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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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긍심을 가져라. 여러분에게는 전공이 있다.’

필자가 특성화고등학교 학생에게 특강을 하면서 늘 하는 말이다. 특성화고등학교 학생의 전공은 그 학생이 평생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을 주고 경제생활을 하는 데도 필요한 콘텐츠가 되기 때문에 특강의 단골소재기도 하다. 또한 직업은 자신이 가진 콘텐츠를 확장해 주변의 콘텐츠와 연결하거나 심화하면서 발전하는 속성이 있다. 그러므로 청소년에게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라고 권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특성화고등학교에 가서 이런 말을 했더니 한 학생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선생님 다른 특성화고등학교에 가서도 같은 말씀을 하시나요?” 필자가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다시 물었다.

“그러면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서는 무엇이라고 말씀을 하시나요?” 필자는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에게는 자신만의 콘텐츠가 없기에 일반적인 공부라도 열심히 하라고 한다. 학습력을 높여 대학에 가서 삶에 필요한 콘텐츠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의 콘텐츠가 있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

필자의 경험상 이 사회는 대학 졸업자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필요로 한다. 시대가 바뀌고 다양화되면서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가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필자의 제자 중에 그림을 잘 그려서 미대에 진학한 A가 있다. 그 학생은 그림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대학에 다니는 중에 우연히 접한 실내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림을 포기했다. 현재는 직원 몇 명을 둔 작은 실내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면서 2명의 자녀를 키우는 아빠가 됐다.

필자의 친구 C는 대학 졸업 후, 9급 행정공무원으로 일을 시작해 최근에 정년퇴직했다. 퇴직 후에 할 일을 찾다가 기술학원에서 전기기능사 자격을 취득했다. 6개월을 공부하면서 취득한 것이다. 친구 C는 그 자격증으로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 전기 책임자로 재취업에 성공, 열심히 일하고 있다. C는 행정공무원으로 근무할 때보다 훨씬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진작에 이런 직업을 가졌으면 자신은 더 행복한 삶을 누렸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했다. 그 친구를 보면서 특성화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여러 가지 기술은 평생 생업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 친구를 비롯해 필자의 세대는 ‘기술이 최고’라는 말을 종종 한다.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은 실제 사람이 살아가는 데 생기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힘이나 지식이 되는데, 그것은 기술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능력은 고등학교에서는 말하지 않는 사소하거나 기피 업종일 경우가 많다. 그것은 생활하면서 그 필요성이 크게 인식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런 일일수록 수요가 많고 보상도 크다.

이런 측면에서 특성화고 학생은 자긍심을 가져도 좋다. 차별화된 확실한 전공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전공은 한 개인이 가진 콘텐츠다. 이 콘텐츠는 모든 사람이 가져야 하는 것으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경제활동을 하는 데 기본 중의 기본이다. 콘텐츠를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고 그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취해야 살아갈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콘텐츠가 없는 사람은 살아가기 힘들다. 그러나 특성화고 학생의 전공은 충분히 개인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

특성화고 학생의 전공이 무엇이든 간에 앞으로 생업의 발판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현재의 전공을 공부해 탁월한 실력을 키우고 그 전공에서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순서다. 특히 필자는 2개 이상의 자격증을 취득하라고 권한다. 하나의 자격증보다 2개 이상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그 전공에 대한 실력을 입증할 수 있는 징표가 될 뿐만 아니라 성실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또한 그런 노력이 계속되면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출이 가능할 수 있고 얼마든지 대학에서 공부할 기회를 만들 수 있다.

특성화고 학생들이여, 자긍심을 가져라. 현재의 전공을 무시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공부하자. 자신의 전공에서 탁월한 실력을 키워 남들이 자신을 불러주도록 하자. 사회는 학벌보다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시대는 변했고 지금도 꾸준히 변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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