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원 숭실대 교무처 학사팀장 겸 원격교육지원팀장

오세원 숭실대 교무처 학사팀장 겸 원격교육지원팀장
오세원 숭실대 교무처 학사팀장 겸 원격교육지원팀장

대학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교육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 차원의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 정부는 과거 정부와 교육부를 중심으로 대학에 대한 규제가 너무나 탄탄히 짜여 있어 대학이 학사 운영의 자율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인식을 가진 듯 하다.

이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네거티브 시스템 즉, 최소한의 규제나 금지조항을 제외하고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칙에 따라 학사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대전환을 이루겠다고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고등교육법을 올해 안에 학생 보호와 부정부패 방지, 국제통용성 확보 등 중요사항만 법령에 남겨 놓고 개정해 대학 자율규제 원칙을 법적·제도적으로 정비하고 이를 통해 대학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려고 하고 있다.

대학의 자율성과 관련한 논의는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또는 대학과 관련한 각종 협의회의 기관장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단골 메뉴가 ‘대학의 자율성’이다. 대학민국 헌법 제31조 제4항에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한다’라고 이미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은 ‘대학의 자율성’을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 때문이다.

정부의 관점에서 대학은 일반 사기업으로만 볼 수 없는 공공재다. 소위, 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이 그것인데 교육·연구·봉사 등 본질적인 기능을 통해 일정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다. △각종 규제 △평가를 통한 혁신 요구 △재정지원 등이 이러한 관점의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교육부는 그동안 ‘당근과 채찍’ 정책을 주요한 정책 시행의 수단으로 시행해 왔고 그로 인한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교원 확보율 지표를 통해 대학이 전임교수를 일정 수 이상 유지해 교육과 연구의 기본기능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했고 특성화 사업을 통해 대학의 발전계획, 여건 및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대학 역량의 선택과 집중, 이를 통한 강점 분야의 육성을 유도했다. 그리고 학부교육선도대학, 대학기본진단과 대학혁신지원사업을 통해 △교육방법 △교육과정 △교육환경의 혁신을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대학의 규모와 위치한 지역적 특성 등을 감안하지 않은 일률적인 잣대를 기준으로 한 서열식 평가, 장기적 관점에서 대학의 성장보다는 단기 처방 위주의 평가는 오히려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한국교육개발원(KEDI) 이슈페이퍼(한국 대학 자율성에 대한 논의 분석)을 살펴보면 대학 자율성 영역은 다양하다는 내용이 있다. 조직 및 거버넌스, 학문(교육과정, 프로그램, 교육기준, 질 관리, 연구, 학생 수 및 입학 과정), 인사(교수 또는 직원), 재정 및 운영 등이다.

다만 이런 많은 영역 속에서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가 바라보는 대학의 자율성과 대학이 바라보는 대학의 자율성이 ‘동상이몽(同牀異夢)’을 하고 있지 않는지 우려스럽다. 교육부의 대학 자율성이 책임의 전가나 회피가 주목적은 아닌지, 대학의 대학 자율성이 재단이나 기득권 구성원의 보호가 주목적이 아닌지 의구심이 떠나지 않는다.

대학의 자율성은 추진하되 어떤 영역에서는 지원과 육성을 강조하고 또 다른 영역에서는 규제와 간섭의 완화 등과 같은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시행착오 없이 안착하길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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