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단, 호주 선진직업교육 벤치마킹 연수
5일부터 11일까지 7일간 대학·한국연구재단 관계자 40여 명

해외 선진직업교육 벤치마킹 연수 방문단이 6일 호주 브리즈번 공항에 도착해 첫 일정을 시작하며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사진=김의진 기자)
해외 선진직업교육 벤치마킹 연수 방문단이 6일 호주 브리즈번 공항에 도착해 첫 일정을 시작하며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사진=김의진 기자)

[호주 브리즈번=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대학 사업단별 책임자·실무자, 한국연구재단 관계자 등 40여 명의 방문단이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7일간 호주 브리즈번·시드니 등에서 ‘해외 혁신 선진직업교육 벤치마킹’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3시 무렵 인천 국제공항 제2터미널 대한항공 탑승수속 장소에는 대학교수·직원, 직업교육 전문가처럼 보이는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교육부 국고 사업인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대학 사업단 책임자·실무자, 한국연구재단 연구원 등 학계·교육계가 한데 모여 호주로 향하는 항공편 탑승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전국 전문대학 사업단 책임자·실무자를 비롯해 한국연구재단 고등교육 분야 연구원 등 방문단 40여 명은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7일간 호주 퀸즐랜드주 브리즈번, 뉴사우스웨일즈주 시드니 등을 방문해 고등직업교육 혁신 현장을 탐방하게 된다.

이번 호주 연수에 참여한 방문단은 △가톨릭상지대 △강원도립대 △경남도립거창대 △경남도립남해대 △경북도립대 △계명문화대 △광주보건대 △대구보건대 △동아방송예술대 △명지전문대 △부산여대 △부천대 △신성대 △아주자동차대 △연성대 △연암공대 △오산대 △인천재능대 △전남과학대 △전주비전대 △제주한라대 △한국복지대 △한림성심대 △한영대 △한국연구재단 등 25개 기관·대학, 총 42명이다.

6일 호주 선진직업교육 벤치마킹 연수 첫 일정으로 방문단은 샤프스턴 칼리지를 방문했다. (사진=김의진 기자)
6일 호주 선진직업교육 벤치마킹 연수 첫 일정으로 방문단은 샤프스턴 칼리지를 방문했다. (사진=김의진 기자)

■ 첫날부터 ‘방문 또 방문’…혁신 향한 지칠 줄 모르는 강행군 = 지난 5일 인천에서 방문단을 싣고 호주 브리즈번으로 출국한 항공기의 비행시간은 약 10시간 55분. 저녁 늦게 한국을 뜬 비행기는 밤을 새워 날아가 6일 이른 아침 호주에 무사히 도착했다.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 불편한 자세로 잠을 청해보지만, 선잠을 잘 수밖에 없었던 방문단은 호주 도착 후 휴식도 없이 연수 첫날 일정을 시작했다.

호주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남반구에 있기 때문에 계절이 우리와 반대다. 한국은 한겨울이었지만, 호주 브리즈번 공항에 내리자마자 느껴진 것은 덥고 습한 여름 공기였다. 걸음을 내딛자마자 푹푹 찌는 여름 공기에 금세 땀을 흘리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방문단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내 영어와 중국어, 베트남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이 곳곳에서 들려오며 글로벌 국가 호주의 현주소를 한눈에 살펴보고, 그들의 고등교육·직업교육, 글로벌 교육 프로그램을 접하고자 왔다는 각오가 방문단의 얼굴에 가득 차기 시작했다.

샤프스턴 칼리지 관계자가 방문단에게 호주 내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의진 기자)
샤프스턴 칼리지 관계자가 방문단에게 호주 내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의진 기자)

방문단이 호주 연수 첫날 일정으로 가장 처음 찾은 곳은 ‘샤프스턴 칼리지(Shafston College)’다. 샤프스턴 칼리지는 호주 브리즈번을 비롯해 골드코스트, 퀸즐랜드 등에 위치한 국제 학생을 대상으로 한 사립 교육기관이다. 학위과정뿐 아니라 자격 취득 과정, 영어 어학 프로그램 등으로 유명하다. 약 7만 명 이상의 학생이 등록하고 있을 정도로 호주의 대형급 교육기관으로 성장했다.

방문단은 유럽과 남미 등 세계 각지에서 이 교육기관으로 몰려드는 이유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으며, 국내 대학 어학연수 프로그램 개선과 외국인 유학생 정책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현지 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향후 교류·협력을 약속했다.

호주 선진직업교육 벤치마킹 연수 방문단이 샤프스턴 칼리지 관계자들과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사진=김의진 기자)
호주 선진직업교육 벤치마킹 연수 방문단이 샤프스턴 칼리지 관계자들과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사진=김의진 기자)

이어진 이날 오후 일정으로 방문단은 ‘제임스 쿡 대학교(James Cook University)’를 찾았다. 제임스 쿡 대학교는 퀸즐랜드주 북부에 위치한 공립 대학교다. 퀸즐랜드에서 2번째로 역사가 오래된 대학교로, 연구·교육 중심 교육기관으로 명성이 높다.

사리나 루소(Sarina Russo) 제임스 쿡 대학교 이사장은 방문단을 환영하며 “우리 대학은 취업률이 매우 높은 학교로 유명하기 때문에 호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며 “강점을 공유할 대학 간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한국 주요 대학과 이미 관계를 맺고 있는데 혁신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방문단을 환영하며 소중한 인연이 세계 교육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제임스 쿡 대학은 최근 4년간 연속으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글로벌 현장학습 지정 공모기관’으로 지정됐다. 그간 국내 대학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글로벌 현장학습 81명 △파란 사다리 80명 △해외 어학연수 179명 △해외 인턴십 118명 △해외 취업 14명 등 성과를 거뒀다.

