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서정대 교수)

조훈 전문대교협 국제협력실장
조훈 전문대교협 국제협력실장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 유럽과 한국은 대학의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3가지를 꼽자면 재정 악화, 입학생 감소, 교육 패러다임 변화로 요약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장을 지낸 정구현 연세대 명예교수와 ‘대학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지난해 가을 MIT에서 발간한 ‘An Affordable New Educational Institution(재정여력이 있는 새로운 교육기관으로서 대학)’이라는 주제의 아티클을 소개 받았다.

미국에서 대학 위기는 재정위기와 디지털대전환기(DX) 대학 패러다임 변화로 요약할 수 있다. Diana Henderson 교수를 비롯한 MIT의 5명의 석학들이 만든 이 자료는 30여 페이지의 길지 않은 아티클이지만 단순한 문제제기에 그치지 않고 직접 가상의 대학인 ‘NEI(New Educational Institution)’를 디자인 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그들은 대학의 재정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한다거나, AI로 코스웨어를 대체하거나 인문교양 과목을 없애는 것을 전제로 NEI를 디자인하지 않았다. 핵심은 교육자산의 공유와 대학-기업-지역 간의 협업이다.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를 요약해 보자. 첫째, 신기술과 연계된 기술 습득에 앞서 삶을 살아가는 기술을 배우는 인문학은 대학교육에서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그 인문학 과정을 NEI가 만들 필요는 없다. 이미 MIT, 하버드와 같은 대형 대학과 외부기관에서 만든 훌륭한 과정을 도입해서 사용하면 된다. 교수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삶의 조력자로서 코칭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두 번째는 대학, 기업, 지방정부가 협업해 만드는 Co-Op프로그램이다. 교수의 안식년 프로그램이 단순히 연구를 위한 안식년이 아니라 협업하는 기업이나 지방정부에서 근무하는 방식이나 또는 상호역할을 바꾸어 교환근무 방식의 안식년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교수들이 지역-기업-비영리기구 등과 연계된 Co-Op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생들이 보다 다양한 일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Co-Op 프로그램은 현장실습과 온라인 교육과정이 적절하게 조합될 때 그 효과성이 나온다고 강조한다.

세 번째는 온라인코스와 마이크로 디그리를 조합해 만드는 SPOCs(Small Private Online Courses) 프로그램 이다. 전 세계 누구나 들을 수 있는 무크(MOOC)와는 달리 SPOCs는 특정 전공의 타겟 학생들을 위해 심화 과정이나 맞춤형 과정으로 설계하는 학점과정이다. SPOCs 과정은 과정을 만드는 생성대학(Source Institution)과 과정을 필요로 하는 고객대학(Client Institution) 사이의 협업적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MIT에서 몇 개의 인근 소규모 대학과 하고 있는 ‘xMinor’과정은 대표적인 SPOCs이다. 학생들의 소속대학 성적표에는 xMINOR과정 이수와 함께 생성대학인 MIT의 자격인정이 표시돼 있다.

지난 1월 12일부터 14일까지 코엑스에서는 ‘제20회 대한민국교육박람회’가 열렸다. 200개가 넘는 교육기업들이 참가했다. 교육박람회를 둘러 보면서 AI기반의 다양한 학습 솔루션들이 보다 가깝게 와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Open Ai ChatGPT’처럼 학습용 인공지능, 메타버스 기반의 실감형 콘텐츠, 로봇을 활용한 학습 보조 도구들이 디지털 대전환기를 맞아 대단한 속도로 대한민국 교육 플랫폼안으로 불랙홀처럼 빨려 들어오고 있다. 혁신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로부터의 자각이 먼저다. 교육이 AI와 로봇으로 대체되지 않으려면 ‘나부터 혁신, 지금부터 혁신’이 정답이다. 내가 속한 대학이 소수의 연구중심 대학이 아니라면 새로운 대학으로 NEI모델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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