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세명대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

김기태 세명대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
김기태 세명대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

저작권(著作權, copyright)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이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곧 저작물의 창작자(저작자)에게 자기 저작물의 이용에 관한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고, 그 저작물을 다른 사람이 이용할 때에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필요로 하며, 그러한 허락을 얻지 않고 이용하는 행위를 위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로 저작권 보호의 원칙이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이렇게 저작물을 창작한 저작자에게는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이 부여된다. 다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저작권법상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어떠한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각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음을 의미할 뿐”이라고 한다. 나아가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단지 저작물에 그 저작자 나름대로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의 특성이 부여되어 있고 다른 저작자의 기존 작품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고 함으로써 창작성의 정도를 높게 요구하지 않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창작행위에도 저작권이 부여될까? 저작권이 발생한다면 저작권자는 누구인가? AI가 예술활동에도 관여하게 되면서 AI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AI가 작성한 문학작품이나 그림과 음악 등이 실제로 등장하고 있지만, 저작권법을 비롯한 관련법제에는 AI가 생산한 창작물의 소유권이나 저작권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오늘날 AI가 엄청난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은 빅데이터와 이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기계학습(머신러닝) 기술 덕분이다. 과거 정해진 알고리즘대로 역할을 수행하던 것이 이제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할 수 있게 된 것, 즉 인간의 학습방식을 모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사람이 아닌 AI 곧 컴퓨터 프로그램이 만드는 저작물(뉴스기사, 바둑기보, 문학·미술·음악 작품 등)은 현행법에 따르면 저작물이 아니다. 따라서 저작권자도 없는 셈이다. 다만 AI를 운용하는 프로그램, 즉 컴퓨터 프로그램 제작자에게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이 주어질 뿐이다.

이처럼 AI를 둘러싼 혼란한 양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지난 2월 AI가 만든 작품에 대한 저작권 보호요청을 저작권청이 거부하는 사례가 있었다. 어느 AI 과학자가 지난 2018년에 이미 AI 창작물을 자신의 이름이 아닌 AI 알고리즘을 저작자로 등록하려고 했으나 반려된 바 있는데, 2020년에 다시 저작권 등록을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한 것이다. 미국 저작권청은 저작권이란 인간의 지적 노력의 성과물을 보호하는 권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사람의 예술적 의도나 창의성 없이 자동 생성된 AI 창작물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저작권 등록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의 양상은 사뭇 진보적이다. EU는 2012년부터 로봇법(RoboLaw) 프로젝트를 통해 AI의 인격에 대해 논의했으며, 프로젝트의 결과로 2014년 5월 로봇규제지침을 발표했다. AI의 발명과 콘텐츠에 대해 특허권, 상표권, 저작권 등 지식재산으로서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나아가 2017년에는 AI 로봇을 생명체로 인정하겠다는 이른바 ‘로봇 시민권 권고안’을 통과시키면서 전자인간에 대한 시민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최종적으로 AI 로봇이 자연인으로서 인정된다면 인간의 개입 없이 만든 AI 창작물에 대한 권리와 책임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어쨌든 현재로서는 AI가 저작권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연인 혹은 법인으로서의 권리를 가져야 한다. 또 일반 사용자가 특정기업이 개발한 AI 창작도구로 작품을 만들었을 때 그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쟁점이다. 붓이나 물감 혹은 펜 같은 것도 창작에 활용되지만 단순 도구에 지나지 않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AI는 직접 창작활동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주체 논쟁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결국 권리에 따르는 책임 문제로 이어진다. 권리에는 반드시 책임이 발생하는데, AI가 학습과정에서 실제 작가의 예술작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혹은 결과물이 누군가의 저작권을 침해했을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하는 점도 쟁점이다.

한편, 콘텐츠 및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는 AI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저작권 개념이 인간 중심의 창작물로 한정되어 있어 관련 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AI산업에서 AI 창작물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제도 개선 논의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산업 발전을 위한 법제도 개선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짚어봐야 할 문제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무엇이 인간을 보다 더 인간답게 만들어줄 것인가 하는 철학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이다.

법적 문제는 그렇다고 치자. 그럼 윤리적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인간이 스스로 고뇌하고 상상하는 과정을 통해 창의성을 발휘한 결과로 만들어진 예술작품 또는 연구논문과 빅데이터 학습을 통해 AI가 손쉽게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값어치에 차이가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만일 누군가 AI로 만든 결과물을 마치 자기가 창작한 것으로 둔갑시킨다면? 익명성을 통한 신비주의까지 곁들여가며 AI 창작물 뒤에 숨어 예술가인 척 행세한다면? 인간에게 봉사해야 할 기술이 창작의 활성제가 아닌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결국 디지털 혁명으로 표현되는 기술적 진보와 함께 저작권 환경이 급변함으로써 아날로그 미디어에서 파생한 저작권 질서가 크게 흔들리고 있지만, 이제라도 ‘법보다 사람’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법제 개선 노력과 함께 인간 본위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물론 고의적이고 악질적인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과 더불어 강력한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법률 규정도 보완해야 한다. 그리하여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따른 윤리적 교육과 계몽을 기반으로 한 저작권 보호 관행이 정착된다면, 문화의 향상 발전을 위한 수단으로서 AI 등 새로운 기술이 건전하게 활용된다면 새로운 콘텐츠의 창작 활성화와 더불어 관련 산업의 발전을 통한 새로운 시장의 창출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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