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아 아주대학교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책임상담원

김영아 아주대학교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책임상담원
김영아 아주대학교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책임상담원

16년을 함께해온 반려동물 고양이가 얼마 전 떠났다. 작고 여린 한 생명의 숨이 짧은 연기처럼 빠져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비현실적이라 영화 같았다. 여러 날을 울었다. 기억으로 올라오는 많은 장면에 슬퍼했고, 주변 사람들과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을 가졌다.

일상은 변한 것이 없었다. 오랜 기간 함께한 이가 삶의 주요한 배경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이처럼 별다를 것 없이 돌아간다는 것이 ‘생각’으로 불쑥 찾아올 때마다 그저 마음이 불편하고 이상했다.

게다가 삶은 얄궂게도 더욱 편리해졌다. 집안 곳곳은 깨끗해지고, 아침마다 덜 분주했으며, 새벽 울음소리가 없어, 중간중간 잠을 깨는 일도 줄었다. 며칠씩 시간을 내어 긴 여행을 가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일이 가능해지기도 했으며 바쁜 날에는 잘 돌봐주지 못하고 때로는 성가시게 여겼던 미안한 감정을 느끼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소중한 친구와 함께한 순간과 반복적으로 투덕거리고, 지겹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했던 그날들이 그동안 일상의 시간을 얼마나 풍요롭게 했던가. 자신을 얼마나 유익한 사람으로 만드는 일이었던가를 깨닫게 됐다. 무언가를 사랑했고, 관찰했으며,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귀찮은 일들을 해내기 위해 몸을 움직였던 시간이었다.

다시금 일상의 시간을 구성하는 요소에 대해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시간 관리 매트릭스(Time Matrix)에 따르면 마감이 긴급하고 중요한 일을 우선 사항에 두고 처리하는 것이다. 하기는 싫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먼저 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하루가 모두 중요하고, 긴급하고, 반드시 해야 할 일들로만 채워지면 안 된다. 그 외의 시간도 필요하다. 귀찮더라도 자신을 웃게 하는 일, 소소하지만 반복적인 일도 하루일과에 구성이 되면 좋다.

대학생들과 만나면서 삶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하루를 비효율적으로 쓴다며 많이들 괴로워한다. 주변 사람들은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 부럽기만 하다고 한다. 일상이 의미 있게 느껴지는 요소는 각자 다르겠지만 학생들의 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는 대체로의 공통점은 자신이 이 세상에서 쓸모 있는 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이었다. 어떤 형태로든 개인의 존재감과 가치감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한숨이 가득한 20대의 나에게는 반려동물이 그런 존재였다는 것을 이제야 느낀다. 이제는 무엇으로 그 풍요로움을 채울지 다시 점검할 시기가 왔다. 소소한 사랑을 채워 줄 일, 살아있음을 느끼게 할 일, 귀찮지만 하고 싶은 일. 귀찮은 나를 움직이게 하는 일. 그 일을 다시금 찾기를 스스로에 바란다. 한 생명의 소중한 친구였음을 마음에 새기고, 다시 만나길 소원하며 안녕.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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