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정보봉사팀 부장

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정보봉사팀 부장
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정보봉사팀 부장

“왜 사람들이 도서관보다 북카페를 더 선호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도서관 공간이 그만큼 못 따라가서 그렇습니다. 도서관 공간을 북카페보다 더 멋지게, 호텔 로비처럼 바꿔야 합니다. 그리고 도서관 내에 카페를 유치해서 커피를 제공하면 사람들이 도서관으로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도서관이 달라진다’라는 주제로 한 인터뷰 내용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필자는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도서관을 북카페보다 더 멋지고 화려하게 바꿔야 할까? 도서관 공간이 호텔 로비를 닮아가야 할까? 다르게 생각해보자. 과연 도서관이 소비자 성향 조사와 엄청난 자본력을 앞세워 끊임없이 공간의 변화를 시도하는 카페나 호텔 같은 상업적 시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 도서관에 카페를 유치해 커피를 제공하면 도서관에 사람들이 넘쳐날까? 리모델링이나 신축을 한 이후 얼마 동안은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공간의 화려함과 변화 속도에 있어 상업 시설들과의 경쟁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물론 지역사회의 사랑방 역할을 해야 하고, 많은 이용자가 도서관을 방문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공공도서관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최근의 대학 도서관도 이런 추세나 유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대가 변하고 이용자가 원한다는 이유로 화려하고 예쁜 그리고 편의성을 강조한 북카페를 닮아가고 있다.

도서관 공간의 변화는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 변화의 방향은 화려하고 편의성이 극대화된 상업적 시설과 같은 형태는 아닐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도서관 공간이 도서관 다울 때 그 존재감과 선호도가 오히려 크고 높아졌다.

결국 도서관 공간 변화의 방향은 도서관만의 분위기를 만들고 도서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얼마나 많은 이용자를 오도록 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어떤 이용자가 어떤 목적을 갖고 도서관을 방문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최근 대학도서관 공간 변화를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도서관 공간이 시대적 트렌드만 반영하고 휴게 시설만 증가하는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모든 대학도서관 공간이 획일화되어가는 것과 도서관만의 특징이 소실되어가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쾌적함과 안락함만을 추구하는 현재의 대학도서관 공간의 변화가 바람직 한 것인지, 이와 같은 변화의 과정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쾌적하고 화려한 공간이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도서관 공간은 외형적 아름다움과 공간의 화려함만을 추구하기에 앞서 도서관의 본질과 의미, 그리고 정체성이 공간에 효과적이고 명확하게 표현되고 구현돼야 한다. 상황에 대한 철저한 파악이나 냉철한 분석이 부족할 경우 지나친 자신감이나 잘못된 믿음, 즉 낙관적 편향(optimism bias)에 빠질 우려가 있다. 우리는 종종 이러한 과신과 오류가 불러온 불행한 결과를 봐 왔다.

도서관 공간 변화에 앞서 여기에 대한 재해석, 즉 도서관 공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켜 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함께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이 아닌 ‘도서관으로서의 공간’에 대한 시각의 전환과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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