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성용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홍보팀장

방성용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홍보팀장​
방성용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홍보팀장​

“나에 대해 확신할 수 없을 때 불안했고 그때마다 ‘승리와 패배’로 순간의 상황을 결정짓는 게임에 의존했으며 일차원적 쾌락에 고착된 일상은 날 좀먹었다. 본 대학 진학을 결정했을 때 곱지 않은 시선들도 있었다. 졸업을 몇 달 안 남긴 지금 내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그래서 행복한가?’이다. 현명해질 필요가 있다. 대학은 과정일 뿐, 추구하는 삶의 방향은 무엇인지, 어떤 사회인으로 거듭나고 싶은지를 생각하고 인생이라는 도화지를 그려 나가야 한다.(이하 생략)”

“이상하게 설렜다. 합격 이후 지도교수님이 보내주신 학과 진로 자료서를 읽고 또 읽었다. 폭넓은 선택지를 보자 가슴 한 구석에 걸렸던 학구열이 들끓었고 대학 안간다고 몇 년간 고집부리던 내가 맞나 싶은 정도로 열정이 넘쳤다.(이하 생략)”

“부모님도 현재는 열심히 공부하며 행복하게 다니는 저를 보면 기뻐하십니다. 나에게 전문대란 열정을 선물해준 곳이며, 인생의 변환점을 준 곳입니다. 제멋대로 편견을 정해놓고 꿈을 포기하는 겁쟁이가 되지 말라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만약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도 전문대에 진학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전문대는 저의 내일에 열정을 주었기 때문입니다.(이하 생략)”

“나는 고등학교에 다니며 꿈도 없고 잠만 자는 아이였다. 매일같이 기름이 묻은 작업복을 입고 퇴근하는 아버지를 보면 항상 속상한 마음만 갖고 있었는데, 아버지께선 항상 힘들어하는 모습과는 반대로 승강기 전문가로 일하는 것에 깊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으셨다. 아버지는 이 직업은 많은 직업이 사라지지만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며 모든 건물이 고층으로 변하는 지금, 승강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었다고 얘기해 주셨다. 그 계기로 누군가에게 힘을 덜어주고 또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발이 되어주는 이 전문직 분야에 아버지와 같은 전문가가 되기 위한 대학입시를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이하 생략)”

위 내용은 작년 말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 진행됐던 ‘2022년 전문대학생 수기 공모전’에 제출한 응모자들의 글들 중 한 단락이다. 이번 칼럼은 위 공모전에 대한 몇 가지 단상이다. 사실 이번 공모전은 행정 업무를 하는 필자에게는 또 다른 일이자 연말에 마무리해야 하는 새 업무 중 하나였다. 그러다보니 공모전이란 말만 들어도 짜증이 났고 연말에 고생 복이 터졌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런데 공모전 응모 기간 내내 지원자들의 글을 정리하며 나에게는 작은 변화가 생겼다. 우선 인상을 찌푸리며 읽던 자세에서 바르게 앉아 집중하며 읽기 시작했고, 마지막엔 두 손을 모은 채 읽고 반추하며 내용을 음미하게 됐다. 이와 같은 행동으로 변화되게 된 이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기고문 제목 때문이었다.

많은 응모자들이 보낸 글에는 공통적으로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들의 글은 솔직했고 담대했으며 자신의 실패담, 가족 이야기와 현 대한민국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20대 등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리고 삶의 불안감 속에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생각도 담담히 적혀 있었다. 또 전문대학에 지원한 이유가 명확했고 앞으로 선택할 자신의 직업과 미래 사회 변화에 대해 세밀히 기술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군중 속의 고독’이란 말처럼 자신들의 이야기와 고민을 이런 기회를 통해 말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 고마움을 느낀다는 것도 새삼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수기 공모전에 나온 글들을 다 읽었을 때 필자는 어떤 자기개발서보다 훌륭한 책을 읽은 기분이 들었다. 삶에 대한 많은 교훈을 준 그들에게 감사함과 고마움도 느꼈다. 중요한 점은 ‘전문가를 만드는 힘’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으로 함께 하고 있는 전국 전문대학들의 교육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지난해 말 진행됐던 ‘수기 공모전’에 지원해 준 전문대학 재학생, 졸업생 그리고 만학의 성인학습자 분들에게 전문대학과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자긍심과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또 그들의 외로움이 더 나은 인연과 목표 등으로 해소되고, 앞으로 이 사회의 전문직업인으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끝으로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저도 정말 감사합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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