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서정대 교수)

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서정대 교수)
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서정대 교수)

RISE(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 체계)가 부산, 대구, 경북, 경남, 충북, 전북, 전남 등 7개 시범지역을 중심으로 서서히 가동 중이다. 윤석열 정부 대학의 핵심 정책 중의 하나가 RISE와 글로컬대학임을 감안할 때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RISE체제 개편 방향은 대학으로서는 미래 성장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2025년까지 30개 선정을 목표로 하는 글로컬대학의 ‘담대한 혁신’ 모델은 대학으로부터 나왔지만 RISE는 각 광역시도 지자체가 구성하는 협의체로부터 시작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제 대학은 지방정부 공무원과의 협업이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대학 업무를 다뤄보지 않았던 공무원들의 상당수가 대학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다. 특히 전문대학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RISE컨설팅 위원으로 몇 번의 회의에 참석해 본 필자가 느낀 점도 비슷하다. 모두는 아니지만 일부의 인식 속에 대학은 ‘인서울, 일반대학 그리고 전문대학이라는 수직적 서열화’라는 인식 틀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잘못은 아니다. 다만 그러한 인식 때문에 지역-대학-지방정부의 혁신 연결고리 속에 전문대학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Jane E. Fountain의 ‘Social Capital: A Key Enabler of Innovation’를 읽으면서 혁신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재정과 같은 물리적 자본도 중요하지만 네트워크, 표준, 신뢰와 같은 사회조직의 특성들이 상호이익을 위해 협력과 조정을 하는 사회적 자본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잘 작동되는 파트너십이나 콘소시엄, 네트워크 등이 사회자본의 한 형태가 되는 이유다. 이제 대학은 지역의 사회자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전문대학 역시 RISE 체계에서 중요한 시회자본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5월 초 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구성한 ‘RISE체계 전문대학 프로젝트 모형 TF’는 의미가 있는 성과를 이뤄냈다. 2025년부터 RISE에 통합운영되는 LINC 3.0, HIVE, LiFE사업단 대표들과 기획처장협의회 산단장협의회 그리고 RISE컨설팅위원 등이 참가한 이 TF에서는 지역 발전전략과 연계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전문대학 특화형 프로젝트 모형 13가지를 만들어 냈다. ‘고교연계교육, 실무인재양성, 평생직업교육, 산합협력’이라는 4가지 카테고리 속에서 ‘한국형 아우스빌둥 모형’ ‘대학-산업체 협업 다각화 Co-op모형’ ‘외국인 유학생 지방정부형 산업인력 양성모형’ ‘중소기업 실용기술 R&BD 모형’ 등이 그것이다.

한달 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동안 산재되어 있던 전문대학의 성과들이 하나로 모여 ‘RISE체제 속에서 전문대학의 지역 프로젝트 모델’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아주 적절하고 의미가 있다. 13개 프로젝트 모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지방정부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공무원들과 협업이 중요해졌다. 전쟁에 나가기 위한 무기가 만들어졌다면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훈련과 전략을 짤 수 있는 리더십이 중요해진 이유다. 지역에서 각자의 생존을 위한 개별 대학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전문대학의 특화형 모델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함께 하는 협업이 더욱 절실해졌다.

이제 전문대학은 과감한 체질 개선과 제도 개선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대학으로 변화를 앞두고 있다. 석·박사 과정까지도 허용되는 대만의 과학기술대학,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는 일본의 전문직대학, 4년제와 2년제 대학을 함께 운영하는 호주의 ‘Dual Sector’대학, 산업기술 전문인재양성과 외국인 유학생을 산업인력으로 정주시키는 캐나다의 BCIT와 같은 대학 모형을 지역과 협업해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 혁신의 새로운 생태계가 전 지역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공유와 협력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 표준의 정립 그리고 지역과 대학의 상생이 대학과 지역에 보다 많은 생산성과 재무적 이익을 가져준다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전문대학은 그 중심에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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