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박성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대학이 위기에 처했다. 학령인구가 입학정원에 미치지 못하게 됐다. 2021년부터 미달이 본격화됐다. 사립대학의 미충원 인원이 2만 9000여 명(2022년 등록기준)에 이른다고 한다. 예견된 위기였다. 십수 년간 저출생률 대책이 쏟아졌지만, 효과는 없었다. 가임 여성 1명당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2022년 0.78로 줄어들었다. 세계 최저 기록을 다시 넘어섰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위기는 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요구된다. 우선 두 가지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사립대학 구조개선을 위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이태규 의원 대표발의안과 정경희 의원 대표발의안이 위원회 심사 중이다. 두 법안의 기본 골자는 대동소이하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사립대학구조개선심의위원회’를 통해 학교법인과 대학의 구조개선을 추동하고 있다. 위원회를 교육부 장관 소속으로 하는지 혹은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두는지 세부적인 차이는 있으나, 위원회를 통해 대학에 대한 재정진단, 경영위기대학 지정, 폐교·해산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는 본질적인 설계는 다르지 않다.

경영위기대학 지정은 법안의 핵심 장치다. 사립대학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시설·교직원·학생 등을 유지하기 위한 재원 확보가 곤란한 상태에 이르러 구조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지정되도록 했다. 경영위기대학으로 지정되면 단계적인 후속 조치가 예정돼 있다. 우선 구조개선이행계획 제출을 요구받을 수 있다. 재정기여자 유치 등 재무구조 개선, 학부·학과 통폐합, 대학 간 통폐합에서부터 폐교 또는 학교법인의 해산까지 이행계획에 포함될 수 있다.

이행계획이 승인되면 이행계획에 따른 구조개선 조치 이행실적을 보고해야 한다. 이행실적 점검 결과에 따라 시정명령을 받을 수도 있다. 시정명령이 이행되지 않으면 구조개선 명령까지 받을 수도 있다. 구조개선 명령은 학생 모집 정지, 폐교, 학교법인의 해산과 청산을 아우른다.

대학의 입장에서 경영위기대학으로 지정되는 일은 중대한 불이익이 될 수 있다. 빈번하게 소송으로 비화하는 일을 예방하기 위해 절차적·실체적 적법성을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경영위기대학 지정 여부를 심의하는 기초가 되는 재정진단 지표가 사전에 구체적으로 공표돼야 할 것이다. 심의 결과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학내 교원과 직원, 학생과 같은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가 포함되면 더 바람직할 것이다. 경영위기대학으로 최종 지정되기 전 예비 결과에 이의제기해 재심의하는 절차를 법률에 둔다면, 처분 후에 분쟁으로 소모되는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경영위기대학 지정 이후에 발하게 되는 시정명령과 구조개선 명령도 발령 요건을 더욱 분명히 해야 한다.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도록 통제될 필요가 있다. 자칫 폐교와 해산명령으로 가는 형식적 수순이 되지 않도록, 민관이 협력해 위기에서 탈출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여러 이해관계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경희 의원 대표발의안에만 담긴 차별화된 제도는 자진 해산과 해산장려금이다. 학교법인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경영악화를 사유로 자발적으로 해산하고자 하는 경우, 이때 자진해 해산계획서를 작성하고 해산할 수 있는 요건을 정했다. 나아가 잔여재산이 사학진흥기금의 청산 지원계정으로 귀속되는 경우라면, 귀속재산의 100분의 30 이내의 범위에서 잔여재산 처분계획서에서 정한 자에게 해산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학령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를 부여해서라도 자발적인 해산을 독려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두 법안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과 협력을 끌어내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소 형식적 선언이 있을 뿐이다. 즉,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역 교육여건 개선 및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경영위기대학의 구조개선 조치 이행에 필요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이 미흡하다. 그 밖에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공익사업을 위해 토지 등을 매수·임차하려는 경우에는 폐교되는 학교 또는 해산되는 법인 재산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정할 수 있으나,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폐교나 해산으로 접어든 대학에 대한 사후적 조치일 뿐 아니라 여러 복잡한 사업성을 따질 수밖에 없는 개발사업이 진행될 때 이러한 조항이 정책 판단에 주요한 의미를 지니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학의 위기는 지방에서 더 심화하고 있다. 지방 대학의 몰락은 지역 경제와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다. 수도권 집중의 악순환이 더 빨라질 것이다. 지방 대학과 지자체가 위기 극복을 위해 긴밀히 공조할 수 있는 적극적인 지원 제도를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대학의 구조개선이 방어적 극복 방안이라면, 두 번째는 더 능동적인 대응책으로 해외 유학생 유치를 위한 법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해외 유학생 유치에 필요한 홍보, 입학 지원과 사정, 학사제도 등의 근거가 되는 별도의 법과 제도가 미비하다. 해외 유학생들은 국내 학생들과 상황과 처지가 다를 수밖에 없다. 해외 홍보, 입국과 입학허가, 학사관리 등에 맞춤형 규율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해외 유학생 관련 입법은 공백으로 남겨져 있다.

구조개선 방안처럼 대학들의 해외 유학생 유치를 법률로 다루고 지원하는 논의를 해야 한다. 각 대학이 해외에서 박람회를 열거나 외국 대학과 협약을 맺는 각자도생의 방식으로는 한계가 크다. 가령 해외 유학생 유치를 위한 홍보비 내지 수수료 지출은 사립학교법과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반하기 쉽다. 법률상 특례로 대학의 권리를 규정하고 지원의 근거를 갖춰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 및 어학연수생 표준업무처리요령’ 내지 ‘유학생 사증 발급 및 체류 관리 지침’과 같은 행정규칙에만 맡겨 두면 대학들이 자율적 권리를 행사하는 근거가 되기에 부족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대학을 지원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 우선 관련 법안부터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우리 대학이 안으로는 구조개선으로 내실을 다지고 밖으로는 우수한 해외 유학생을 폭넓게 받아들여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를, 관련 법률이 이러한 정책을 뒷받침하는 튼튼한 토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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