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규 서령고 교사

최진규 서령고 교사
최진규 서령고 교사

사람들은 술을 친구처럼 대한다. 기뻐서 한 잔, 슬퍼서 한 잔, 일이 잘 풀려서 한 잔, 일이 꼬여서 한 잔, 삶이 무료해서 한 잔, 또는 아무런 이유가 없이도 술을 마신다. 이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 살아가다 보면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데 술이 그 역할을 잘 해주기 때문이다.

술은 지역적 특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라마다 기후와 문화가 다르기에 재배하는 작물이나 즐기는 음식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세계 여러 나라와 각 지역에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빚어내는 술이 고유한 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소주나 막걸리는 물론이고 맥주, 와인, 위스키, 보드카, 백주, 사케 등 각 나라와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주의 종류도 다양하며 일부 전통주는 세계인이 즐겨 마시는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프랑스 하면 와인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와인은 이미 세계적인 명주(名酒)의 반열에 올라섰고 그런 의미에서 와인은 세계 곳곳에서 지역의 기후와 풍토에 맞는 포도를 재배하고, 이를 바탕으로 독특한 양조 과정을 거쳐 새로운 맛을 지닌 제품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통주인 소주와 막걸리를 세계인의 기호에 맞게 고품질의 주류로 탄생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의 전통주를 우리의 풍토와 문화에 맞게 변용하는 등 주류산업의 다각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여행을 다녀본 사람들은 한번쯤 양조장을 방문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케로 유명한 일본이나 맥주의 독일, 위스키의 영국, 와인의 프랑스 등을 가면 양조장을 관광 상품에 포함하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양조장과 그 안에서 술을 만드는 전문 기술자는 해당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엿볼 수 있는 현장 체험형 상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우리나라도 김포의 문배주, 홍천의 옥선주, 서천의 소곡주, 경주의 교동법주, 칠곡의 설련주, 김제의 송순주, 제주의 오메기술 등 지역을 대표하는 명주가 곳곳에서 사랑받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양조장도 1200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외국처럼 관광상품화 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 또 독특한 맛을 지닌 술을 만드는 사람을 명장(名匠)으로 대우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어 주류 및 양조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주인공으로 우뚝 설 수 있다.

- 세계주류양조과에는 어떤 자질과 능력을 갖춘 학생이 지원하나.
“술은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기호품이다. 잘 마시면 건강이나 인간관계에 도움이 되지만 과하면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단순히 술을 좋아한다고 해서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원두 고유의 향과 밀도를 음미하면서 커피를 즐기는 것처럼 술도 커피처럼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세계화할 수 있는 지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고등학교에서 술과 관련된 동아리는 현실적으로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유사한 흥미를 갖고 있는 친구들과 함께 자율동아리를 만들어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면서 장단점을 파악해 보는 것과 함께 술의 맛과 향을 좌우하는 발효 관련 효모 및 효소의 역할에 대한 원리와 지식을 쌓는 것도 필요하다.”

대경대 세계주류양조과
대경대 세계주류양조과

- 세계주류양조과의 잠재적 발전가능성은.
“지난해 국내 소주 소비량은 22억 9000만 병. 1인당 평균 52.9병을 마신 셈이다. 시장만 놓고보면 4조 원에 가깝다. 물론 맥주 등 다른 술을 포함하면 그 규모는 훨씬 커진다. 소주도 과거와는 달리 도수는 낮추고 젊은층의 취향에 맞는 맛과 향을 가진 제품으로 속속 개발되면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와인이나 맥주도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게 새로 개발해 오히려 원산지 제품보다 더 사랑받는 경우도 많다. 사회가 복잡하게 발전할수록 더욱 더 다양한 형태의 술을 요구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 분야의 전문가로 일하는 것은 보람과 함께 경제적 보상까지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어떤 과목으로 구성돼 있나.
“교양과목은 창의인성교육, 자기주도형 진로설계, 리더십 챌린지, 의사소통능력, 직업윤리, 전공직무봉사 등으로 구성된다. 전공과목은 전통주 제조, 수제맥주제조, 글로벌 주류 실무, 와인소물리에, 주류음료발효학개론, 양조장 위생관리, 포도농장, 주류음료캠스톤디자인, 안주페어링, 과실주 제조, 글로벌 주류 실무, 증류주·리큐르주 제조실습, 현장관리실습, 고객응대실습 등을 배운다.”

- 학과에서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은.
“국제소믈리에 자격증(CSW), 소믈리에 1·2급 미국호텔협회(AHLA)소믈리에, 국제비어소믈리에 자격증 미국(CICERONE), 브루마스터(Brew Master), 바텐더 자격증, 조주기능사, 칵데일 믹솔로지스트, 음주문화관리사, 칵데일 프레어마스터, 주조사, 전통주마스터 등을 취득할 수 있다.”

- 졸업 이후 어떤 분야로 진출이 가능할까.
“졸업 후 소규모 주류제조업(맥주·전통주), 주류전문판매업 창업, 대기업 주류 및 음료회사, 국내·외 특급호텔 및 리조트 식음료담당, 수제맥주전문 펍, 특수주류 유통 대리점, 대형할인매장, 백화점 주류코너 등으로 진출할 수 있다.”

- 세계주류양조과 관련 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전문대학은.
“동의과학대에 양조발효과가 개설돼 있으나 세계주류양조과는 대경대에만 설치돼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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