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알리미에 공시된 고등교육기관 정보를 살펴보면 수도권, 비수도권 할 것 없이 재학생 중도탈락률이 점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중도탈락률은 정보가 공시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체 재적 학생 4.9%에 해당하는 9만 7326명이 중도에 탈락됐다.

학생 수, 비율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이다. 중도 탈락 증가는 이른바 SKY(스카이) 대학이라고 비켜 가지 않았다. 서울대에서 405명(1.9%), 고려대 866명(3.2%), 연세대 700명(2.6%) 등 중도 탈락자가 나왔다. 다른 ‘인(in) 서울’ 대학과 지역거점국립대학은 SKY 대학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중 강원대, 경북대, 부산대 등 지역거점국립대학 9개교 중도탈락률은 평균 4.3%를 기록했다. 직전 해보다 0.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강원대는 6.1%까지 상승했다. 이제 신입생 확보에 주력했던 대학도 중도 탈락 방지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시점이 됐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신입생 충원율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대학생 중도탈락률이 증가 일로를 보임으로써 가뜩이나 신입생 부족에 시달리는 대학으로서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됐다. 특히 수입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지하는 상황에서 학생 감소는 곧 수익 감소로 이어지기에 중도탈락율 상승은 곧바로 대학 재정 결손으로 이어진다.

중도탈락률 증가에서 발견되는 특징으로 ‘신입생 중도탈락률 증가’와 ‘자퇴자 수 증가’를 들 수 있다. ‘반수생’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으나 기본적으로는 대학의 주먹구구식 학생지원 시스템도 일조했다. 학생지원시스템의 부재 내지는 작동불능이 하나의 원인을 제공했다.

일반적으로 “중도탈락률과 학생의 학교생활 만족도는 정비례 관계에 있다”는 말이 있다. 신입생은 대학에 입학하는 즉시 학업, 인간관계, 생활에서 변화를 겪게 된다. 그러나 현재 대학에서는 신입생이 대학생으로의 전환을 적절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어려운 실정에 있다. 대학 진학이라는 ‘제도적 전환’이 일어나도 그 전환에 따른 새로운 과업을 수행할 수 있을 만큼의 ‘역할 전환’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조기 자퇴생 증가’ 현상은 대학의 신입생에 대한 대학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대학 생활을 안내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실상 행사 위주로 구성돼 그렇게 효과적이지 않다. 이제라도 신입생에게 필요한 맞춤형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전담 조직 설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칭 신입생지원센터(First-Year Support Center)를 설치해 학교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학습 및 적응력 향상을 위한 지원을 제공해주고, 학생성공센터(Student Success District)와 튜터링센터(Tutoring Services Center)를 설치해 학생들에게 학업 및 경력 개발, 리더십 기회, 진로 지도 등을 제공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특히 학생에게 진로 개발 및 취업 준비를 위한 리소스와 상담을 제공하는 학생이력관리센터(Career Services Center) 학생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위한 장학금 및 금융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정지원서비스센터(Financial Aid and Scholarships Center) 설치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밖에 다문화 학생 지원센터(Multicultural Student Services Center)를 설치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장애학생 지원센터(Disability Resource Center)를 설치해 장애 학생에 대한 지원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대학의 이런 노력을 통해 학생들은 대학 생활 초기부터 대학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강의 수강, 시험 준비, 학점 관리 등에 대한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학업에 대한 책임감과 목표 의식을 갖도록 유도해 궁극적으로는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학업 성취도를 높이고, 중도 탈락을 예방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들어온 학생도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자기 대학으로 오라고 손짓만 한다면 누가 그런 학교에 가겠는가. 재학생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결과적으로 신입생 확보에 도움이 되고 대학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중도탈락률 증가로 대학 형편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학생 만족도를 높이는 것만이 학생 이탈을 막을 수 있다. 이를 위한 대학의 학생지원 시스템의 일대 혁신을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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