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고의 항공우주 종합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한 ‘비전 2025’ 선포
대학발전 로드맵 ‘20-20-80’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재정 확충, 우수 신입생 확보, 산학협력 강화 집중
학과 분리, 자유전공학부 정원 확대 등 학사구조 개편…산업계 흐름에 신속 대응
우즈벡, 중국 등과 협약…400명 규모 항공 서비스 전문 교원 인력 양성 협력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이 취임 후 대학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설명하며, 한국항공대를 세계적인 항공우주대학과 경쟁하는 대학으로 만들 것이라 밝혔다. (사진=한명섭 기자)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이 취임 후 대학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설명하며, 한국항공대를 세계적인 항공우주대학과 경쟁하는 대학으로 만들 것이라 밝혔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부산에서 개교한 한국항공대는 국내 유일한 민간 항공우주 종합대학으로, 올해 개교 71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1월 경영학과 교수로는 처음으로 모교인 한국항공대 총장으로 취임한 허희영 총장은 70주년 기념식에서 “‘국내 유일의 민간 항공대학’이라는 자부심을 이제는 ‘아시아 최고의 항공우주 종합대학’이 되겠다는 지향점으로 바꾸겠다”며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고, 대학발전 로드맵 ‘20-20-80’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허 총장은 “‘아시아 최고의 항공우주 종합대학’ 비전은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이 말한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각 분야에서 전 세계 1~3위 혹은 대륙 1위의 인지도와 평판을 가진 강소 기업)’이란 용어에서 나왔다”며 “한국항공대의 70년 역사는 곧 대한민국 민간항공의 역사다. 항공우주 분야 강소 대학인 한국항공대를 미국의 엠브리리들, 캐나다의 맥길, 네덜란드의 라이덴, 영국의 크랜필드와 같은 세계적인 항공우주대학과 경쟁하는 대학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 총장 취임 후 1년여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의 소회를 전한다면.
“모교에서 33년 교수생활을 하며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는 논점으로 ‘대학 혁신’에 대한 기고를 많이 했었는데, 막상 총장이 되고 보니 달라진 교육환경 등으로 인해 생각보다 대학을 변화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하지만 대학의 CEO인 총장의 의사결정이 대학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달려왔다. 경영학과 출신으로는 처음 총장이 된 만큼 어깨도 무겁지만, 더 발전된 대학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 지난해 5월 ‘비전 2025’를 선포하고 지속가능한 재정 확충, 우수 신입생 확보, 산학협력 강화를 설정하고 학교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진행 현황은 어떤가.
“임기를 시작하면서 최우선으로 생각한 것은 대학의 평가를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한국항공대는 입학 정원이 840명인 소규모 대학임에도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대한항공 조종사 중 3분의 1이 우리 대학 출신이고, 국토교통부에 700여 명, KAI에 300여 명이 근무하는 등 민간조종사·관제사, 항공기 제작 쪽에서는 최대 메이저 대학이다. 하지만 입결이 낮아지고 인지도가 떨어지는 등 저평가되고 있는 부분이 있어 어떻게 하면 이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그리고 그 고민을 바탕으로 대학 전반에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중이다.
70주년 기념식에서 발표한 ‘비전 2025’와 2025년까지 대학 평판도 상위 20위 이내, 수도권 대학 순위 상위 20% 이내, 취업률 80% 이상을 뜻하는 ‘20-20-80’을 대학발전 로드맵 역시 이를 뒷받침하는 시행 계획이다. ‘20-20-80’은 2025년까지 대학 평판도 상위 20위 이내, 수도권 대학 순위 상위 20% 이내, 취업률 80% 이상을 뜻한다. 이를 실행하기 위한 큰 변화가 여러 번 있었는데 다행히 교수, 직원 등 구성원들이 잘 따라와 주고 있어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 이 자리를 빌려 교수, 직원, 학생 등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 최근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실 항공협력단과의 협약 등 외국인 학생 유치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어떤 성과가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3월 우리 대학이 KOICA(한국국제협력단) 지원을 받아 운영 중인 ‘글로벌 항공 분야 연수생 초청 사업’에 참여했던 나자로프 자몰리딘 우즈베키스탄 교통부 항공교통발전국장 주선으로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실, 국방부, 교통부 등 정부 고위관계자와 공군사관학교 교장 및 교통대학교 부총장, 국영항공사인 우즈베키스탄 항공 부사장으로 구성된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실 항공협력단이 5박 6일 일정으로 우리 대학을 방문했다. 당시 협력단은 한국항공대 교육시설은 물론 수색, 제주, 울진 등 전국 세 곳의 비행교육원과 여러 부속기관을 답사하며 항공교통 분야에서 한국항공대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했고, 이를 기반으로 타슈켄트 교통대학교 및 공군사관학교와 협약을 체결했다. 학술연구·학생 및 교수진 교류·항공교육·워크숍 및 심포지엄 공동 개최 등 포괄적인 상호협력이 주된 내용이다.
