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교수.
이동환 교수.

[한국대학신문 이정환 기자] 서울대학교 화학부 이동환 교수 연구진은 하나의 벤젠 고리로 이뤄진 아주 작은 백색광 발광체를 발명했다. 간단한 분자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다중 형광 현상의 광물리학적 메커니즘을 밝혀내고, 백색광 조명 장치와 세포 이미징에 이용한 이 연구는 경북대 최철호 교수 연구진, 서울대 이남기 교수 연구진과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국제 학술지인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온라인으로 발표됐다.

백색광은 모든 색의 혼합물이다. 인공적으로 백색광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색, 녹색, 청색 발광체를 적절한 비율로 섞어야 한다. 공학적 측면에서 생각해 볼 때, 하나의 분자가 여러 파장 영역에서 동시에 빛을 낼 수 있다면 문제는 쉬워진다. 하지만, 이러한 다중 형광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분자가 들뜬 상태에서 여러 개의 안정된 구조를 가져야 하기 때문에 복잡한 물질 설계와 어려운 합성이 필요하다. 큰 분자는 구조적 복합화는 쉬울지 모르지만, 고체상에서는 응집을 통해 발광 특성을 잃거나, 용해도가 낮아 용액 공정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

그림 1. 들뜬 상태의 수소결합과 양성자 이동을 통해 이중 형광이 나오는 원리.
그림 1. 들뜬 상태의 수소결합과 양성자 이동을 통해 이중 형광이 나오는 원리.

크기가 작은 형광체는 이러한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여섯 개의 탄소 원자로 이뤄진 벤젠 고리 주변에 수소결합 주개-받개를 도입한 분자를 설계하고, 수소결합 주개의 산성도를 정교하게 조절해 이중 형광성을 갖는 벤젠 유도체 라이브러리를 합성했다. 강한 수소결합을 이루는 분자에서 백색의 이중 형광이 나오는 원리를 알기 위해 이론/계산화학 연구를 수행했고, 들뜬 상태의 벤젠 고리의 반방향족성(antiaromaticity)을 해소하기 위해 수소결합이 강화되거나, 양성자 이동이 촉진되는 두 가지 형태의 구조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 분자는 백색광 발광 장치에 공학적으로 이용하거나, 생체 조영과 약물 전달에 사용되는 플루오린화탄소 나노방울에 넣어 세포 이미징에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림 4. 고체상 발광 특성을 활용해서 제작한 백색광 발광 장치.
그림 4. 고체상 발광 특성을 활용해서 제작한 백색광 발광 장치.

어려운 일을 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흔히들 생각한다. 작고 간단한 구조로 힘든 일을 해내는 분자가 우아한 이유다. 화학자는 이러한 ‘최소 작동 원리’

에 대한 근원적 호기심으로 연구를 한다. 이번 연구는 방향족성(aromaticity)의 전환이 분자의 구조 변화를 일으키는 원리를 밝히는 기초연구에서 시작해서, 벤젠 고리 하나로 이뤄진 작은 분자로도 백색광 발광이나 세포 이미징 같은 실용적인 응용이 가능함을 보임으로써 기능성 분자의 새로운 설계 전략을 제시했다는 데 중요성이 크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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