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전기·가스 요금 폭탄에 공과금 체납 위기 등 대학가 비명
“가스 사용량은 줄었는데 요금은 23% 증가”…가스요금 89% 뛴 대학도
대학가 “등록금 의존도 70% 이상 되는 현실, 등록금 외의 수익 창출 중요”
지역 기업과의 협력 모델 통한 재정 어려움 해소 방안 의견도 눈에 띄어
수익사업 비중 높은 영국의 ‘워릭대학’, 정부가 펀드 조성한 ‘일본 사례’ 등 참고해야

연이은 고물가, 고금리 행진에 급격한 난방비와 전기요금 인상 고지서가 대학가에 날아들면서 15년째 동결된 등록금으로 고사 위기에 처한 대학의 목을 조르고 있다.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제공)
연이은 고물가, 고금리 행진에 급격한 난방비와 전기요금 인상 고지서가 대학가에 날아들면서 15년째 동결된 등록금으로 고사 위기에 처한 대학의 목을 조르고 있다.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제공)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지난 1월에는 예산의 어려움으로 인해 연체료를 내더라도 2월달의 공과금 체납까지 고려할 정도로 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서울 소재 A사립대 기획처장)

“가스 사용량은 줄었는데 요금은 23% 증가했다.”(강원도 소재 B국립대 시설팀 관계자)

난방비 폭탄이 대학가를 덮쳤다. 연이은 고물가, 고금리 행진에 급격한 난방비와 전기요금 인상 고지서가 대학가에 날아들면서 15년째 동결된 등록금으로 고사 위기에 처한 대학의 목을 조르고 있다. 

본지 조사 결과, 전북 한 사립대의 경우 올해 1월 전기·가스 요금의 지난해 1월 대비 인상액은 1억 6500만 원에 달했다. 한 해 등록금 수입에서 인건비와 교내 장학금 등이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대학 입장에서 수억 원 추가 지출은 큰 부담이다. 등록금 의존도가 70% 이상을 차지하는 대학 재정구조 특성상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결국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가에서는 올해 초 교육부가 스크린 골프장과 대형 카페·식당 등 캠퍼스 내 설치할 수 있는 편익시설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 어느 정도 재정난 해소에 도움이 될 거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대학과 달리 수익 사업의 비중이 높은 해외 대학의 사례도 눈길을 끈다.

■ “공과금 체납 고려할 정도”…난방비 폭탄에 대학가 비명 = 서울 한 사립대는 지난달 전기·가스요금 고지서를 받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미 수도광열비는 2021년 대비 2022년 연간 총액 기준으로 약 32% 증가했는데 올해 수도광열비의 요금 인상 폭은 더 큰 탓이다.

이 대학 기획처장은 “예산의 어려움으로 인해 연체료를 내더라도 2월달의 공과금 체납까지 고려할 정도로 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또 다른 사립대도 고민에 휩싸였다. 이 대학의 지난해 전기요금은 41억6000만 원으로, 2021년 전기요금 35억3000만 원 대비 18% 증가했다. 가스요금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가스요금은 40억으로, 2021년 가스요금 20억 원에 비해 2배 올랐다.

올해 1월 전기요금은 3억71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3억1700만 원보다 17.2% 증가했다. 가스요금은 날씨에 따른 지난해 1월 사용량(601.385m3)과 올해 같은 달 사용량(38만1508m3)이 다를 뿐 사용량 대비 금액은 올해 1월이 1.34배 증가한 실정이다. 수익

이 대학 기획처장은 “작년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서 공공요금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에너지관리에 대해 관제처에서 현황을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정리해 보고서를 공유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강원 지역 한 국립대도 가스 사용량은 줄었는데 오히려 더 늘어난 금액을 납부했다. 이 대학의 지난해 1월 가스 사용량은 33만1967m3였지만 올해 같은 달 사용량은 31만1060m3로 줄었다. 그럼에도 가스요금은 지난해 4억527만 원에 비해 23% 증가한 4억9000만 원을 납부했다.

전북 지역 한 사립대도 막대한 인상 폭의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들었다. 이 대학의 지난해 1월 전기요금은 2억4300만 원이었지만 올해 같은 달 요금은 3억2600만 원으로 34% 증가했다. 가스요금은 더 심각하다. 이 대학의 지난해 1월 가스요금은 9200만 원이었지만 올해 같은 달 가스요금은 1억7500만 원으로 89% 뛰었다. 

경북 지역 국립대도 지난해 1월 대비 올해 같은 달 전기와 가스 요금이 각각 40%씩 오른 실정이다.

■ 대학 수익사업 규제 완화…재정난 숨통 트일까 = 이처럼 대학가를 옥죄는 재정난이 심화되면서 지난 1월 교육부가 발표한 수익사업 규제 완화가 대학의 숨통을 트여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월 스크린 골프장, 대형 카페·식당 등 캠퍼스 내 설치할 수 있는 편익시설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대학 캠퍼스에 설치할 수 있는 시설은 국토부령인 ‘도시·군 계획 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에 규정돼 있었다. 규칙에 따르면 면적 1000㎡ 미만인 식품·잡화·의류·서적을 파는 가게, 300㎡ 미만인 식당·카페·제과점, 미용실, 의원, 500㎡ 미만인 영화관 등이 캠퍼스 내에 들어설 수 있다.

