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96개 대학기숙사 운영, 수용률은 22.7%…입소 경쟁 치열
불시 점검·임의 처분 등 학생 권익 침해하는 불공정 약관 수두룩
공정거래위원회, 전국 26개대 기숙사 직권 조사 후 시정 조치

순천향대는 재학생 1만 명 이상인 대학 가운데 기숙사 수용률이 가장 높은 대학으로, 총 4439명이 수용 가능한 기숙사를 운영 중이다. (사진=순천향대)
순천향대는 재학생 1만 명 이상인 대학 가운데 기숙사 수용률이 가장 높은 대학으로, 총 4439명이 수용 가능한 기숙사를 운영 중이다. (사진=순천향대)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학생들이 어렵게 들어간 대학기숙사에서 사전 안내 없이 개인 호실을 불시에 점검하거나, 기숙사에 남겨진 개인물품을 임의로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불공정한 약관의 피해를 입는 진퇴양난(進退兩難) 상황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국 26개대 기숙사 사업자의 이용 약관을 직권 조사해 학생의 권익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조항을 고치도록 조치했다.

■ 전국 대학기숙사 수용률 22.7% 불과 = 대학기숙사는 저렴한 비용과 접근의 편리성 등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학생 수가 많다. 특히 타 지역에서 대학에 입학할 경우 거처를 마련해야 하는데, 비싼 방값을 감당하기 힘들어 대학기숙사를 선호하는 학생이 다수다. 하지만 대학기숙사는 수용인원이 제한돼 있어 입소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다.

한국사학진흥재단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전국 478개대 중 396개대가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으나, 수용률((수용인원/재학생 수)×100)은 22.7%에 불과했다.

재학생이 1만 명 이상인 대학 가운데 기숙사 수용률이 가장 높은 대학은 순천향대(41.2%)다. 순천향대 기숙사는 총 4439명이 수용 가능한 기숙사를 운영 중이다. 그 뒤로는 성균관대(자연과학캠)이 35.1%로 높았으며 △아주대는 31.8% △경상국립대 30.5% △강원대 29.0% △충북대 27.9% △경희대(국제캠) 27.4% △원광대 26.6% △한양대(안산캠) 26.4% △대구대 26.0% 순이다.

특히 서울·경기권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들은 타 지방보다 훨씬 기숙사에 입소하기 힘든 환경이다. 재학생 1만명 이상 서울·경기권 대학 중에서는 아주대, 성균관대(자연과학캠), 경희대(국제캠) 3개대만이 기숙사 수용률 TOP10에 들었으며, 본교는 아주대만 순위권 안에 들어 있다.

2022 대학기숙사 수용률 현황(2022년 4월 기준). (자료=한국사학진흥재단)
2022 대학기숙사 수용률 현황(2022년 4월 기준). (자료=한국사학진흥재단)

수도권 한 대학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A씨는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을 오다보니 가장 걱정했던 것이 거처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대학 주변 방값은 너무 비싸 대학기숙사에 입소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수용인원이 많지 않아 신청을 하고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렸다”며 “다행히 대학기숙사에 들어와도 신입생을 우선으로 입소시키는 경우가 많아 내년에 대학기숙사에 입소하지 못할 경우 어떻게 해야할 지 벌써부터 고민”이라고 말했다.

B씨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B씨는 “대학에 입학할 당시 코로나 팬데믹으로 온라인 강의가 많아 대학기숙사나 따로 거처를 마련하지 않고 통학했는데, 지금은 오프라인 강의를 들으러 자주 캠퍼스에 오다보니 거처를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년에는 대학 주변에 거처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처음에는 대학기숙사를 알아보려 했으나 신입생 우선 배정이나 일정 기준을 통해 입소 기회를 주는 등 들어갈 수 있는 확률이 낮다고 판단해 주변 원룸을 알아보고 있다. 하지만 공간에 비해 방값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여진다”고 토로했다.

