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근열 연암대학교 총장

육근열 연암대학교 총장
육근열 연암대학교 총장

최근 교육 환경의 변화가 급격합니다. 대학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정부 부처의 새로운 교육 정책 전개도 빠른 양상입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교육 현장이 매우 분주하다는 것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필자는 이러한 교육 환경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점검과 확인을 해보며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된 두 개의 키워드와 함께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했더라면’입니다. 이 단어와 함께 기억되는 사례는 2007년 8월 29일 영국의 어느 경매장에서, 1912년 1522명의 희생자를 낸 타이타닉 침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생명의 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당시 경매장에서 9만 파운드, 현재 시세는 한화 약 1억 4000만 원에 낙찰됨). 이 열쇠는 당시 타이타닉의 이등항해사였던 데이비드 블레어가 갖고 있던 것으로 출항 직전 임무 교체되면서 후임자에게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망원경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열쇠가 없었던 선원들은 맨눈으로 전방을 살펴야 했고, 그 결과 빙산을 뒤늦게 발견하게 되면서 비극적 사고가 일어났다는 후문입니다. 

제가 비교적 상세하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1912년 사고 당시 이등항해사가 그 열쇠를 후임자에게 ‘제대로 전달했더라면’ 그리고, 전달이 안 되었다 하더라도 망원경 보관함에서 자물쇠를 제거하고 ‘망원경을 꺼내 시야를 확보했더라면’ 또, 다가오는 빙산의 주변을 먼저 항해하고 있는 배가 사전에 위험을 알렸는데 ‘그 내용을 즉시 확인했더라면’ 즉, 3번의 ‘했더라면’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3번의 ‘했더라면’ 가운데 한 가지라도 실행이 되었다면, 비극적인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저는 업무를 하면서 위의 3가지 사례 ‘했더라면’을 자주 상기하며, 소홀히 여기는 부분이 없었는지 자기 점검과 확인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본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이럴 줄 알고’입니다. 이 단어가 왜 중요한지를 본격적으로 살펴보기에 앞서, 최근 정부는 지방대학 시대를 천명하면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려 합니다. 대학지원의 행·재정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 및 이양하고 지역발전과 연계한 전략적 지원으로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추진하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신속하고 과감한 교육정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고지원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지자체의 대학 지원부서와 소통하며 느낀 점은 지자체의 일선 행정부서에서 새로운 국고 사업의 내용과 실체에 대해 충분한 인식이 필요하고, 홍보가 이뤄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교육정책을 전개하는 데 있어 예상되는 문제점과 이슈를 사전에 점검하고, ‘이럴 줄 알고’ 이해관계자(예를 들면, 지자체의 대학지원 담당하시는 분)께 흔히 이야기하는 참여의 폭을 확대해 공감대 형성이 충분히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이는 지자체의 대학지원 일선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분들의 의견이기도 했습니다.

‘이럴 줄 알고’는 ‘했더라면’과 반대로 앞으로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준비된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럴 줄 알고’의 관행이 정착되면 또 다른 측면에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는 문화가 형성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새로운 교육정책과 대학 행정이 지속성과 일관성을 갖고 전개·운영된다면 이를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자가 높은 예측 가능성을 갖게 됩니다. 사전에 계획을 명확하게 수립함과 동시에 상세한 부분까지 점검과 확인을 잘하는 것이야말로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의 지름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2016년 연암대학교 총장으로 부임하면서 매년 신년사에 우리 교직원분들께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두 가지 당부 말씀을 드리고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 교직원의 ‘본연의 역할’과 함께, ‘국내 최고의 차세대농업기술 선도대학’이라는 대학의 비전 실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본연의 맡은 역할과 책임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고민하며 역량을 총결집해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역할 수행과 목표 달성에 있어서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한 ‘간절함’과 ‘절박함’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일관성 있게 우리 대학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주실 것을 당부드리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 구성원에게 지속적이고 일관된 메시지를 통해 대학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독자분들께서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이해한다’는 뜻의 ‘Understand’는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추어(Under)’ ‘서야(Stand)’ 한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이 같은‘Understand’ 의미에서 새로이 전개되는 교육정책이 이해관계자의 원활한 소통과 참여를 통해 공감대 형성의 폭이 확대되길 바랍니다. 또한 ‘이럴 줄 알고’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교육부가 추진하는 새로운 교육 혁신 정책으로 모든 대학이 차별화된 강점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성공적인 정책으로 안착되기를 간절함과 절박함 속에서 기대하고 응원하는 바입니다.

특히 ‘글로컬 대학 30 추진방안’ 정책은 지역발전 전략과 연계해 특화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적 지역대학을 육성하는 사업입니다. 2023년부터 시작해 5년간 장기계획을 가지고 선정된 대학 1곳에 5년간 총 1000억 원을 지원하는 대규모 핵심 투자 계획입니다. 기본적 목표가 명확한 만큼, 지속성과 일관성을 갖추고 교육정책의 전개와 집행에 관련된 대학과 지자체의 참여와 소통이 원활하게 되어 ‘예측 가능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표적 성공 사례 가운데 하나로 안착되기를 바랍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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