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직업 혹은 산업 환경 발전으로 늘어난 학과 많아
전문대학 입시 위기…지원자 몰려 대학 숨통 틔는 학과 되기도
‘신입생 유인’을 위한 유행 학과 개설이라는 비판 여론도 나와
전공관련 산업체 확보·지역사회 수요 파악 등 전제돼야 ‘안전’

대학들은 직업 등장과 산업 발전에 주목하고 관련 학과를 개설한다. (이미지=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우지수 기자] 사회가 다양화되고 세분화되면서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새로운 직업들이 출현하기 시작했고, 향후에는 더 많은 직업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본 코너에서는 특별한 직업인을 길러내는, 특별한 학과들을 직접 찾아 이들을 가르치는 특별한 교육 현장을 생생히 전하려 한다. 이번 편에서는 ‘직업과 산업’에 따라 생겨나는 학과들을 개괄적으로 정리해봤다. <편집자주>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직업이 생겨난다. 새로운 산업 개발, 법 개정으로 특정 직업의 승인 등 그 이유는 다양하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미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산업과 직업이 포착되면 대학들은 이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학과’를 개설한다. 최근 이처럼 신설된 학과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스마트·디지털 산업으로 생겨난 직업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인기가 많거나 이슈로 떠오른 직업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지난 2020년 8월, ‘탐정’이란 직업과 ‘탐정업’의 명칭 사용을 허용토록 관련 법이 개정됐다. 이에 따라 범죄조사, 기업조사, 소송자료조사 등에서 전문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요구됐다. 경찰 업무와 연관성이 깊은 일이라 경찰행정학과 등 관련 학부 및 학과를 운영하는 일부 학교들이 탐정전공을 개설했다. 탐정 사업을 새로이 떠오르는 산업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승인된 직업인 탐정과는 달리 웹툰 작가는 등장한 지 10년이 넘었다. 초기에는 웹툰 과목이 만화애니메이션 학과에서 진행하는 수업으로 진행됐다. 최근 웹툰 산업과 세계 콘텐츠 산업이 함께 성장하면서 웹툰 작가를 희망하며 관련 학과에 지원하는 학생이 크게 늘었다. 이에 대학들은 웹툰콘텐츠·웹툰애니메이션학과 등 웹툰과 기존 학문을 연결한 전공을 신설하거나 학과 이름을 웹툰 관련학과로 변경하는 경우가 늘었다.

드론 운용 분야도 눈에 띈다. 드론이 산업 전반에 널리 사용되면서 드론을 운용하는 초경량비행장치조종자를 배출하기 위한 직업교육을 진행하는 대학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영진전문대의 무인항공드론과, 명지전문대의 드론정보공학과, 신성대의 드론산업안전학과, 경기과기대와 오산대의 드론부사관과 등 전문대들은 드론을 활용한 다양한 학과를 연이어 개설하고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을 거치며 창업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이 늘자 동의과학대는 수요가 늘고 있는 창업 아이템인 카페 개업을 돕는 디저트카페과를 지난해 개설했다. 1인 크리에이터가 어린 학생들의 인기 장래희망에 연일 오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학과를 개설한 학교도 적지 않다.

직업군을 배출하는 산업이 성장하면서 늘어난 학과도 있다. 반려동물과 관련된 학과들은 해당 산업 자체가 성장해 기존 학과들의 수요가 늘어난 경우다. 반려동물 산업은 지난해 3조 4000억 원 규모, 점차 성장해 2027년에는 6조 원에 달하는 산업규모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K-팝, K-뷰티 등 한류 열풍을 타고 성장한 산업 역시 최근 학생들에게 각광받는 전공으로 손꼽힌다. 이 학과들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 존립의 위기가 다가오는 전문대 입시 현실에서 지원자가 몰려 학교의 숨통을 틔게 해 주는 인기 학과들로 자리 잡았다.

4차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 등 기술 발전과 시대 변화를 맞아 발전한 산업은 AI·메타버스·VR·AR 등 첨단 산업이다. 이들을 개발·운용하는 학과들은 몇 년간 증가하는 추세였지만 특히 윤석열 정부가 올해 100만 디지털 인재양성이라는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더 늘어났다. 전문대학가 역시 국가적인 교육 흐름에 발맞춰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학과 개설 계획을 줄지어 발표했다.

이처럼 산업·직업군 변화에 따라 대학가의 전공 환경도 시시각각 변한다. 변화의 흐름을 급하게 따라가다 보면 잡음도 생기기 마련이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유행 학과는 신입생 충원율을 높이기 위해 한시적으로 개설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 섞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일부 지방대학에서는 정부 정책에 맞춰 개설한 디지털 학과가 교수충원과 학생 학습역량 교육 등 여러 면에서 힘든 점이 많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박정원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대학들이 각자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을 내놓고 있지만 모든 대학이 다 살아남을 수는 없다”며 “대학들이 취업률이나 유행을 따라 신설하는 학과들이 다 비슷비슷하다 보니 실패 사례도 나올 수밖에 없다. 지방대도 지역 고유의 학문을 키워 특성화에 나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강문상 인덕대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반짝 떠오르는 분야의 유행을 좇아 학과를 만들면 오래 갈 수 없다. 대표적 사례가 3D프린터학과다. 3D프린터가 아직 연결된 산업이 없는 분야다 보니 3D프린터를 잘 쓴다고 하더라도 막상 취업할 데가 없는 것”이라며 “산업과의 연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학생모집에만 급급하다 보면 학생들도 최첨단 학과인 줄 알고 입학했다 졸업 후 취업할 데가 없어진다. 지역 사회의 수요와 연계할 수 있는 산업체를 확보한 뒤 학과를 만드는 편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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