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식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산학교육혁신연구원장(국가교육위원회 직업·평생교육 특위 위원)

한광식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산학교육혁신연구원장(국가교육위원회 직업·평생교육 특위 위원)
한광식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산학교육혁신연구원장(국가교육위원회 직업·평생교육 특위 위원)

7월 10일 드디어 지방시대위원회가 출범했다. 지방시대위원회는 앞으로 5년 동안 지방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조직이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과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시행령」을 통합해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제정했다. 지방시대위원회를 통해 분권과 균형발전을 통합해 종합적으로 추진한다는 큰 방향에는 동감하나 위원회의 역할이 여전히 새로운 정책 수립·추진이 아닌 자문 성격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비수도권 지자체에서 끊임없이 균형발전 추진 동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독립 부처나 행정·재정권을 지닌 행정위원회로의 격상을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해 볼 만한 부분도 있다. 이번 법안에서 필자의 눈길을 끄는 정책은 바로 ‘기회발전특구’이다. 기회발전특구는 비수도권 투자 촉진을 위해 지자체-기업 간 협의에 따라 지정하는 지역을 의미한다. 비수도권 중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관계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필요한 곳은 기회발전특구를 지정할 수 있고, 해당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에는 파격적인 세금 감면과 규제특례가 가능하므로 ‘지방시대 종합계획’과 연동해 추진한다면 매우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2020년 처음으로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보다 적어지는 이른바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발생했다. 이 같은 역전현상은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따른 국가 경제성장의 잠재력을 크게 약화시키며, 본격적인 축소사회 도래에 따른 분야별 불균형과 비효율 발생은 불보듯 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21년 통계 기준 0.81명으로 하락해 전 세계 198개국 중에서 최하위이며, 2024년에는 0.7명으로 예측되어 인구감소율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며, 2045년이 되면 고령자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설상가상으로 이미 지방대학의 충원미달은 본격화됐고, 청년층의 도시 집중화,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층 편입도 가속화되고 있다. 수도 서울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구밀집도가 높은 도시가 되었고, 수도권의 쏠림현상은 지방도시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저성장 장기화 국면과 지역 청년의 수도권 인력유출은 비수도권의 경제성장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다. 

물론 정부에서도 인구감소로 소멸위기에 처한 시·군·구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고시하여 지방소멸대응기금(매년 1조 원, 10년간 지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국고보조사업 선정 시 가산점을 주는 등 인구소멸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적극 돕고 있다. 또한 작년 12월 28일 기획재정부에서는 ‘인구구조 변화와 대응방안’의 내용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인구 위기 및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따른 대응방안으로 4대 분야의 6대 핵심과제를 설정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경제활동 인구확충, 축소사회 적응, 고령사회 대비, 저출산 대응 분야의 4가지 키워드와 6대 핵심과제로 ①차별 없는 출산, 양육 환경 조성 ②외국인력 유치 규제 완화(이민정책 수립) ③생애 주기별 돌봄 체계 ④고령자 고용연장, 복지제도 개편 ⑤학령인구 감소 및 지방소멸 대응 ⑥인구구조 변화 정책 효과성 평가를 통한 재설계로 구분해 대응방안을 설정했지만 기대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앞으로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가 성공적으로 안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학이 주도적으로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경제사회 구조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교육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대학지원의 행·재정 권한을 광역자치단체로 위임·이양하고 지역발전과 연계한 전략적 지원을 통해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추진하고자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 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를 추진하고 있으나 여전히 보완해야할 점이 많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대학이 주체가 되어 국가, 지자체, 산업체가 협력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우수성과를 낸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esearch Triangle Park) 사례가 대표적이다.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는 제조업 쇠퇴로 어려움을 겪던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와 대학, 기업이 협력해 위기에 빠진 지역을 새로운 산학협력 플랫폼으로 탈바꿈한 사례다. 제조업 쇠퇴로 어려움에 처한 지역이 첨단 과학기술단지로 완전히 전환된 것이다. 우수 인재들을 활용해 IBM, 시스코 등 세계적인 기업 700곳을 포함한 총 7000개 이상의 기업과 연구소가 입주해 비즈니스 생태계가 구축됐다. 

요컨대, 모두가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의 혁신 주체가 협력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지역사회의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필자도 대학의 한 구성원으로서 대학이 지역밀착형 혁신을 발굴하고 실행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소멸 위기와 대학의 위기를 동시에 해결하는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의 기적이 우리 지역에서도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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