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20일, 중 35일, 고 50일로 늘어…교육부, 진로선택권 방해 안 되도록 체육계 불만 받아들여
출석인정일수 확대에 체육계·체육대학 ‘반색’…학생선수 훈련·시합에 참여 기회 확대 기대감↑
학기 내 1/2까지 출석 인정하지만 빡빡한 규정에 대학 현장은 “학생선수 전문성 퇴보 우려”
학생선수는 유연한 학사관리 대처 어려워, 대학 스포츠 지도자는 선수 관리·운영에 골머리

교육부가 이번 신학기부터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선수들의 결석 허용일수를 늘리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대학 현장에서도 현행 출석인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교육부가 이번 신학기부터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선수들의 결석 허용일수를 늘리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대학 현장에서도 현행 출석인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교육부가 올해 3월 신학기부터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선수들의 결석 허용일수를 늘리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대학 현장에서도 현행 출석인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9일 ‘스포츠혁신위원회(이하 스포츠혁신위) 권고안’을 재검토한 결과 학생선수들의 진로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출석인정일수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기존 초등학교 5일, 중학교 12일, 고등학교 25일이었던 출석인정일수는 초등학교 20일, 중학교 35일, 고등학교 50일로 늘어난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는 2025년에는 전체 수업일수의 1/3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학업과 운동의 병행이 어려워 진학을 포기하는 상황이 나오지 않도록 ‘현장 중심 스포츠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 줄여왔던 출석인정일수 다시 늘려, 학생선수 진로선택에 방해된다는 비판 수용 = 그동안 출석인정일수는 2019년부터 꾸준히 감소해왔다. 이런 추세는 박근혜 정부 시절 학교 수업을 거의 듣지 않은 상태에서 체육특기자 전형으로 대학에 부정 입학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정유라 씨 논란에서 시작됐다. 이에 정부에서는 비슷한 논란을 방지하고 학생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출석인정일수를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혁신위 원안대로라면 내년에는 아예 초중고 학생선수들의 출석인정일수를 허용하지 않으려 했다.

그동안 ‘학생선수 출석인정 일수’를 감소했던 교육부와 문체부가 방향을 튼 것은 학생선수들의 진로선택권에 방해가 된다는 선수와 체육계의 지속적인 불만을 받아들여서다. 주말 대회 참여가 어려운 골프나 테니스부터 훈련 시설이 많지 않은 종목에 뛰어든 학생선수까지 기존 출석인정일수로는 현실적으로 훈련과 시합을 소화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 학생선수 위한 조치…환영의 뜻 보낸 체육계 = 이러한 결정에 체육계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전했다. 대한체육회는 개선안 발표 직후 경기단체연합회와 시도체육회 등 11개 체육유관단체와 함께 정부의 2023학년도 학생선수 ‘출석인정 결석 허용일수’ 확대에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그동안 체육 단체들은 정부에 연간 수업일수의 1/3인 63일에서 64일로 결석 허용일수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들은 요구했던 수준은 아니지만 현장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해 개선한 점을 들어 확대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우수한 학생선수를 선발해야 하는 대학들도 대체로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동안 훈련이나 시합이 많이 참여하지 못했던 학생들의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이번 개선 결정을 두고, 특히 체육 대학에 강점이 있는 용인대·한국체대 관계자들은 “학생운동선수, 체육인 육성을 위해 필수적인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의 대학스포츠 운영 규정. 학생선수 학업기준을 일반학생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적혀있다. (사진=KUSF)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의 대학스포츠 운영 규정. 학생선수 학업기준을 일반학생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적혀있다. (사진=KUSF)

■ 대부분 대학, 대학 내 체육특기자에 수업시수 대비 1/2 넘지 않아야하는 규정 둬 = 대학의 경우 현재 유지되고 있는 학생선수 출석인정제도는 지난 2017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교육부는 ‘학습권 보장을 위한 체육특기자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학습권 보장을 통한 공부하는 체육특기자 육성 △전국대회 연간 참가횟수 제한 폐지 및 참가일수 제한 △대학의 체육특기자 전형 개선 및 학사관리 책무성 강화 등을 목표로 여러 가지 개선 사항을 발표했다. 특히 학습권 보장을 위해 수업대체 인정 기준과 수업대체 인정 기준 상한선의 경우 수업시수 대비 1/2까지 뒀는데 대부분 대학에서 이 규정을 따르고 있다.

교육부가 대학 내 체육특기자 학사관리에 대해 대학에 배포한 가이드라인 내용 중 일부. (사진=KUSF 제공)
교육부가 대학 내 체육특기자 학사관리에 대해 대학에 배포한 가이드라인 내용 중 일부. (사진=KUSF 제공)

이를 바탕으로 교육부는 대학 내 체육특기자를 위한 학사관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각 대학에 배포했다. 이는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 내 ‘대학스포츠 운영 규정’에도 명시돼 있다. 규정은 학생선수의 학업기준에 관해 일반학생과 동일한 방침 및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원칙이며 점진적으로 일반학생의 학업기준에 근접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보장받은 학습권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특기자들에게 별도의 다양한 학업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함을 명시했다. 학습권을 존중하고 초중고 때보다 더 많은 출석인정일수를 제공한다는 명목 아래 대학 학생선수들은 매 학기 수업일수의 1/2 이상의 수업을 이수하고 있다.

