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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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끝없는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다. 그러나 어떤 결정을 내려도 아쉬운 점이 남는다고 한다. 최근 직장인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직장에 대한 여러 가지 고충을 토로하는 글들을 봤다. 그렇게 원하던 직장이었고 대학을 졸업하고 힘들게 노력해 잡은 직장이었지만 취업 전 생각한 것과 다른 현실 때문에 절망하기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는 이런 직장인들의 고민에 공감한다. 필자도 교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법적으로 허용된 정년을 채우지 않았다. 교단에 처음 섰을 때는 매우 행복했다. 하지만 ‘선배들의 벽’ ‘학교 방침의 벽’ 등에 막혔다. 그러나 가장 큰 벽은 ‘나 자신의 벽’이었다. 그로 인해 교직이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남편을 만들어보고 싶었던 나의 교직에 대한 사명도 희미해진 것이다. 내가 교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청소년들이 앞으로 어떤 진로를 선택할 때 시간에 쫓겨 결정하기보다 ‘왜 그 일을 하고 싶은가’에 대해 깊이 고민한 후에 결정하면 좋겠다. 단순하게 하고 싶다는 차원을 넘어서 일종의 ‘사명’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필자도 하나의 사명처럼 생각한 이유가 있었다. 필자가 겪었던 교사 초기에 있었던 주변의 벽과 자신의 벽으로 인해 힘든 시기를 견디고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필자가 인생의 사명처럼 생각했던 교사가 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A 장학사도 자신이 교사가 된 뚜렷한 이유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농촌에서 학교에 다녔다. 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사고를 많이 친 탓에 학교에 다닐 수 없게 됐다. 학교 밖으로 나오니 할 수 있는 것은 단순한 일뿐이었다. 생계를 위해 배달일을 하면서 자신의 미래와 과거를 수없이 되돌아보았다. 다시 공부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다행히 학교에 다시 다닐 수 있게 됐다. 워낙 공부를 안 했기 때문에 알파벳도 제대로 몰랐지만 하루에 3시간만 자면서 죽기 살기로 공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 끝에 교사가 되기로 했다. 자신이 그렇게 학창 시절을 낭비한 것은 자신에게 어떤 권고나 조언을 해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청소년들이 자기와 같은 방황을 하지 않도록 돕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것이 자신이 해야 할 지상의 사명처럼 느껴진 것이다. 결국 그는 원하는 국립대 사범대학에 진학했고 고등학교 수학 교사가 됐다.

A 장학사는 자신의 학창 시절에 학교 밖 경험을 하면서 진로를 결정했다. 자신이 무엇이 하고 싶은지에 따라서 결정한 것이 아니고 ‘이 사회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가 진로 결정의 기준이 됐다. 그 결정에는 ‘자신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나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와 같은 고려는 없었다. 오로지 자신과 같이 방황하는 학생을 돕겠다는 생각밖에 없었고 그 생각이 진로 결정의 결정적인 요소가 됐다.

‘청소년의 진로는 언제 결정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르다. 전문가들도 다른 생각이다. 현재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진로를 이른 시기에 결정한 후에 그에 맞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진로가 결정돼야 그에 맞는 독서도 하고 탐구주제를 찾아 탐구활동도 가능하고 동아리 활동이나 자율활동도 결정된 진로에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확률이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런 것 이상으로 중요한 진로 결정 요소는 자신이 이 사회를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진로 결정을 빨리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이며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깊게 고민한 후에 결정하는 것이 더 좋다. 진로 결정 시기는 ‘몇 살인가 몇 학년인가’보다는 ‘인생을 바라보고 고민해 보았는가’가 기준이 돼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진로를 결정하는 청소년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깊이 고민해 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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