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개입하고 전 과정이 디지털화한 미디어를 통해 구현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1957년 1월 28일부터 법률 제432호로 시행된 최초 저작권법이 전문 5개 장에 걸쳐 75개 조문에 불과했었는데, 2022년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저작권법(법률 제27588호)은 전문이 11개 장에 걸쳐 180개 이상의 조문으로 대폭 늘어난 배경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일까?

현행 저작권법 제1조에서는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리하여 저작자에게는 공표권·성명표시권·동일성유지권 등으로 나뉘는 저작인격권과 더불어 복제권·공연권·공중송신권·전시권·배포권·대여권·2차적저작물작성권 등의 저작재산권을 부여함으로써 창작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고 있다. 또 실연자·음반제작자·방송사업자 등 저작인접권자들에게도 일정의 인격권과 함께 재산권을 부여함으로써 저작물의 활용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으며, 선의의 이용자들을 위해 공정이용의 범위를 정해 주는 한편, 저작자 사후 혹은 저작물 공표 후 70년까지만 저작재산권을 보호함으로써 독점적 폐해를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하고 있다.

그밖에도 저작권법에서는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제한,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의무, 영상저작물에 관한 특례 등 새롭게 등장한 저작물 이용방법을 둘러싼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규정들도 다수 포함하고 있다.

이처럼 저작권법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지적(知的) 활동에 대한 보호방안은 그 창조적 내용을 기록하고 전파하는 매체기술의 진전에 따라 첨삭 및 수정과정을 거치면서 적절한 대응을 모색해 왔다. 실제로 저작권이 초기에는 그 내용을 창작한 저작자 개인의 명예를 존중하기 위한 방안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했다면 시대가 변하면서 저작권 보호의 개념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이용 저작물에 대한 보상이 우선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저작권은 곧 ‘돈’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또 저작권법으로 보호하는 저작물의 유형 역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천해 왔다. 인쇄매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전통적인 저작물은 주로 글자, 숫자, 기호 등에 의해 이뤄진 상징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면, 다음 단계로는 소리나 영상 그 자체를 담고 있는 저작물로서 음반이나 영상저작물이 등장했다. 그리고 이제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가상공간’에 들어 있는 저작물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중이다.

현재를 포함한 미래에는 정보의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그 많은 정보 중 정확하고 진실한 정보를 선택하는 능력, 즉 관련 정보를 해석하고 개개인의 상황에 관심을 갖고 이에 맞게 분석하여 서비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보의 가치는 희소성을 바탕으로 한 소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 서비스, 관계 등에서 나온다. 이렇게 디지털 환경에서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정보생산과정뿐만 아니라 정보의 서비스, 분배, 수용, 사용 및 전달 등의 과정에서의 독창성을 포함하는 가치창조 방법이 강조된다. 앞으로는 이러한 가치창조의 새로운 가능성을 깨닫는 개인 혹은 기업만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저작권 보호제도가 창작의 활성제로 기능할 것인지, 아니면 문화산업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인지의 여부는 곧 진정한 저작물의 중요성을 체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문제이다. 저작권 보호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정이용의 범위 또한 넓힘으로써 저작권의 오용과 남용, 그리고 저작권 침해 행위가 골고루 제어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처럼 저작권의 합리적인 규율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인류는 풍요로운 정보화 시대로서의 21세기를 평등하게 누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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