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제9대 총장 취임…교육 혁신 박차, 재정적 안정화 도모
재정확보 위한 수익사업에 적극 참여, 평생교육 및 사회교육 확대
‘학생 성공’ 우선, “졸업 앞둔 재학생부터 한명씩 만나 목소리 듣고자”
해외 캠퍼스 추진…운영은 대학이, 사업은 기업이 맡는 형태로 구상
“성공과 실패, 이분법으로 보지 않아…도전하면서 실패 경험해야 성장”
“진보적 담론 형성에 큰 역할해온 대학의 가치 유지하며 변화·혁신 이끌터”

지난 8일 성공회대 9대 총장으로 취임한 김경문 총장은 앞으로 4년동안“성공회대만의 가치 유지하면서 변화와 혁신 이끌고 싶다”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지난 8일 성공회대 9대 총장으로 취임한 김경문 총장은 앞으로 4년 동안 “성공회대만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학령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으로 빠르게 바뀌어가는 시대 속에서 ‘학생 성공’은 모든 대학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 하나다. 학생이 성장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마련해야 대학의 지속적 성장도 가능하다. 성공회대학교도 ‘학생 성공’을 목표로 삼아 교육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성공회대는 영국에서 기원한 거룩하고 보편된 종교라는 뜻의 성공회(聖公會)에서 이름을 따왔다. 올해로 개교 108주년을 맞은 성공회대는 그동안 신학 교수 출신이나 성직자 출신의 총장 선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를 꾀했다. 10년 넘게 청산학원 원장과 ㈜타임교육의 C&P 전무, 그리고 지난해 성공회 출판사 신문사 대표로 활동했던 김경문 대표를 9대 총장으로 결정했다. 교계 대학에서는 보기 힘든 비교수 출신의 총장 임명 사례다.

지난 8일 취임식을 갖고 정식으로 총장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김경문 신임 총장은 “변화를 바라는 학교의 의지가 강해 총장으로 임명한 것 같다”며 몸을 낮췄다. 하지만 그의 말에는 겸손함이 묻어나면서도 성공회대를 혁신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드러내면서, 강한 자신감도 동시에 묻어 있었다. 김 총장은 취임 직후부터 시간을 내 교직원과 교수 등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취지다. 성공회대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싶다는 그를 지난 23일 성공회대 총장실에서 만나봤다.

- 성공회대 총장 취임을 축하한다. 어떻게 총장 직을 수락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그동안 성공회대는 인권과 평화를 표방하며 한국사회에서 진보적 담론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그런 ‘힘’에도 불구하고 학교 운영이나 경영 측면에서는 약점이 뚜렷했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와 코로나19 등 다양한 위기 상황 속에서 대부분의 대학 재정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 성공회대도 마찬가지다. 재정이 부족하면 학생들에게 돌아간 교육 서비스의 질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총장 제안을 받았을 때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사업가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성공회대를 재정적으로 안정화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춰 변화시킬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더 컸다.”

- 어떤 마음가짐으로 총장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가.
“주식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원 셋을 뽑으라면 △주주 △종업원 △고객이다. 경영을 우선시한다면 주주의 의사와 선택이 제일 중요하지만 사업의 지속성을 위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기업의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이다. 총장 취임 이전 이런 마음가짐으로 회사를 운영해왔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대학은 고등교육이라는 상품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회사와 다를 바 없다.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원은 △법인 △교직원 △학생이다. 기업의 대표로 있었던 이전과 똑같이 취임 후에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교육 서비스를 받는 학생이라는 마음가짐을 항상 품고 있다. 2순위는 학교 일을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교직원들이다.
그러기에 내년부터는 졸업을 앞둔 성공회대 재학생부터 한명씩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눌 계획이다. 직접 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장점과 단점, 다양한 소리를 듣고자 한다. 교육은 곧 서비스업이다. 성공회대가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의 질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총장이라는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고객인 학생의 의사를 직접 듣는 ‘행동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지고 있는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과감하게 바꿔나갈 것이다.”

