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아 아주대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책임상담원

김영아 아주대학교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책임상담원.
김영아 아주대학교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책임상담원.

대학상담센터의 집단상담 프로그램은 그다지 인기가 없다. 학생들은 대체로 개인 상담 프로그램을 선호하고 혼자서도 자기관리를 잘해나가길 원한다.

집단상담이란 1명의 상담자와 여러 명의 참여자가 동시에 일정 기간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특정 주제의 이야기를 나누는 심리상담이다. 집단상담에서는 참여한 사람들 모두 각자 느끼는 생각, 감정 등을 이야기하고 서로를 도와가며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가도록 같이 노력해야 한다. 대학에서의 집단상담은 평균적으로 4~5회 정도, 10~15시간 정도로 구성되며 집단상담을 운영하는 상담자는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석사 졸업 이상의 전문가들이다.

집단상담은 이점이 많은 활동이다. 어떤 고민을 나 혼자 하는 건 아닌지 걱정될 때 대인관계에서의 내 특성과 강점·약점을 알고 싶을 때, 자신을 이해하고 싶을 때, 나에 대해 표현하는 것을 연습해보고 싶을 때 등 삶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볼 만한 주제들을 사람들 앞에서 개방하고 전문가를 포함한 여러 유형의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다.

이런 것이 가능한 이유는 집단상담은 일상적인 인간관계는 아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집단으로 심리상담을 하는 것이라 친구와의 대화와는 큰 차이가 있다. 상담이라는 안전한 환경에서 공동의 성장을 목표로 해 함께 대화하며 노력해나간다는 것이 일상생활에는 없는 점일 것이다.

다만 이러한 프로그램을 신청하기까지는 어색한 불편감을 감수해야 해서 큰 용기가 필요하다. 교내에서 언제 다시 마주칠지 모르는 낯선 사람들과 한 장소에서 만나 자신의 진지한 고민거리를 말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과 성향이나 가치관이 맞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참고 들어야 한다.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한 것 같은 별의별 복잡한 마음을 느끼며 긴 시간 동안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시간적으로도 어려움이 있다. 학교생활 외에도 아르바이트나 대내외 활동을 병행하는 학생들이 많고 이미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있어서 또 다른 시간을 내어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대학이 프로그램 참여자들에게 포인트, 장학금, 참가자 선물 등을 제공해서라도 학생들의 바람직한 성장을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자신의 이해와 성장에 도움이 되는 혜택을 받는 것에 오히려 또 다른 강화물이 필요하다는 점이 때로는 아이러니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집단상담에 참여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함께 성장을 돕는 대화를 나누는 환경이 사실 일상생활에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통 경험은 감정적 정화작용이라 불리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하고, 사람들에게 이해받고 나 역시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경험은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체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대학은 학생들의 요구에 맞는 보다 발전된 형태의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직접적인 체험 프로그램인 만큼 집단상담을 위한 물리적인 장소 마련, 학생들의 요구조사, 대학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과 누적된 노하우, 효과 분석 등이 마련 대학상담센터의 집단상담 프로그램들이 성공적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소망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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