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향후 10~15년을 대학 혁신의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정하고 있다. 이 기간에 대학 체질을 완전히 바꿔 지역과 대학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그 대표 사업이 라이즈(RISE,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와 글로컬대학 사업이다.

두 사업을 추진하는 교육부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라이즈 사업 시범지역 선정이 마무리됐고, 글로컬대학 사업 공청회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두 사업 중 올해 안에 1차년도 대학 선정 평가가 이뤄지는 글로컬대학 사업에 대한 현장의 의견이 분분하다.

글로컬대학 사업은 비수도권 국·공·사립대학, 교육대학, 산업대학, 전문대학을 참가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일부 대학에서는 벌써부터 자기들과는 상관없는 ‘그림의 떡’이라는 냉소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대열에는 지역거점국립대학도 있으며 교육대학, 전문대학도 발견된다. 이들 대학은 대놓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사업 공청회 뒷마당에서 “애당초 자신들이 응모할 수 없는 사업”이라는 불평을 쏟아낸다.

지역거점국립대학으로서는 리스(RIS, 지역혁신플랫폼) 사업을 통해 지역혁신 허브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는데 생뚱맞은 글로컬대학 사업으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볼멘소리를 내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실상 국립대학들은 여러 사정으로 글로컬대학 사업에서 요구하는 혁신 프로그램 도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동안 국립대학 역할론에 입각해 인기 없는 기초학문을 유지해왔는데 그런 어려움은 외면하고 오직 혁신만을 높이 평가하는 동 사업 평가구조를 보고 자신들이 참가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고 우려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문대학가에서도 글로컬대학 사업이 ‘일반대학’을 위한 사업이고 한 법인 내에 대학과 전문대학이 함께 있는 ‘일부만을 위한 사업’이 될 수 있다는 불평이 나오고 있다. 동 사업 평가 구조가 특화된 공업계 전문대학과 예술, 콘텐츠 관련 대학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으며, 간호 보건 등 국가면허 관련 학과들은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아 불리하다는 소리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자칫 ‘들러리 서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글로컬대학 사업이 일부 대학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이유다.

사실 글로컬대학 사업 예비 지정 평가 기준은 혁신성 60점, 성과 관리 20점, 지역적 특성 20점으로 구성된다. 혁신성이 선정을 좌우하게 돼 있는 것이다. 혁신성은 4가지를 보는데, △‘혁신의 비전과 목표는 과감하고 도전적인가?’ △‘대학 안·밖, 대학 내부(학과, 교수)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혁신적인가?’ △한국의 대학혁신을 대표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혁신을 위한 걸림돌(저해요소)을 분석하고, 걸림돌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규제혁신 등)이 제시되었는가?’ 등이다. 4가지 기준 모두 대학으로서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내용이다.

현재 정부 일반재정지원 사업에 도전하는 대학은 어림잡아 330여 개 대학에 달한다. 이들 대학을 일차적으로 라이즈 체계로 묶는 작업이 한창이고, 그 중 일부 대학을 추려내 글로컬 대학으로 선정하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인 것 같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글로컬대학을 시작으로, 우리 대학이 도전 의식과 혁신 의지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경계를 허물고 담대한 변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범부처와 지자체가 함께 장벽 없는 지원을 해 나가겠다”고 사업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애당초 글로컬대학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대학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면 이 사업에서 소외될 수 있는 대학을 위한 ‘제2의 글로컬대학 사업’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현재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프랑스 등 OECD 교육 선진 국가들은 매년 수십만 명의 해외 유학생을 유치하고 있다. UNESCO ‘Global Education Monitoring Report 2020’을 보면 유학생 숫자가 많은 미국, 영국, 호주는 모두 교육적 포용성이 높은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학생들의 다양한 배경과 수준에 맞춘 교육 제도와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으며, 학생들이 서로 다른 인종, 문화, 성별, 장애 등에 관계없이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령인구 급감의 시대, 합계출산율이 0.78뿐이 안 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도 ‘교육적 포용성이 높은’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대학만으로는 힘에 부치고, 정부의 다양한 대학 지원 정책이 동원돼야 한다. 이제 ‘해외로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다. 정부가 ‘글로컬대학 사업’에서 소외된 대학을 위해 새로운 대학 지원 정책을 기획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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