김경문 성공회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김경문 성공회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 취임식에서 ‘안정적인 대학 재정 확보’를 강조했다.
“정부의 지원 사업이나 외부 기부금을 통해 일시적으로 재정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지속적인 대학 발전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대학 재정 확보가 더욱 중요하다. 성공회대가 종합대학이 아닌 종교대학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도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대학 재정이 부족해지면서 발생하는 대학 홍보의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앞으로 성공회대는 재정확보를 위한 수익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이를 위해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중요해진 IT, 경영, 사회복지 등 다양한 분야의 회사와 협업해 활발한 R&D를 추진하고 평생교육 및 사회교육 확대를 통해 성공회대 교육의 사회 환원을 늘릴 것이다. 또한 코앞에 닥친 학령인구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도 이전보다 더 많은 인력과 자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 이전에 제안했던 ‘해외 캠퍼스 설립 추진’과 같은 맥락으로 봐도 되는가.
“총장 이전 사업을 위해 28개가 넘는 나라를 돌아다녀봤다. 초·중·고등 교육과 관련된 사업을 운영하면서 직접 보고 경험한 해외 교육의 장점을 성공회대에 도입하고 싶어 해외 캠퍼스를 추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히게 됐다. 이전보다 해외 캠퍼스에 대한 현지 당국의 지원이 줄어든 점은 아쉽지만 학령인구 감소가 이미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해외 유학생 유치를 위해 성공회대가 반드시 추진해야 할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해외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과 협업해 캠퍼스 운영은 대학이 맡고 사업은 기업이 맡는 형태의 사업을 구상 중이다.
해외 캠퍼스와 더불어 글로벌 대학으로서의 입지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성공회와 관련이 있거나 영국 국교회가 지분을 갖고 있는 대학은 성공회대를 포함해 130여 개가 넘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컬럼비아 대학을 포함해 인도, 싱가폴, 호주, 뉴질랜드 등 다양한 나라에 분포해있다. 다른 대학이 따라올 수 없는, 성공회대만이 가진 고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해 대학 브랜드를 재창출하고 세계 대학들과의 실질적 교류를 통해 한국에서 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등 재정 확보는 물론이고 성공회대만의 고유한 가치를 강화해나갈 생각이다.”

- 대학 교육을 통해 어떤 인재를 길러내고 싶은지 궁금하다.
“대학 수업을 통해 배우고 경험하는 것으로는 부족한 시대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자들과 의사소통을 활발히 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가 사회 곳곳에 필요하다. 다만 이런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 대학이 멈춰있어선 안된다. 학생 비율을 예시로 들면 현재 성공회대 학생들은 인천·부천에서 60%, 나머지 40%는 양천구와 구로구에 거주하고 있다. 지역 학생들이 성공회대를 찾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반대로 비교적 거리가 있는 지역에서는 성공회대에 큰 ‘장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지표기도 하다. 성공회대만의 가치를 알아보고 찾아올 수 있게끔 성공회대만의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면 성공회대의 인재상인 ‘디지털 기술에 기반해 창의적 역량을 갖춘 사람’을 지속적으로 배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공회대에서 제공하는 교육을 통해 학생이 바뀔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싶다.”

김경문 성공회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김경문 성공회대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 성공회대만의 차별성을 두고 싶다는 의미로 들린다.
“성공회대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해방’이라고 말하고 싶다. 신자유주의적 사고로 점철된 현대 사회에서 성공회대는 각박한 사회 속 해방구라고 생각한다. 성공회대 신학대학원 석·박사과정을 밟을 당시 학교 정문에 들어서면 다른 세상에 들어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성공회대만이 가진 자유로움과 해방의 분위기였다. 총장이 된 지금, 성공회대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다. 다만 대학의 본질과 독특함은 유지하되 낡은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 시대적 과제를 위해 겸손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로 변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전보다 성공회대가 좋은 방향으로 많이 변했다는 말을 듣고 싶다.”

