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사회 속 미래·지역인재 양성 필요성 대두…대학 간 공유·협력 토대로 작용
대학 간 공유·협력 걸림돌로 ‘정부 규제’ 꼽혀…규제 개선 필요 목소리 높아
한국교육개발원(KEDI) “고등교육 관련 법제 전면적 재검토 필요”

전북지역대학총장협의회의 RIS 사업 출범식이 전북대에서 열렸다. (사진=전북대 제공)
사회 환경이 급변하면서 고등교육의 대전환을 통한 대학 위기 극복과 국가 차원의 미래 또는 지역 인재 양성의 필요와 요구가 높아지는 추세다. 대학들은 이에 따라 개별 대학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자 공동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대학 특성화 분야 강의를 공유하는 등 대학 간 공유·협력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전북대에서 열린 전북지역대학총장협의회의 RIS 사업 출범식 현장. (사진=전북대)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사회 환경이 급변하면서 고등교육의 대전환을 통한 대학 위기 극복과 국가 차원의 미래 또는 지역 인재 양성의 필요와 요구가 높아지는 추세다. 대학들은 이에 따라 개별 대학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자 공동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대학 특성화 분야 강의를 공유하는 등 대학 간 공유·협력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 간 공유·협력이 확장되면서 정부의 규제가 고등교육 경쟁력 제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는 실정이다. 이에 한국교육개발원은 대학 간 공유·협력을 위한 법적 제도화의 방향과 시사점을 제시하면서 “대학의 공유·협력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정부 지원 통해 대학 간 공유·협력 도모…외연 확장 계기로 작용해 = 저출산과 세대 변화,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등 빠르게 변화되는 사회 환경과 지방대 소멸 위기 등 다양한 요인으로 개별 대학간 공유·협력이 활발해졌다. 정부 역시 대학간 공유·협력을 통한 외연 확장에 도움을 주고자 다양한 재정지원사업을 운영 중이다. 대표적인 정부재정지원사업으로는 지자체-대학 협력 기반 지역혁신사업(RIS)와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혁신공유대학사업 등이 있다.

지자체-대학 협력 기반 지역혁신사업(RIS)은 지역의 중장기 목표에 부합하는 핵심 분야를 선정하고 지역의 인재를 양성해 취·창업과 해당 지역 정착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재 2020년 선정된 광주‧전남, 울산‧경남, 충북 플랫폼과 2021년 선정된 대전‧세종‧충남 플랫폼, 2022년에 선정된 강원, 대구‧경북 플랫폼 총 6개의 플랫폼이 운영되고 있다. 국비 2440억 원이 투입됐다.

광주·전남 플랫폼에 참여하는 15개대는 49개 지역혁신기관과 에너지신산업, 미래형운송기기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iU-GJ 융합전공을 신설했다. 이 전공은 △미래에너지신산업-IP 융합전공 △신재생에너지 융합전공 △친환경스마트선박 융합전공 △도심항공모빌리티 융합전공 △첨단부품소재 융합전공 등 5개 전공으로 운영 중이다.

울산·경남 플랫폼은 해당 지역 17개대와 경남도, 울산광역시, 62개 지역혁신기관·기업과 USG 공유대학과 융합전공을 신설해 △학사관리, 공유시스템 구축·운영 △공통교양 플랫폼 콘텐츠 개발 △학생지원 인프라 구축·비교과 프로그램 운영 △교육과정, 교양·전공 교재 개발 △e-Learning 콘텐츠 개발 등을 진행했다.

충북지역 13개대가 참여하는 충북 플랫폼은 바이오헬스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지역혁신기관이 인적‧물적 자원, 취·창업 등 정보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통합관리망인 원스톱 플랫폼을 구축했다.

대전·세종·충남 지역 24개대, 72개 지역혁신기관이 참여 중인 대전·세종·충남 플랫폼은 미래 모빌리티 혁신 생태계 구축을 위해 구성한 DSC 공유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DSC 공유대학은 RIS에 참여하고 있는 지역 24개 대학이 교육과정을 공동 운영하는 신개념 공유대학으로 2개 학부, 8개 융합전공이 있다. 

강원 지역혁신플랫폼은 지역 내 15개대, 60개 지역혁신기관이 참여한다. 강원 플랫폼은 데이터 기반 지역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밀의료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 수소에너지를 핵심분야로 선정, 운영 중이다. 특히 춘천의 바이오 클러스터, 원주의 디지털 헬스케어 클러스터, 강릉·동해·삼척의 액화수소 실증 클러스터 등 규제자유특구와 연계해 지역의 미래혁신산업 육성에 필요한 핵심인재를 양성한다.

