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성균관대, 올해 입시부터 자연계 지원 시 수능 필수 응시과목 폐지
‘의·치·한·약’ 이화여대·순천향대·경상국립대 등에서도 문과 학생 지원 허용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문·이과 통합 수능’이 3년째 계속되며 정시에서 이른바 ‘이과생의 문과 침공’이 교육계에서 논란이 되는 가운데 문과생들도 자연계열 학과에 교차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본 대학들이 나오고 있다. 물론 현 방식의 통합 수능 체제가 유지되는 한 문과생이 불리하다는 지적은 피하기 힘들어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표준점수를 거두고도 ‘수능 필수 응시과목’ 규정 때문에 자연계 지원이 막혔던 고득점 문과생들에겐 도전해볼 만한 선택지가 늘어난 셈이다.

5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서강대와 성균관대는 올해 입시에서 인문계열 학생의 자연계열 학과 지원을 허용하도록 입시제도를 수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까진 문과 학생의 경우 자연계열 지원 시 요구하는 수학·과학탐구 필수 응시과목 규정에 막혀 지원할 수 없었지만, 이 규정을 폐지해 앞으론 문과생도 자연계에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강대는 올해 입시부터 수시·정시모집에서 문·이과 교차지원을 전면 허용했다. 통상 문과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선택과목 ‘확률과통계’와 사회탐구 과목 성적만 가지고도 이공계 학과에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다. 다른 대학들에선 이공계 학과에 지원하려면 수학 선택과목으론 ‘미적분’ 또는 ‘기하’를 응시하고 과학탐구 과목을 선택해야만 지원이 가능하다.

성균관대도 이번 대입에서 자연계열 지원에 필요한 수학 선택과목 규정을 폐지했다. 다만 수시모집의 경우 학생부교과·논술 전형에 지원할 때는 인문계열은 사회탐구 1과목 이상, 자연계열은 과학탐구 1과목 이상을 응시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이른바 ‘의·치·한·약’으로 불리는 약대·의대·치대·한의대 중에서도 인문계열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는 대학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의·치·한·약’ 계열 학과를 가진 대학 중 수학·과학탐구 응시과목 규정을 두지 않아 문과 학생의 지원을 허용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가톨릭관동대·건양대·경상국립대·성균관대·순천향대·이화여대 의과대학은 수학에서 ‘확률과통계’를 응시한 수험생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가톨릭관동대·성균관대·순천향대·이화여대 의과대학은 지원 시 사회탐구 점수를 제출해도 된다. 원광대 치과대학, 인제대 약학대학 역시 수학 ‘미적분’ ‘기하’ 응시자뿐 아니라 ‘확률과통계’ 응시자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계에선 이 같은 대학 움직임에 ‘의·치·한·약’ 계열을 포함한 이공계에 문과생의 교차지원 기회가 넓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통합수능 체제에서 문과생은 이과생보다 상대적으로 수능 표준점수가 낮은 경향을 보이는 만큼 실제 합격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인문계 최상위권 성적을 보유한 학생의 경우 이과생과의 표준점수 경쟁에서 자신이 있다면 지원을 고려해볼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문과생이 주로 선택하는 수학 ‘확률과통계’는 고득점을 받기 어려워 문과생이 불리한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이어 “수능 제도의 한계로 빚어지는 표준점수 격차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문과생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긴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라며 “대학별 응시과목 규정 변경보단 제도적·구조적 차원의 개선이 더욱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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