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한국교육학술정보원 교육데이터센터장)

장상현(한국교육학술정보원 교육데이터센터장)
장상현(한국교육학술정보원 교육데이터센터장)

유발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그의 저서 《호모데우스》에서 ‘데이터이즘(Dataism)’을 언급했다. 데이터이즘은 인류가 결혼, 투표, 수술, 경제적 거래 등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자신의 감정과 판단보다 모든 정보를 분석한 인공지능의 의견을 따를 가능성이 점차 커져서 앞으로 인류는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사용한 기술을 신과 같이 섬기게 될 것이라는 현상을 칭한다. 

일반적으로 데이터는 잘 정리되지 않은 원천 자료로서 처리 대상이 되는 기록인 반면, 정보는 ‘가공 처리하여 유용한 형태로 잘 정리된 것’이라고 정의한다. 최근 생성형 AI가 텍스트, 사운드, 이미지, 영상 등의 데이터를 알고리즘으로 가공해 개인에게 유용한 정보로 만들어(Transform) 주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담겨져 있는 공간을 디지털플랫폼이라고 한다.   

2011년 데이비드 뉴먼(David Newman)이 쓴 가트너(Gartner) 보고서에서 ‘데이터 경제(Data Economy)’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했고, 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플랫폼 기업이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으며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과 BATH(Baidu, Alibaba, Tencent, Huawei)와 같은 미국과 중국의 메가테크 기업들이 치열하게 플랫폼 전쟁을 하고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도 데이터의 개방과 활용을 적극적 장려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국민에게는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업이 공공 데이터를 사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데이터 기반의 증거(Evidence)를 활용해 과학적 행정을 할 수 있도록 대통령 직속으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를 설치한 바 있다. 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학교교육을 혁신하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데이터 기반 교육 혁신의 주요 이점 중 하나는 개별 학생을 위한 학습을 ​​개인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교수자는 각 학생의 강점, 약점 및 학습 스타일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이 정보는 각 학생의 특정 요구에 맞게 학습 경험을 조정하는 데 사용될 수 있으며, 이는 더 나은 학업 성과와 더 높은 수준의 학생 참여(학생 성공)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직감과 경험에만 의존하기보다 교수자는 데이터를 사용해 교육 활동에서 증거 기반으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따라서 이를 통해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교육 방법을 디자인하는 것은 물론 학생의 진행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과거 전통적 교육은 교수자 1인이 다수의 학생을 지도하는 1:N의 관계였다면, 3차산업혁명으로 원격교육이 보편화되면서 교수자와 학습자의 관계가 거꾸로 N:1로 바뀌었고 학습자가 교수자를 선택하는 상황이 되었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교수자는 AI조교를 활용해 N+1:1의 개별 맞춤학습을 지원하는 체제로 나아갈 수 있다. 데이터를 활용하면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있거나 이념의 벽으로 추진이 어려운 교육정책도 일관성 있고 과학적으로 추진할 수도 있다. 대학의 경영환경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대학 내외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도구가 IR(Institutional Research)이다. 많은 대학들이 혁신 조직에 IR 기능을 추가하고 있으나 아직 초보 단계이며 데이터를 분석할 전문인력을 보유하지 못한 상황이다. 

챗GPT3.5가 1750억 개의 속성데이터(Parameter)를 사용했고 한 달 만에 추가 발표된 챗GPT4.0은 100조 개까지 파라미터를 확대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 AI를 학습시키기 위해 더 많은 데이터가 있으면 좋겠지만 데이터를 수집하는 단계에서 표준화해 정제된 데이터를 학습한다면 생성되는 정보의 정확도와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다. 이는 그럴듯한 거짓말을 진짜처럼 지어내기도 하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교육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선결돼야할 조건이다. 데이터는 21세기 기름과 같다. 데이터를 많이 보유한 국가가 부와 권력을 갖게 될 것이고 AI를 사용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Gap)은 더 벌어지고 승자가 독식(Winner Takes All)하는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다. 

장석권은 그의 저서 《데이터를 철학하다》에서 다가올 미래는 빅데이터의 시대가 발전해 데이터가 넘쳐나고 이를 바탕으로 상시 작동하는 각종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우리 주위에 편재하는 세상, 즉 이 세상을 ‘빅 인텔리전스(Big intelligence)’라고 부르고자 했다. 우리는 데이터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으로 살아야 한다. 미래에 인간은 인공지능에게 명령을 내리는 자와 인공지능이 내리는 명령을 따르는 자로 구분될 것이다. 인공지능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인공지능 리터러시 교육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세계에서 데이터와 AI를 가장 잘 다루는 스마트한 국민이 될 수 있도록 교육이 그 역할을 해야 할 때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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