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엽 대전과학기술대 경찰경호학과 교수

이종엽 대전과학기술대 경찰경호학과 교수
이종엽 대전과학기술대 경찰경호학과 교수

2023년 봄! 4년 만에 찾아온 대면 개강에 대학가도 단계적 일상회복에 맞춰 조금씩 활기를 찾고 있다. 하지만 지방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캠퍼스를 거니는 학생들을 보고 있자니 대학가의 봄에 대한 상념에 젖어 본다. 

2019년 필자의 졸고(수요논단/벚꽃이 피는 봄에 전문대학을 생각한다. 2019년 3월 20일)에서는 향후 대학가에서 발생할 입학자원 급락의 우려와 대책 마련에 대한 걱정을 글로 담아냈다. 하지만 2023년 봄에는 이미 그 걱정이 현실화됐고 무력감에 빠진 혼돈 상태에 있다고나 할까. 

이제 와서 입학자원 고갈에 따른 지방대학가의 걱정과 문제에 대한 논의는 어찌보면 식상하다. 어디에서부터 논의의 실타래를 풀어야 할까? 하나의 문제상황은 반드시 하나의 단순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지도 않으며, 그와 관련된 요인들과 해결 또한 단순하지 않은 것이 작금의 고등교육  현실이다.

지방 및 지방대학가에 닥친 문제의 원인에 대한 논의의 실타래를 국가 차원의 대학 교육 생태계적 시각에서 진단해보면, 몇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겠다.

첫째는 오래 전부터 당연하게 생각해 온 수도권 집중문제로 대한민국은 지정학적으로 국토면적이 좁아서 중앙에서 모든 국토를 집중 관리할 수 있는 여건 속에 있다. 더욱이 교통 및 통신의 발달은 이 같은 집중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다른 국가도 중앙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나라만큼 초집중화 현상 및 역기능이 발생하지는 않고 있다.

둘째는 중앙과 지방의 불균형 문제인데, 이는 1945년 해방 이후 70여 년이라는 짧은 기간을 통해 경제발전의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채택한 불균형 발전전략의 여파로 중앙과 지방의 불균형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의 중앙과 지방의 불균형 상황(주택 및 토지가격, 보수수준,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 본사와 지사관계 등)과 각종 문화 및 복지차원에서의 불균형이 가속화되고 있다.

셋째는 심각한 인구감소 현상으로, 세계 1위의 인구감소율이라는 기록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결혼이나, 출산, 그리고 후속세대에 대한 기대와 책무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입학자원보다 대학모집 정원이 더 많은 상황에서 수도권대학의 모집정원만으로도 대학입학자원을 감당할 수 있는 현실에 처하다 보니 지방대학에의 충원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미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지방에 있는 대학의 존립은 사실상 쉽지 않은 현실이다.

넷째는 고질적인 학벌우선주의 문제다. 소위 ‘SKY(서울·고려·연세대)대’, IN서울, 4년제 대학 우선주의는 역사적으로나, 사회구조상 어쩔수 없이 인정하고 지내온 것이 현실이라고는 하나, 이로 인한 부정적 역기능들에 대한 개선 내지 해결의지가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수도권 대학 중심의 학벌우선주의는 궁극적으로는 국가 전체적 차원에서의 균형적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다섯째는 성공을 위한 취업(일자리) 집중문제로 각종 대기업, 정규직,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취업자리가 주로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대한민국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수도권을 향하고 있다. 지방에서 취업하고 있는 젊은이들은 공무원, 수도권 본사의 지방지점 근무직, 일부 전문직 등을 제외하면 지방의 중소기업, 낮은 보수의 일자리, 비정규직 등에서 근무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열악한 취업 상태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언급한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지방에는 젊음이 없다’로 요약된다. 우리 사회에서의 성공을 위해, 대학진학을 위해,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취업자리를 위해 모든 ‘젊음’이 수도권을 향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문제를 분석해보면, 역사적으로나 사회구조적으로 나타난 수도권 집중현상과 어쩔수 없이 채택한 중앙-지방 불균형 발전전략이 초래한 결과다.

여기에 세계 1위라는 인구감소 현상까지 동반되며, 지방에는 이제 젊은이가 없고, 지방의 대학들이 존폐위기에 당면해 있다. 이에 따라 젊은 문화가 없는 ‘노잼도시’가 등장하고 지역경제가 흔들리며, 인구감소지역의 지방자치단체 폐지 및 통합 등이 현실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 각 부처별로 지방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시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교육부만 하더라도 LiFE사업, HiVE사업, RISE시범사업, 글로컬대학 사업 등 각종 국고사업을 통해 지방자치체와 지방대학 간의 연결고리를 통해 지방정주 인재육성과 지방살리기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균형적 국가발전을 추진하고 ‘지방살리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달라야 한다. 또한 각 부처 시책이나 사업들이 실제적으로 목적 달성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국가의 총체적 개혁 의지와 혁신적 추진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까지 말로만 풍성했던 개혁성 선언, 단기적 시각에서의 일과성 사업추진, 부분적 단편적 시각에서의 분석과 판단을 극복해야 한다. 

이런 조건들이 전제될 때, 비로소 실제적인 ‘사회적 변혁’을 도모할 수 있다. 다시 한번 2023년 봄에 ‘지방에서의 젊음’을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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