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희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회장(삼육보건대 혁신기획처장)

박주희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회장(삼육보건대 혁신기획처장)
박주희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회장(삼육보건대 혁신기획처장)

챗GPT의 출현이 산업계를 흔들고 있다. 필자는 지난달부터 개인연구실에서 챗GPT와 대화를 하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챗GPT에게 “전문대학의 미래 조직은 어떻게 개편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니 금세 다음과 같은 네 개의 답변을 내놓았다.

첫째, ‘유연하고 혁신적인 조직 문화 구축’이라는 과제를 제시하며 동시에 ‘전문대학의 조직 문화를 유연하고 혁신적인 방향으로 개편하여 산업과 기술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또한 대학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조직 구성원들의 참여와 의견 수렴을 활성화하고 실패를 허용하며 배움을 추구하는 문화를 정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제안했다. 둘째는 ‘학교 운영에 대한 효율성 제고’, 셋째는 ‘인적 자원 관리의 개선’, 넷째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추진’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 얼마나 놀라운 혁신인가? 그동안 머릿속에만 맴돌며 정리되지 않았던 과제들을 순식간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는 비서를 월 20불에 채용했다는 사실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어서 대학에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적용해 볼 요량으로 필자가 속한 삼육보건대학교의 비전 문구인 ‘ACE’와 미션 문구인 ‘진심대학’을 주제로 대학 비전을 설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챗GPT는 이번에도 훌륭한 비전을 다음과 같이 제시해줬다. 먼저 비전에 대한 답변으로 ‘A: Advancement (진보) △대학 내부 시스템 및 프로세스 개선 △교육 프로그램 및 교육 방법 개선 △연구 인프라 강화 및 연구 성과 증진, C: Collaboration(협력) △국내외 대학과의 협력 증진 △산업계와의 협력 강화 및 산학 연구 프로젝트 활성화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한 사회적 책임 수행, E : Excellence(우수성) △교육, 연구, 사회적 책임 분야에서의 우수성 유지 및 강화 △국제적인 우수성을 인정받는 대학으로서의 명성 구축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인재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을 제시했으며, 미션에 대한 답변으로는 △첨단기술과 함께하는 현장 중심의 창의교육 △인성과 지성이 공존하는 지적인 인재 양성 △지역사회와 공생하는 대학 △세계화 시대에 대비하는 국제화된 교육체제’라고 답했다. 앞으로 학생들에게 그렇듯 AI에게 칭찬을 자주하게 될 것 같다.

이번에는 챗GPT에 영어로 질문을 던져보았다. “미국의 교육에서 인공지능 활용의 이점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으로 첫째, ‘AI가 AI 도구와 교육 소프트웨어를 통해 학생-교사 간의 더욱 긴밀한 상호작용을 지원할 수 있다’. 둘째, ‘AI가 교수자를 위해 정확한 평가와 수업 계획 및 준비를 지원할 수 있다’. 셋째, ‘AI는 교육 행정 및 관리 업무를 자동화하고 교육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AI는 학생들이 AI앱을 통해 자신들의 학업 성취도를 스스로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라고 답변했다. 정말 잘 정리되고 수준 높은 답변이 아닐 수 없다. 인공지능의 출현과 발전은 전문대학이 배출하는 전문 직업인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위험 요소로 판단될 수도 있지만 이는 인공지능을 두려워하고 피하기만 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인공지능 관련 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교육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을 능숙하게 다루는 디지털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앞으로 대학 인공지능을 얼마나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도입하고 활용하고 있는가는 대학 재정의 위기 속에서 교수자 한 명과 수십 명의 학생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넘을 수 있는 유일한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직업교육의 질적 측면을 향상시키고 미래사회의 수요를 겨냥한 혁신적 교육을 시행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본다. 따라서 전문대학 교육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전공과 상관없이 교수자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교육을 시행하고 학생은 인공지능에 대해 배우는 일이 매우 중요하고 시급해졌다.

이처럼 큰 변화에 대응함에 있어 개별 전문대학의 인력과 자원으로는 현실적으로 충분하지 않다. 이런 점을 알기에 현재 65개 대학이 컨소시엄을 이뤄 메타버스 연합체를 구축한 것과 같이 다수의 대학들이 뜻을 모으고 힘을 합쳐 인공지능을 활용한 교육 연합체를 구축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2020년 아시아교육협회를 중심으로 HTHT(High Touch High Tech) 교육모델을 통해 전문대학들이 협력한 사례가 있지만 향후에는 이와 같은 대학의 연합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연합한 대학 간 인공지능 빅데이터 구축을 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활용 단계에서 야기될 수 있는 개인정보 문제를 먼저 해결돼야 하며 정부의 많은 관심 또한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23년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기본계획 발표는 시기적절한 지원방안이었다고 판단된다. 그간 교육부에서 사전에 대학관계자들과 논의한 결과를 발표한 기본계획안들이 많았지만 이번 기본계획처럼 대학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해 반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많은 대학 관계자들이 이와 같은 교육부의 결정으로 인해 대학재정에 숨통이 트이게 한 것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제 대학은 정부의 지원을 중심으로 기본계획에 명시돼 있는 추진방향과 사업비 집행기준에 맞도록 대학의 혁신을 위한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해야하며, 동시에 미래 교육시장에서의 생존전략도 수립해야 한다. AI로 산업계 전반이 마주하게 된 새로운 변화가 오히려 준비된 전문대학에 기회가 될 수 있도록 AI 활용 대학교육연합체를 활성화할 때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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