■ 학생선수를 일반 학생처럼? 전문성 퇴보시킬라 = 하지만 학생선수들의 수업대체 인정기준을 최대 수업일수 1/2까지라는 형식적인 제한만 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로서는 학생선수 개인 상황에 따라 유연한 학사관리 대처를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학생선수들은 짜여진 훈련이나 대회 준비 기간을 확보하기 위해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보다 훈련 시간에 맞게 시간표를 조정해오고 있다.

학습권 보장과는 무관하게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주제의 수업을 듣게 되면서 선수들은 수업 내용을 학습하기 어려워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막상 수업을 따라간다고 해도 좋은 성적을 받기 어렵다. 일반 학생처럼 수업에 참여하고 시험을 치러 일정 학점에 도달하지 못하면 다음 학기 대회에 참가할 수 없는 지침도 있어 학생선수들은 억지로 수업을 들을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팀 호흡이 필요한 축구, 야구, 배구 등 팀 스포츠 종목의 경우 각자 다른 시간표에 훈련 시간을 맞출 수 없어 스포츠에서 중요한 ‘팀워크’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수업이 없는 선수들만 특정 시간에 따로 훈련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고정식 중앙대 야구부 감독은 “주말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선수가 모일 수 있는 기간은 방학뿐이다”며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못하는 선수들이 늘면서 선수 관리와 운영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강동훈 중앙대 야구부 투수도 “수업은 꼭 들어야한다는 지침이 있어 학기마다 훈련 시간과 겹치지 않게 시간표를 짜려고 최대한 노력해도 부득이하게 훈련에 빠지는 선수도 많다. 그러다보니 다같이 모여 같이 운동할 시간이 부족해 실제 경기 중 호흡이 맞지 않는 경우가 잦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선수들을 감독하고 지도해야 할 대학 스포츠 지도자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대한 많은 선수들에게 훈련을 보장한다고 해도 빠지는 선수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진혁 전주대 축구부 감독은 현 대학의 출석인정제도에 대해 “학생선수를 일반 학생처럼 만드려고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엘리트 체육을 넘어 새로운 체육 인재 모델을 제시해야 할 대학 체육 교육이 오히려 학생선수들의 전문성을 퇴보시키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일반 학생들에게는 학생선수와 비슷한 체력 조건을 요구하지 않는다. 학생 개개인이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은가. 이를 무시하고 학생선수를 일반 학생과 비슷하게 만들고 있는 현 제도로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미래 시대에 걸맞은 체육 인재를 양성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른 종목의 감독이 느끼는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서민석 인하대 육상부 감독은 “선수들이 특기와 관련된 훈련이나 연습을 자주해야 하는데 학습권 보장을 이유로 대학과 교수들이 강좌 수강을 우선적으로 내세우니 자연스럽게 실력 저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 감독은 “훈련 일정을 정당한 결석 사유로 인정해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결석 사유로 인정하고 훈련 일정에 맞춘 시간표라고 해도 정해진 수업에 참가한 후에 훈련과 운동을 진행하니 훈련 빈도와 훈련 양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선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학생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은 좋지만 정작 원하지 않는 학습권을 강요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며 “현 제도는 프로 입성을 위해 성적이나 성과가 필요한 대학 학생선수들에게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스포츠혁신위 권고안 개선방안 발표를 하고 있는 고영종 교육부 책임교육지원관. (사진=교육부)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스포츠혁신위 권고안 개선방안 발표를 하고 있는 고영종 교육부 책임교육지원관. (사진=교육부)

■ 스포츠혁신위, “대학 출석인정제도 등 학사관리 개선 검토해보겠다” = 이처럼 현장 감독과 코치들은 단순히 원하는 과목을 들을 수 있는 것을 넘어 선수들의 진로선택권을 침해하고 실질적인 학습권 보장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지적했다. 이들은 현 대학 내 학생선수에 대한 출석인정제도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세부적인 지침 마련에 나서야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또한 교육부와 문체부가 ‘현장 중심 스포츠 정책’ 기조를 들어 초중고 학생선수들의 진로선택권을 위해 출석인정일수를 확대한 것처럼 대학 현장 의견을 수렴해 대학 학생선수의 학습권과 진로선택권을 보장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스포츠혁신위원회는 대학 출석인정제도도 개선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인혜 스포츠혁신위 사무관은 “지난 19일에 발표된 개선 사항은 초중고 학생선수에게만 국한돼 대학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대학 부분까지는 고려하진 않았다”며 “다만 지속적으로 체육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있기에 향후 권고안이나 개선안을 통해 출석인정제를 포함해 학사관리 등 제도 개선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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