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흠 법무법인 우리들 변호사(루터대, 영남신학대 고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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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규칙이란 근무의 환경, 복무규정, 임금 등에 관해 사업자가 미리 작성한 약관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 제도다.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사용자가 제시해둔 취업규칙에 동의를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취업규칙이 종전보다 불이익하도록 변경될 때에는 취업당시 동의한 것과 마찬가지로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근로기준법 제94조는 제1항 본문에서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단서에서는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시 사용자의 설명의무, 근로자의 의견교환, 근로자 과반수의 서면동의가 순차적으로 진행돼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종전 판례는 동의가 없더라도 사회적 합리성이 있으면 불이익변경의 효력을 인정해왔으나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근로자 과반수의 자율적 동의가 없는 경우 사회적 합리성에 대한 검토 자체가 필요없으며,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은 무효라고 판시해 근로자의 동의를 중요한 요소로 보는 법적 변혁을 가져왔다.

최근 대학가에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으로서 교직원의 동의 없이 대학 측이 임금동결한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K대는 임금산정의 기준이 되는 보수규정 중 상여수당, 정근수당, 체력단련비 등을 대학 측이 일방적으로 인하했고 대법원은 이를 무효로 최종 판단했다. D대는 교직원 보수규정에는 교직원의 봉급월액이 당해연도의 ‘공무원보수규정의 공무원별봉급표 구분표상의 일반직, 기능직 및 대학교원 봉급표’에 준한다고 규정했으나 2013년부터 동결했고 이 때 교직원의 동의절차가 없었으므로 무효로 판시했다. S대학교는 보수규정상 교직원 급여를 공무원보수규정을 준용하도록 했고 정관에서는 보수를 이사회의결을 정하도록 규정했는데, 이사회 의결 후 2015년 공무원보수규정으로 고정했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음을 들어 무효라고 판시했다.

그렇다면 집단적 동의절차가 유효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은 무엇일까. 법원은 근로기준법 제94조는 취업규칙을 불이익변경할 경우 먼저 노동조합 혹은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청취 및 수렴절차를 거친 후 노동조합 혹은 근로자 과반수의 서면동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한다. 즉, 근로자가 자유로운 의사에 기해 동의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 과반수 동의라는 형식적인 동의투표로는 동의가 성립되지 않은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7다209129 판결)

법원은 ‘근로자 과반수 동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근로자들이 사용자 측의 영향력이 배제된 상태에서 상호 의견교환이나 토론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최근 법원 동향은 사용자의 의견청취의무 준수 여부는 △설명·홍보의 정도 △의견의 취합 시간 △의견의 취합 단위·방법 등으로 나눠 판시했다. 설명회 개최 이후 곧바로 찬반투표를 직행하거나 설명회 개최 시 근로자 전원에 가까운 인원이 참석하지 않은 경우에는 무효로 봤다. 의견취합 과정에서 각 부서별로 사용자 측에선 과장급 직원이 있는 경우 자유로운 의견교환이 힘들어 자율적 투표가 불가능한 것으로 해석했고, 기명식 투표를 진행하는 경우에도 무효로 봤다. 물론 동의서는 서명형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예시로 제주 소재 한 대학교의 경우 1차 급여체계변경안 설명회 개최 시 회합인원에 대한 자료가 없고, 2차 설명회 시 참석 교원이 95명 중 56명이 참석하고 3차 설명회 시 96명 중 54명으로 교원전원이 참석하지 않아 설명의무를 준수하지 못했다. 또한 3차 설명회 개최 직후 곧바로 서명을 받는 등 교원들의 찬반 의견 교환을 가질 시간이 없었으며 대학의 사무실에 직접 내방해 교원들이 서명하도록 함으로써 집단적 동의절차 과정에서 자유로운 의사형성이 이뤄지지 않아 수당을 전액삭감하도록 변경한 보수규정은 무효라 판시했다.

이처럼 대학보수규정의 변경절차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집단적 동의절차와 서명 동의가 있었다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설명의무준수, 자유로운 의사 표명과 찬반 투표 등의 형식이 모두 충족돼야 함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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