밤새 장거리 비행을 이어온 탓에 지칠 법도 하지만, 방문단은 2개 기관 방문에 이어 3번째 기관 방문까지 진행하며 첫날부터 강행군이었다. 몸은 지치지만, 혁신을 향한 이들의 열정이 피곤함을 이겨내고 있었다.

연수에 참여한 방문단이 첫날 마지막 방문 기관으로 찾은 곳은 호주의 대표 고등직업교육 기관인 TAFE(Technical and Further Education)였다. 방문단은 호주의 이 고등직업교육 기관이 어떤 방법으로 인력을 양성하고 있는지 탐방했다. 호주의 고등직업교육 성공 배경·비결을 확인하고, 국내 전문대를 포함한 고등교육 분야에 도입할 수 있는 전략·방법을 모색하고자 열심인 모습이었다.

방문단은 이튿날인 7일 퀸즐랜드주 정부 교육국, 브리즈번 시청 관계자 등과 간담회를 진행한다. 방문단은 이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며 호주 중앙·지방 정부가 고등직업교육 기관 졸업생의 취업을 촉진하고자 각각 어떠한 정책적 노력을 시행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이번 호주 벤치마킹 일정 동안 방문단은 호주를 대표하는 명문 교육기관인 시드니 대학교(University of Sydney)를 비롯해 토렌스 대학교(Torrens University), 그리피스 대학교(Griffith University) 등을 탐방한다. 호주 현지 대학에서 근무하는 취업·창업 지도 책임자와 면담을 진행해 졸업생 취업, 취업 후 관리 등 학교·산업체 간 협력 현황을 확인할 계획이다.

방문단이 호주 TAFE 퀸즐랜드 사우스 뱅크 캠퍼스를 방문해 대학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강연을 듣고 있다. (사진=김의진 기자)
방문단이 호주 TAFE 퀸즐랜드 사우스 뱅크 캠퍼스를 방문해 대학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강연을 듣고 있다. (사진=김의진 기자)

■ 왜 호주를 주목해야 하나 = 호주가 내실이 탄탄한, 교육계에서 주목하는 고등직업교육 선진국이라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면적은 넓지만, 대부분 사막으로 뒤덮여 사실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이 넓은 편은 아니고, 인구수(2569만 명)도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호주에서 평생·직업교육을 이수하는 학생 수는 약 400만 명으로, 이들 중 대부분은 25세 이상 성인 학습자다. 아르바이트 등 시간제(part-time job)로 일하는 학생들도 쉽게 평생·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등 평생학습에 대한 접근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리가 주목할 만하다.

또한 호주는 우리나라가 국가직무능력표준(NCS)를 도입할 당시 가장 많이 벤치마킹했던 나라로도 유명하다. 고등직업교육을 논의할 때 여전히 해외 선진 사례로 많은 언급을 받는 국가 중 하나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호주가 고등직업교육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 호주 정부가 국가 주도 고등직업교육 지원정책을 집권·정치 세력에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이어가는 점을 꼽는다. 우리나라가 정권 교체 시기마다 고등교육·직업교육에 대한 지원정책을 이리저리 뒤바꾸는 것과는 전혀 다른 점이다.

호주의 교육은 고등학교 이후에 직업교육(Vocational Education)과 고등교육(Higher Education)으로 나뉜다. 호주의 고등교육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대학’에서 담당한다. 다만 호주의 대학은 우리와 달리 대부분이 국립으로,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와 호주 간 차이점이 뚜렷한 것은 직업교육 분야에서다. 호주에서 고등직업교육은 주 정부의 지원을 받는 TAFE(Technical and Further Education)에서 실시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전문대가 학위를 수여하는 반면 호주는 자격을 수여한다. 물론 호주에서도 학사학위를 수여할 수 있긴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의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과 유사한 형태다. 호주에서 고등직업교육을 담당하는 기관들은 보통 RTO(Registered Training Organizations)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국가표준 교육·훈련을 제공하고 이수한 학습자에게 자격을 수여한다.

호주에서 제공하는 고등직업교육은 과정이수형 자격제도와 같은 방식으로, 누구나 쉽게 공인된 직업교육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교육·훈련을 제공하는 방법이나 내용에 차이가 존재할 수는 있지만, 자격마다 학습자가 입증하는 역량은 똑같기 때문에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받을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된 셈이다. 호주에서 고등직업교육 학습자는 역량을 입증하면 자격을 받고, 기업에서는 이 같은 자격을 기준으로 채용한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호주의 고등직업교육 제도를 통해 우리나라의 전문대가 앞으로 가야 하는 길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호주가 고등직업교육·훈련과정에 산업체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주는 산업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NCS를 도입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채용 과정도 정착시켰다. 아울러 고등단계에서 ‘직업교육’과 ‘고등교육’을 명확히 구분하고 각각의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사항을 따로 정의하는 엄격한 품질관리 시스템도 인상적이다.

호주는 ‘2년제’ ‘4년제’와 같이 수업연한으로 직업교육과 고등교육을 분류하지 않는다. 고등직업교육을 선택하는 것이 고등교육을 받을 능력이 모자라기 때문이라고 여기지도 않는다.

호주의 고등직업교육 발전의 원동력은 정권과 관계없이 이어져 오는 직업교육·훈련 육성에 대한 기조와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호주의 고등직업교육이 만병통치약은 아니겠으나 산업체 요구에 대응하는 고등직업교육 시스템, 평생교육에 대한 호주 정부의 책무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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