교육부는 여기에 더해 스크린골프장, 1000㎡ 이상의 전기자동차 충전소, 300㎡ 이상인 식당·카페·제과점 등을 캠퍼스에 들어설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앞으로는 면적 제한 없이 일반 음식점 등 상업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대학가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 소재 A사립대 기획처장은 “대부분의 대학이 등록금 의존도가 70% 이상 되는 현실에서 등록금 외의 수익을 창출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대학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임대수입이나 캠퍼스 안의 자체수익이 중요한데 수익사업이 허용된다면 도움이 될 거다.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우리 대학의 경우 캠퍼스 부지나 지리적 위치를 생각하면 수익 사업 확대가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북 지역 사립대 기획처장도 “수익사업 확대를 통한 재정 확충이 대학 재정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 충청 지역 사립대 기획처장도 “수익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면 대학 재정에 도움이 된다”며 “사립대 같은 경우는 규제가 워낙 아무것도 못하게 돼 있는데 이러한 규제를 풀면 대학의 재정난 해소에 기여할 거라고 본다”고 보탰다.

수익사업을 허용한다 하더라도 기대효과는 미미할 거라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 소재 B사립대 기획처장은 “15년간 계속된 등록금 동결로 인해 대학은 교직원 처우와 노후시설 교체 등 운영을 개선할 수 없어 거의 고사 직전”이라며 “일부 수익사업을 허용한다 하더라도 선제적으로 투자가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수익이 나더라도 필요 예산 대비 그 규모는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등록금 인상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경북 지역 국립대 기획처장도 “대학마다 사정이 다른데 우리 대학의 경우 강의와 교육용 공간도 없는 처지라 수익사업할 공간은 더더욱 없다”며 “캠퍼스가 넓은 대학은 여유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대학은 외곽에 위치한 경우가 많은데 과연 어떤 사업체가 들어올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유휴건물이나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거라서 재정적으로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기업과의 협력에 나서는 사례도 있다. 나사렛대는 아파트주거지역에 둘러싸인 지리적 이점을 적극 활용해 지역의 대표기업인 현대자동차 전기충전소인 E-pit을 교내 유휴부지에 유치할 수 있다는 구상안을 제시했다. 전기자동차를 소유한 지역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기업인 현대자동차와의 실질적인 협력을 통해 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서다. 

■ “수익사업 비중 높고 정부가 펀드 조성한 해외 대학 사례 참고해야” = 결국 전체 재정수입의 53.3%를 차지하는 등록금 수입보다 수익사업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부가 나서서 대학을 지원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된다.

실제로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작년 말 발표한 ‘2022 사립대학재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 4년제 사립대 192곳이 임대사업 등으로 걷어 들인 교육부대수입은 8579억3400만 원으로 전체 재정수입의 4.6%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재정수입의 53.3%를 차지하는 등록금수입(9조9070억6000만 원)에 비하면 극히 낮은 비중이다. 

수익사업의 비중을 높여 자생력을 기른 해외 대학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영국의 ‘워릭대학’은 재정의 67%가 수익사업에 의한 대학이다. 정부 지원은 21% 정도밖에 안 된다. 학생들이 워릭 주식회사라고 부를 정도로 기숙사 건물은 방학이면 방문객에게 개방하고, 방학 내내 각종 학회를 유치하고 사용료를 받는다. 

정부가 나서서 대학 발전기금을 조성한 사례도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대책을 내놓으면서 10조엔(104조 원) 규모의 대학발전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는 2020년과 2021년 추경에서 각각 5000억엔, 6000억엔을 포함해 재정투자 등을 통해 총 5조5000억엔(57조2000억 원)을 확보해 2022년부터 운용하는 중이다. 여기에 추가로 민간의 기금 출연을 유도해 10조엔 규모로 키운 후 50년간 펀드를 운용한다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대학 지원에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대학 경쟁력 저하에 대한 위기의식의 발로에서다. 한국의 교육부와 과기정통부, 문체부를 합친 조직에 해당하는 일본 문부과학성이 2021년 7월 내놓은 ‘세계와 견주는 연구대학의 실현을 위한 대학펀드 자금운용의 개요’에 따르면 △연구력(양질의 논문수)의 저하 △박사과정 학생 감소 △젊은 연구자의 미래 불안정 △세계적 대학과의 자금력 격차 등을 일본의 대학경쟁력 저하 원인으로 꼽았다.

이에 따라 대학펀드의 가동을 통해 △재정 및 제도의 혁신적인 접근 △대학의 미래 연구기반 확보를 위한 안정적 자금력 강화 △세계적 대학에 상응하는 제도의 개혁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고바야시 타카유키 과학기술담당 장관은 “이 제도는 10조엔 규모의 기금을 운용해 그 이익을 대학에 배분하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구조라는 점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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