우즈베키스탄뿐 아니라 중국 대학과도 협약을 통해 오는 9월부터 국제교류학부를 신설, 고급관리자 교원 양성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국제교류학부에는 서비스경영전공과 항공운항관리전공을 두고 외국인 학생만 선발하며, 주로 대학원 석‧박사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항공’하면 관련 기술만 생각할 수 있는데, 인천공항이 12년 연속 서비스 1위를 차지할 만큼 우리나라 항공 관련 서비스는 세계 최고다. 중국 항공사의 경우 한국보다 두 배 가량 규모가 커졌음에도 교육 콘텐츠는 우리를 따라오지 못한다. 항공 서비스 객실 승무원을 교육하는 140여 개 중국 대학에서 인력은 양성해야 하는데, 가르칠 수 있는 역량이 되질 않는 것이다. 우리 대학은 이런 수요를 반영해 사무장급 이상 매니저를 배출하는 교육과정을 운영, 인재 양성에 도움을 줄 계획이다. 교육 인력은 1년에 100명씩 총 400명 규모로만 운영할 방침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이 지난달 마무리된 학사구조 개편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이 지난달 마무리된 학사구조 개편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빠르게 바뀌는 산업계의 흐름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 학사구조 개편도 진행 중이다. 어떻게 바뀔 예정인가.
“학사구조 개편을 지난달 마무리했다.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 항공전자정보공학부, 경영학부 세 학부를 대상으로 학과를 분리했다.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는 항공우주공학과와 기계항공공학과, 항공전자정보공학부는 전기전자공학과와 컴퓨터공학과로, 경영학부는 경영학과와 항공경영학과로 각각 몸집을 줄였다. 우주항공청 신설, ‘엔데믹(코로나19 종결)’으로 인한 항공산업 재도약 등 빠르게 바뀌는 산업계의 흐름에 신속하게 대응하려는 포석이다. 또한 학과 교수들에게 오너십을 부여해 학과가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탈바꿈하고자 한다.
더불어 ‘학생 전공선택 자율성 강화’를 위한 자유전공학부 정원도 확대했다. 입학 이후 전공 탐색을 거쳐 특정 전공을 선택하는 자유전공학부와 공학계열을 ‘자유전공학부’로 통합하는 대신, 모든 전공을 인원 제한 없이 선택 가능한 ‘전계열’과 공과대학 및 AI융합대학 전공만 선택할 수 있는 ‘공학계열’을 두고, 공학계열의 정원을 30명에서 70명으로 크게 증원했는데, 해마다 20%씩 늘여갈 계획이다. 신입생들의 전공 선택폭을 늘여주자는 취지다.
2025학년도부터는 4학년생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졸업할 수 있는 현장학기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1학기 15학점, 2학기 15학점 총 30학점까지 현장에서 인턴십 등을 통해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는 형식이다.
학사구조 개편의 방향과 절차, 향후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대비책 마련 등 학사구조 개편에 대한 교원들의 의견 수렴은 지난달 공청회를 통해 진행했다. 교원들의 의견 이외에도 학생, 동문, 산업체, 지자체 등의 의견을 고루 수렴하기 위한 관련 위원회 개최, 학칙 개정 절차 등을 진행해 4월 말 확정했다. 올해 말까지 교과과정을 전면 재편해 내년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 학사구조 개편에 따른 교과과정, 교원 인력 확충 등의 변화도 클 것으로 보인다.
