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25년 일반고 전환 예정이었던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존치 결정
“교육과정 내 수능 출제와 자사고·외고 존치 정면 배치” 지적 이어져
각 시도교육청별 이견 첨예하게 대립…긴밀한 논의 필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6일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정부가 2025년 일반고로 전환 예정이었던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존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교육계에서 사교육 경감 대책의 일환으로 ‘교육과정 내 수능 출제’를 결정한 것과 자사고·외고 존치가 정면 배치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사교육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1일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 발표를 통해 오는 2025년 일반고로 전환 예정이었던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기존과 같이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식 전달 위주와 평균 수준 교육 등 획일적 평등주의에 기반한 교육정책이 교육 격차를 심화시켰다며, 공교육 내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다.

이에 따라 자사고는 현행대로 유지되고, 외고·국제고의 경우 특목고 지위는 유지하되 학교가 희망하면 ‘국제외국어고’ 등으로 유형을 전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기존 외국어고와 국제고의 전문교과를 통합 운영하게끔 유도하고 교명 변경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또한 학교의 교육력을 통해 우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선발효과 최소화 △사회통합전형 △지역인재 선발 △운영성과 평가 등을 개선해 운영 내실화를 추진하고, 사교육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후기 학생선발 및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유지하고 입학전형 영향평가도 개선할 방침이다.

■ 정부 대책 관련 시도교육청별 이견 대립…“긴밀한 대책 논의 필요” = 자사고 존치계획은 현 정부 출범 직후부터 꾸준히 거론됐다. 교육부가 지난해 7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자사고 존치계획을 보고한 것에 이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같은 해 11월 취임 후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서 “외국어고를 폐지할 이유가 없다”며 자사고 존치에 이어 외고 등 특목고도 유지할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자사고 폐지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 정책이었다.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사실상 상류층 자녀들의 귀족학교 노릇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고교 서열화와 교육 평등권 침해 문제를 들어 자사고·외고·국제고를 폐지하기로 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들 학교에 주어진 학생 우선 선발권을 없애고 운영성과 평가를 통해 부실 학교를 선별해 자사고 지정을 취소했다. 또한 2025년에는 자사고·외고·국제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4년 만에 자사고 폐지 정책을 뒤엎고 존치를 결정하면서 교육계에서는 이와 관련 찬반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각 시도교육청별로 정부 대책에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28일 교육청 웅비관에서 진행된 민선 5기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교육부의 자사고 존치 결정 관련 질문에 “지방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야 하고 지방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자사고가 필요하다”며 이번 정부의 결정에 대해 찬성의 뜻을 밝혔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역시 입장문을 통해 “학생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강점과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 ‘모두’의 수월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해 적극 환영했다.

“자사고가 우월적 지위를 그대로 유지토록 한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자사고로 인한 학교 간 서열화 발생 문제와 사교육 심화로 인한 교육 불평등 유발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2일 입장문을 내고 “자사고 존치 결정은 현 정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과 모순된 정책”이라며 “고교 서열화로 인한 일반고의 황폐화 등 공교육의 경쟁력을 오히려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표명했다.

천창수 울산교육감도 29일 입장문을 통해 “교육부가 공교육의 다양성 확대를 위해 2025년 일반고 전환 예정이었던 자사고를 존치하도록 한 것은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절대평가가 적용되는 상황과 맞물려 이들 학교에 대한 쏠림 현상과 고입 입시를 위한 사교육 수요를 더욱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천 교육감은 “다양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자사고 존치 결정은 현 정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과 모순된 정책으로 고교서열화로 인한 일반고의 황폐화 등 공교육 경쟁력을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다”며 “교육부가 공교육 질을 높이고 근본적 변화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진정성 있는 정책을 내놓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시도교육청과 학교 현장과 함께 긴밀히 대책을 논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7일 이같은 상황에 대해 “사교육비 경감 대책 ‘진단’부터 틀렸다”며 “교육부는 고교서열화로 인한 고입 경쟁이 사교육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 왔음에도 일반고 유형의 다양화, IT 영재학교 신설 등 고교서열화를 더욱 세분화하는 정책을 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전교조는 “‘학교 다양화와 선택의 자유’를 말하지만, 사실은 성적에 따른 ‘고교서열화와 경쟁’에 더욱 불을 붙일 것이다. 교육부는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2025년까지 특권학교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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