본교에서 기숙사를 운영하지 않는 대학도 12개대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숙사를 운영하지 않는 대학은 대부분 전문대로, 최근 신축을 진행하고 있어 아직 완공되지 않거나 제2캠퍼스에 위치에 집계되지 않는 경우도 다수 있다.

생각보다 비싼 대학기숙사비도 학생들의 고민거리다. 한국사학진흥재단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1인실 한달기숙사 비용이 가장 큰 대학은 차의과학대(65만3300원)다. 그 뒤로는 홍익대 64만4900원, 연세대 63만9700원, 건국대 62만9800원, 수원가톨릭대 60만9100원 순이다.

2인실은 백석대(제2캠)이 49만5900원으로 가장 많았다. 추계예술대은 48만6300원으로 뒤를 이었고 △서강대 43만5300원 △건국대 41만4200원 △동서울대 40만 4500원 순이다. 3인실은 성신여대가 36만9700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화여대 36만100원 △서울과기대 35만5100원 △남부대 33만3000원 △인하대 33만1100원이다. 4인실 이상은 수원가톨릭대가 60만9100원 △서울대(제2캠) 53만7800원 △강원대 47만1400원 △추계예술대 45만원 △대구예술대 44만3000원 순이다.

2022 대학기숙사비 현황(2022년 4월 기준). (자료=한국사학진흥재단)
2022 대학기숙사비 현황(2022년 4월 기준). (자료=한국사학진흥재단)

■ 일부 대학기숙사 불공정 약관 운영…시정 조치 = 어렵게 대학기숙사에 들어와도 학생들의 마음고생은 계속됐다. 일부 대학기숙사들이 학생들의 권익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불공정 약관을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7일 전국 26개 대학교 기숙사 사업자의 이용 약관을 직권 조사해 학생의 권익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조항을 고치도록 했다고 밝혔다.

가장 많이 시정을 받은 항목은 공고물 등 게시 후 의사표기 도달 간주 부분(13곳)이다. 게시판이나 홈페이지 등에 공지한 사항이 일정 기간(1~3일) 지나면 학생이 인지한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공정위는 “환불조항, 벌칙조항 등과 같은 학생 개인의 권리 또는 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내용이 변경될 때는 학생이 그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하고, 확실히 전달할 수 있는 매체를 통해 충분한 기간을 두고 고지해야 한다”며 “단기간 게시로 의사표시 도달을 간주한 조항으로 학생들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그 뒤로는 보증금·관리비 등 정산금을 퇴사 후 곧바로 지급하지 않고 지연 반환하거나(11곳), 약관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사업자가 결정한다고 규정한 조항(8곳)이 가장 많았다.

기숙사 점검이 필요하다며 사전 안내 없이 학생이 없는 개인 호실을 불시에 출입할 수 있게 한 약관을 운영한 곳도 4곳이나 있었다.

공정위는 “질서유지, 안전관리를 위해 기숙사 내부를 점검하는 경우라도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절차에 따라 최소 한도로 시행돼야 한다”며 “학생이 재실한 경우에 점검을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불가피하게 비어있는 호실을 점검하게 되는 사유와 절차를 약관에 기재하고 점검사실을 사후에 통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강제 퇴사시 환불 불가, 중도 계약해지 시 과다한 위약금 부과 등 금전적 피해를 입는 조항도 발견됐다. 이에 공정위는 학생이 강제로 퇴사조치 될 경우 일정한 위약금을 공제한 후 잔여금액을 환불하게 했으며, 중도 계약해지 시에는 위약금 공제 후 전여일수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불하고, 잔여 기간이 30일 이하인 경우 대체 입사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환불하지 않는 경우를 인정하기로 했다.

이미옥 소비정책국 약관심사과 사무관은 “이번 불공정 약관 시정을 계기로 기숙사를 이용하는 대학생들의 권익을 높이고, 불공정 약관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불공정 약관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시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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