- 대학 교육의 질 강화를 위한 복안이 있는지.
“비교과 프로그램을 강화할 계획이다. 학생이 소속된 학과의 전공수업과는 다르게 비교과 프로그램은 점수나 학점으로 학생을 평가하지 않는다. 순전히 학생의 행동에 따라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성취와 좌절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최근 코로나19로 대면 수업이 줄어들고 비대면 수업이 늘어남에 따라 높아진 온라인 대학의 선호도에 맞설 오프라인 대학의 차별화 요소이자 강점이 비교과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 대학 혁신을 위협하는 요소가 무엇인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나름의 해법이 있다면.
“대학 위기라고는 하지만 성공회대에 처음 왔을 때 교직원을 비롯한 대학 구성원들에게서 자신감이나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우리 대학뿐만 아니라 대학 혁신을 위협하는 것은 학령인구 감소와 같은 외부의 요인도 있지만 혁신을 이끌어야 할 내부의 무기력함이 더욱 크다고 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총장으로서 작게라도 성공한 경험을 교직원들에게 갖도록 도와주고 싶다. 해당 경험을 가진 집단은 자신감과 자존감을 가지고 다가오는 위협에도 비교적 쉽게 대응할 수 있다. 총장 취임 직후 교직원들을 한명 씩 직접 만나보면서 훌륭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 교직원들이 성공회대에 있음을 확인했다. 자신감을 회복한다면 이전보다 더 많은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자신감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성공의 달콤함도 있지만 실패라는 씁쓸함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를 어떻게 칼로 자르듯이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겠나. 100을 목표로 잡았는데 50이나 70만 달성했다고 그것을 실패라고 단언해서는 안된다. 모든 과정이 의미 있는 과정이다. 나아지기 위한 도전의 과정에서 실패를 경험했다고 성장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6개월이 넘었다. 교육부와 정부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면 말해달라.
“미래 교육의 핵심은 △수학 △독서 △코딩으로 표방되는 디지털 교육 △외국어 △체육 등 5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핵심 과정은 교육부와 국가에서 중요성을 인지하고 초등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나머지 교육 과정은 교육계가 알아서 교육할 수 있게끔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 국가가 교육의 적정 수준만 정하고 교육 규제를 개혁하고 대학의 교육을 비롯한 자율성 부여에 더욱 무게를 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우리나라 교육은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교육 효과는 미비하다. 세계 많은 나라들이 교육 혁신과 더불어 대학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은 이미 교육 혁신을 과감히 바꿀 준비가 됐다. 이전의 방식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미래 교육의 방향을 읽고 선제적으로 움직인다면 대학들은 기꺼이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고 본다.”

- 4년 임기 내에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학생들이 성공회대를 다닌 후 사회에 진출했을 때 대학으로부터 구체적인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대학으로 만들고 싶다. 자신이 성공회대 교육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를 뚜렷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앞서 학생들을 직접 만나려는 이유도 학생들이 대학을 다니면서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듣고 이를 대학 정책 방향에 반영하기 위함이 크다. 이런 움직임이 쌓여간다면 우선순위가 나오고 갖고 있는 문제와 해결책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모든 사업의 성패는 디테일에 달려있다.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수반돼야 총장으로서 대학 구성원에게 대학 방향에 대해 설명할 수 있고 설득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남은 임기 동안 성공회대를 개혁하면서 나를 믿고 따라와줬으면 한다.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싶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훌륭한 구성원들이 잘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으로 바뀌어가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겠다.”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왼쪽)과 김경문 성공회대 총장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왼쪽)과 김경문 성공회대 총장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김경문 총장은…
연세대에서 신학과를 졸업하고 이후 성공회대 신학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4년부터 2007년까지 강동 청산학원 원장을 맡았으며 2008년부터 올해까지 ㈜타임교육 C&P 전무를 지냈다. 2013년 서울교구 남양주교회로부터 명예사제 성직 서품을 받았으며 2021년에는 성공회 출판사 신문사 대표를 역임했다. 지난 8일 성공회대 제9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 / 정리=김한울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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