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우 울산과학대 부총장(세무회계학과 교수)

이남우 울산과학대 부총장(세무회계학과 교수)
이남우 울산과학대 부총장(세무회계학과 교수)

우리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기 위해 세금을 내고 있다. 각종 생활에서의 생명·신체와 재산의 안전을 지켜달라고,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는 교육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소외된 이웃을 돌봐달라고 우리는 세금을 낸다. 세금의 납부는 국가를 유지하고 국민 생활의 발전을 위해 공공재의 값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조세는 문명의 대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조세가 지난 10여 년 동안 등록금 동결로 생존게임에 내몰린 대학에 또 다른 재정 악화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대학 등 공익법인에 적용되는 종부세 세율이 두 배 가까이 오른 데다 공사 지연 등의 불가피한 사유로 대학들이 보유한 토지를 빈 땅으로 놔두기만 해도 종부세가 부과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다. 도시계획법이 시행되면서 공원 용지 등 도시계획시설 결정 고시 후에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이 시행되지 않는 경우 자동으로 해제하는 조치도 한몫하고 있다. 학교 용지 속에 임야가 있는 많은 대학은 도시계획시설 결정이 해제되면 바로 일반사용부지가 되어 종합부동산세가 매겨진다.

지난해 한국대학신문 보도(2022.4.7)에 따르면 “코로나 19로 학생들이 기숙사에 실거주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도 기숙사용 빌라에 종부세가 부과되는 사례도 확인됐다”라고 한다. 현행 세법은 대학 등 공익법인에 적용되는 종부세 세율은 1.2~6.0%다. 일반 법인보다는 사정이 조금 좋지만 0.5~3.2% 세율을 적용받던 2020년보다 세금 부담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대학이 토지(임야포함)를 취득한 날로부터 3년 내 교육 목적에 직접 사용하지 못할 때 공시지가의 6%로 종부세가 부과된다. 대학의 용지에 지번이 다른 임야가 있는 경우에 공시지가는 임야에 대한 공시지가가 아닌 학교의 대지로 보아 공시지가가 결정된다. 이는 매우 불합리한 조치다.

종합부동산세의 목적은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하여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여 부동산보유에 대한 조세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의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지방재정의 균형발전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법령으로 명시하고 있다. 대학이 보유한 토지는 투기와는 무관함에도 대학을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라고 보는 세제 자체가 문제다. 투기가 아닌 대학의 필수적인 대학 보유 부동산에 대해서는 종합부동세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탄력적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목적은 다르다. 목적이 다른 두 세금의 과세 대상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재산세는 지방세로서 그 목적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수요를 충족하는 데 있다. 그리고 종합부동산세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 즉 투기 방지가 목적이 있는데, 애초에 목적이 다른 두 세금을 연계해 놓은 것 자체가 매우 불합리하다. 목적이 다른 두 세금을 연계한 현행 세법을 손봐야 한다. 투기가 목적이 아닌 대학의 경우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해서 조세감면 또는 조세 부담을 낮춰 학교 교육이 부실화하지 않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종합부동산세의 부과는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그 비용들이 학생에게 전가 될 수도 있다.

세제는 그 시대의 현실에 맞게 자원을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몫을 조화롭게 배분하는 방안으로 모색돼야 한다. 세금은 인치(人治)가 아니라 법치(法治)다. 법의 집행이 공평한 나라, 기초질서가 정착된 사회, 정부의 정직성을 갖추고 믿을 만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국민이 부담하는 돈이 바로 세금이다. 세금으로 창출한 정부의 공공재가 이처럼 바람직하다면 국민들은 세금 납부에 대해 긍지를 갖게 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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