“대학 교수는 65세 정년이 보장된다. 그러다 보니 연구에만 집중하고, 학생 취업에만 관심을 두는 경향이 있다. 또 본인이 가진 전문지식만을 활용해 학생을 가르치려는 성향도 강하다. 하지만 대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교수의 마인드와 교육과정의 변화가 필요하다. 본인이 배운, 오래된 지식만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는 없지 않나. 이에 따라 기존 교수들에게는 기존 교과과정을 시대의 변화와 산업계 수요에 맞게 바꿀 것을 권하고,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교육이 가능한 교수를 많이 초빙했다. 특히 해당 전공의 교수가 나갔다고 해서 동일한 전공의 교수를 뽑는 것보다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필요한 기술을 융복합적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인재를 뽑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12% 정도인 교수 비정년트랙도 2025년까지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년트랙 교수들에게는 ‘변하고 싶은 사람만 변해라. 삶의 터전은 보장한다’고 전하면서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질 수 있도록 책임을 부여하고자 한다.”

- 지역사회 기여도 대학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한국항공대는 경기도 고양특례시에 위치한 대표 대학으로, 지역사회 상생에 있어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한국항공대가 위치한 고양시는 군사보호, 그린벨트 작전 지역 등 규제가 많아 발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지역이 많다. 서울과 근접해 있기 때문에 학생들도 가까운 홍대, 신촌 등에서 소비활동을 하다 보니 지역 상생에 어려움이 크다. 하지만 서울에 근접한 지리적 이점은 근접성을 조금만 높이면 지역을 살리는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다.
그 일환으로 우리 대학 근처 가게 가운데 평이 좋은 몇 곳을 ‘착한가게’로 학생들이 선정해서 집중적으로 매출을 올리는 캠페인을 시작한다. ‘착한가게’에 소비자인 학생들이 몰리면 다른 가게에도 영향을 미처 결과적으로 지역 상권이 살아나는 파급효과를 기대하는 실험이다. 저는 아예 화전을 ‘항공대학 거리’로 만들자고 제안했고 반응도 매우 좋다. 이달 말부터 총학생회, 교수협의회, 직원노조와 인근 부대들이 동참해 캠페인을 시작한다.
또한 지역민들이 대학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학교시설도 개방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양시에서 진행하는 전국족구대회가 대학 내에서 열렸다. 전국에서 800여 명이 참여했는데, 지역 국회의원과 고양시장 등 다양한 인사들이 대학을 방문했다. 이러한 대학 개방은 대학과 지자체가 협력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모색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교육 인프라를 활용한 지역주민 대상의 영어, 드론 등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역에 봉사하고, 대학은 수익을 창출하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오른쪽)과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이 대학 캠퍼스에 설치된 대한항공 항공기 A300-600에서 대학 전경을 바라보며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오른쪽)과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이 대학 캠퍼스에 설치된 대한항공 항공기 A300-600에서 대학 전경을 바라보며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 항공우주산업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국내 유일의 항공우주 특성화 대학인 한국항공대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항공우주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해당 분야가 고도화되고 있다. 덩달아 우리 대학의 역할도 지금보다 훨씬 중요한 위치에 서게 됐다. 하지만 소위 ‘SKY’라고 불리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와는 경쟁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대한항공, 한화, LIG넥스원, KAI, 국방과학연구원 등 항공우주 관련 기업 및 지자체와의 기술 개발 및 대형 국책과제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항공대처럼 운항부터 조정, 드론까지 항공우주 관련 전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인프라와 교육 콘텐츠를 다 갖춘 대학은 드물다. 또한 정부와 항공업계에 널리 구축된 동문 네트워크,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미래 항공우주산업, 재단인 글로벌 항공사 대한항공은 타 대학이 가질 수 없는 한국항공대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이를 바탕으로 항공우주 특성화 대학의 위상을 확립해 전세계로 뻗어나가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은 ‘창조적 파괴’다. 그래서 내가 지금 추진하는 혁신에는 당연히 고통이 따른다. 지금이야 구성원들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임기 마치고 떠날 때는 박수를 받고 싶다. 동창회와 지역사회, 무엇보다도 오래 남아있을 젊은 교수들로부터 한국항공대의 잠재력을 구현해 제대로 평가받는 대학으로 바꾼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이건 저평가된 대학의 CEO로서 충분히 해볼 만한 도전 아닌가.”

■ 허희영 총장은…
1980년 한국항공대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9년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를 시작으로 경영학과장, 학생처장, 항공경영대학장 및 항공경영대학원장, CEO아카데미 원장 등을 지냈다. 한국항공경영학회 초대회장, 동중앙아시아경상학회 회장,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위원, 한국문예위 자산운영 평가위원, 한국방송통신진흥원 자산운용 성과평가위원 등을 역임했다. 2021년 1월 한국항공대 제9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최용섭 주필 겸 편집인 / 정리=임지연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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