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천여명 촬영, 2만6천여명 액자까지 제작해 전달

박희진 교수가 영정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박희진 교수가 영정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이정환 기자]  27년째 노인들의 영정사진을 찍어온 부산보건대학교 사회복지과 박희진교수는 2022년 한 해 동안 1천여 명의 어르신들의 영정사진 작업을 마무리했다.

1996년 당시 동주여자전문대학(현, 부산보건대)에 교수로 임용되면서부터 자원봉사를 시작한 박교수는 “3월 첫 월급을 받고 바로 그 다음 날인 26일부터 영정사진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대학강사 시절 경북 군위에서 생활하시던 할머니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는데 영정사진이 없었다. 안정된 직장을 가지면 할머니 영정사진을 찍어드린다는 생각으로 영정사진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결심했다.”라고 하면서 1996년 3월 다대종합사회복지관에서 첫 촬영을 시작해 지금까지 2만6천여명의 불우 어르신들 영정사진을 제작해 전달했다.

지난해에는 구평종합사회복지관과 부산중구노인복지관 등의 원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영정사진을 찍기 시작해 12월 사하구장애인종합복지관과 신장림사랑채노인복지관을 끝으로 서부산 지역의 13곳 복지기관과 시설에 영정사진 액자를 완성해 전달했다.

부산보건대 사회복지학과에서 노인복지론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박교수는 “영정사진 봉사활동으로 노인복지 관련시설과 기관을 방문하면 사회복지 실천현장에 대한 변화와 특성도 현장에서 파악 할 수 있다. 봉사활동의 현장이 곧 사회복지 실천 현장이므로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에도 생동감있는 강의를 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라고 강조하면서 “이제는 찾아가는 것 보다 찍어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처음 시작할 때는 촬영과 액자제작까지 전체 무료라는 말에 의심도 받았고 잡상인 취급도 받았지만 요즘은 예약이 밀려 있다”라고 에피소드도 털어 놓았다.

영전 촬영 현장.
영전 촬영 현장.

1996년 당시 사하구의 한 경로당에서 1919년에 출생하신 할머니를 찍을 때 기억을 잊지 못한다는 박교수는 “ 세상 먼저 떠난 아들이 선물해준 목걸이가 잘 나오도록 찍어 달라하신 할머니와 6ㆍ25기념마크의 빛바랜 창모자를 꼭 쓰고 찍으시겠다는 한국전 참전 용사 할아버지 등 영정사진 현장에서 만나는 모든 분들은 진정한 이 시대의 영웅이다. 그래서 끝까지 봉사활등을 계속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포부도 밝혔다.

영정사진 봉사활등을 시작할 때는 방학을 이용해 영정사진을 찍어 왔지만 최근에는 방학과 상관없이 강의 없는 날이면 봉사현장으로 달려간다는 박교수는 “27년 전에는 필름현상과 인화 그리고 액자 작업까지 여러단계의 작업과정을 거쳐야했지만 지금은 디지털로 사진작업을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도 많이 줄었고 현장에서 사용하는 촬영장비도 많이 간편해졌다. 더욱 노력해 어르신들을 위한 마지막 소중한 선물을 한 분이라도 더 전해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2023년 1월부터는 부산의 동구, 중구를 비롯해 영도구지역의 노인시설에서 영정사진 촬영을 계획하고 있는 박교수는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가르치는 교수로서 또한 자원봉사자로서 소문나 있기도 하지만,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 예술행사를 주최하는 등 문화복지와 시민들의 문화향유권을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문화기획자로도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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