대구·경북 지역혁신플랫폼은 지역 23개대, 214개 지역혁신기관이 참여한다. 지역 주력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고도화를 위해 △전자정보기기 △미래차전환부품을 핵심분야로 선정해 2개 융합전공에 전공별 5개 트랙을 갖추고 트랙 간 특화와 경쟁을 통해 발전해 나가는 ‘DGM(Daegu-Gyeongbuk Multiversity) 공유대학’을 구축, 추진 중이다.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혁신공유대학사업은 공유대학 체계를 구축하고 6년간 국가 수준의 신기술분야 핵심인재 10만 명을 양성한다는 목표로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차세대 반도체 △미래 자동차 △바이오 헬스 △실감 미디어 △지능형 로봇 △에너지 신산업 등 총 9개 분야에 41개 연합체가 참여하고 있다. 전남대, 서울대, 국민대, 단국대, 건국대, 한양대(ERICA), 고려대 등 각 분야 주관대학을 중심으로 해당 분야 참여 대학이 컨소시엄 형태로 구성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대학들은 모듈형 공동 교육 과정과 공동 콘텐츠 개발, 콘텐츠와 시설 공유, 공동 학사운영 등 교육 인프라를 공유하고 있다.

■ 대학 자율성 보장하는 규제 완화 필요성 대두…“일반적이고 공고한 법적 근거 마련 필요” = 이처럼 개별 대학 간 협력, 정부 지원 등으로 대학 간 공유·협력 등이 잦아지면서 사회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는 규제 완화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너무 많은 정부의 규제가 고등교육 경쟁력 제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대학 현장의 인식이 만연한 것이다.

이에 지난 10월 국회 교육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대학의 자율과 혁신을 지원하고 대학교육 개혁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대학규제개선협의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교육위 간사 이태규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며 “지속적이고 상시적인 규제개선을 통해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재 양성 기관인 대학의 혁신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역시 지난 10월 ‘대학 간 공유‧협력 활성화를 위한 법‧규제 정비의 방향’을 주제로 발간한 ‘KEDI 브리프’를 통해 “대학 간 공유·협력을 위해서 규제의 완화(철폐)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대학의 자율성 확대”라며 “대학 간 공유·협력을 위한 사실적 여건의 성숙이 필요하며, 4차 산업혁명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부합하는 고등교육 법제 전반의 획기적인 변화가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KEDI는 대학에 대한 규제를 줄이는 것은 고등교육 영역의 핵심 가치인 자율성 제고를 위해 필요한 과제로 봤다. 헌법재판소도 “헌법 제31조 제4항이 규정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 대학의 자율성 보장은 대학에 대한 공권력 등 외부세력이 간섭을 배제하고 대학인 자신이 대학을 자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학인으로 하여금 연구와 교육을 자유롭게 하여 진리탐구와 지도적 인격의 도야라는 대학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이는 학문의 자유의 확실한 보장 수단이자 대학에 부여된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고 있다는 이유다. 또한 「지방대학육성법」 제23조는 공유·협력을 전제로 한 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에 규제특례를 적용하는 것으로 규정해 이 같은 취지를 반영하고 있다.

다만 KEDI는 “자율성을 제한하는 규제(규제적 규율)와 자율성 실현의 토대가 되는 규율(형성적 규율) 사이의 구분이 항상 명확하지 않으며, 고등교육 영역의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는 데 국민적 지지가 부족하거나 반발이 존재할 때도 있다”며 “규제 완화 논리의 한계 등을 고려해 대학 간 공유·협력에서는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대학의 자율성을 높임으로써 원활한 공유·협력의 여건을 마련하되, 다음과 같은 사항을 구체적인 방향성으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짚었다.

이에 KEDI는 대학간 공유·협력을 위한 법적 제도 방향을 △대학의 신뢰 위기 극복 △실질적지원의 증가 △낡은 규제 탈피 △수요자 선택권 보조를 통한 고등교육 시장의 정상화로 잡았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학교 간 상호 협조의 지원’을 규정한 「고등교육법」 제9조 아래에 제9조의2를 신설해 대학 간 공유·협력에 관한 조항을 둘 것을 제언했다. 관련 기본 사항을 규율하고, 조항의 위임에 근거해 별도의 대통령령(가칭 ‘대학 간 공유·협력 규정’)을 제정, 상세한 사항을 규정하는 법제화 방식을 검토하자는 것이다.

KEDI는 “공유·협력을 하는 대학들이 공동으로 전임교원을 채용할 필요성이 등장할 수 있으나, 현행 「고등교육법」 체제의 근간을 건드리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며 “공유·협력 참여대학이 별도의 연합대학 또는 가상대학을 설립하는 것은 현재의 「대학설립·운영 규정」 일부를 수정하는 것으로 가능하지 않으며, 대학의 남설(남발해서 설립)과 교육 부실화를 막기 위해 설립의 조건으로 교원·교지·교사를 요구하는 현재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KEDI는 “4차 산업혁명과 미네르바 스쿨로 상징되는 보편적인 고등교육 환경의 변화, 인구절벽과 지역소멸이라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때 기존의 인적·물적 인프라의 결합체로서 대학을 전제한 고등교육 관련 법제의 전면적 재검토는 아무리 서둘러도 지나치지 않다”며 “대학 간 공유·협력의 의의와 중요성을 분명히 하고 그와 관련된 기본적인 사항을 법령으로 정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최근 대학 간 공유·협력이 고등교육 정책의 핵심에 자리하게 됐으며, 앞으로도 이런 기류는 크게 바뀌지 않으리라고 예상되므로 대학 간 공유·협력에 대한 보다 일반적이고 공고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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