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즈(RISE, 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시범지역 선정 결과가 발표됐다. 비수도권 14개 시도 중 세종시를 뺀 13개 지역이 신청했는데 그 중 △경남 △경북 △대구 △부산 △전남 △전북 △충북 등 7개 지역이 선정됐다.

이번 선정에는 지자체의 ‘시범운영 의지’와 ‘대학지원 역량’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선정된 지자체에서는 대학지원 전담 부서를 연내에 설치해야 하고, 지역별 라이즈센터도 지정 운영해야 한다.

라이즈는 “지자체 주도로 지역발전과 연계하여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역대학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대학지원 권한을 확대하고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대학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변죽만 울려왔던 지역대학 지원사업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역사회의 혁신 주체로서 대학의 역할을 인정하고 명실공히 산학관연 협력 시스템을 통해 지역혁신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초기부터 강조해왔던 지방화 시대의 막을 라이즈로 여는 느낌이다. 지자체에 행·재정적 지원 권한을 이양하는 정부 의지가 강력해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큰 기대만큼 걱정과 우려도 크다. 라이즈에서 지자체의 ‘대학지원역량’과 ‘의지’는 핵심 요소이다. 그런데 각 지자체별로 재정 여건이나 조직역량, 그리고 산업 여건에서도 큰 차이가 있어 라이즈를 대하는 시각도 다르다. 이 차이가 추진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시범지역 선정에서도 발견되듯이 라이즈에 대한 지자체의 준비도와 의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지원조직과 재정마련에 있어서 중앙정부도 놀랄 만큼의 준비 태세를 보인 반면, 여건이 어려운 지자체에서는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신청서를 내긴했지만 ‘왜 이런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가’,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에게 짐을 떠 넘기는 것이 아닌가’라는 회의 섞인 반응도 감지됐다고 한다.

라이즈 사업을 보는 대학의 반응도 중요한데 일부 대학들은 라이즈로 지역 내 대학의 서열구조가 더욱 고착될 것이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지역혁신 플랫폼 사업인 리스(RIS : Regional Innovation System) 사업의 경우에도 총괄대학, 중심대학, 참여대학 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서열 관계가 존재하고 있었다.

중요 사항을 총괄대학 중심으로 운영하다 보니 단순 참여대학들의 불만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리스 사업에서 나타난 대학 간 서열 문제가 라이즈에서는 더욱 고착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한 재정지원을 받아 사업을 추진하던 대학들은 라이즈로 인해 기존 재정지원사업이 계속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으며, 간간히 국고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해 지원받아 온 대학들은 라이즈로 인해 ‘그런 기회가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아직 운영방안 등 정해진 게 없어 이런 우려들이 나오는 것이지만 준비 과정에서 이런 걱정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라이즈로 인해 안게 된 고민 중 하나로 대학입장에서는 ‘두 상전을 모시게 됐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지원에는 간섭이 따른다”는 말 그대로 앞으로는 교육부와 지자체 두 상전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학가의 이런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업무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며 제대로 된 업무 추진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대학이 ‘이중간섭’에 시달리지 않도록 세심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끝으로 지역혁신체계 안에서 지자체와 대학의 관계를 ‘수직적 계서관계’가 아닌 ‘수평적 협력관계’로 설정해야 한다. 지역대학은 지역 핵심 브레인들의 집합소다. 지역혁신의 방향과 핵심 의제를 설정하는 데 대학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대학에 하달하는 형식으로는 라이즈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적어도 지역혁신을 다루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에 그 지역 대학협의체의 장이 지자체장과 공동위원장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

이주호 부총리 말대로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 시범기간을 통해 하나씩 수정·보완해가면서 추진해 나가야 갈 것이다. ‘중앙에서 지방으로의 하방.’ 이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한 획기적인 혁신안이다.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2025년까지 2년여 시간이 있으니 잘 준비해서 지역발전과 대학의 경쟁력을 새롭게 신장시키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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