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펜데믹 여파로 정체됐던 ‘해외 유학’ 교육계에 다시 부는 새바람
한국인, 선호 국가 1위 여전히 미국…중국 약세 속에 호주 관심·비중 상승
“영어권, 우수 교수진, 학비 저렴…취업·이민까지 생각하면 ‘퍼스’ 매력적”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WA, 서호주)에 위치한 커틴대학교(Curtin University). (사진=주한서호주정부대표부)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WA, 서호주)에 위치한 커틴대학교(Curtin University). (사진=주한서호주정부대표부)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코로나19 펜데믹의 영향으로 하늘길이 막혀 정체돼왔던 해외 유학을 다시 고민하는 학부모·학생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유학 선호지로 최근 호주를 꼽는 학생·학부모들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과 함께 그간 해외 유학 비중을 사실상 양분했던 중국이 추락하는 사이, 호주로 유학길에 오른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어느새 캐나다와 근접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영어권 국가이자 세계적 수준의 면학 분위기가 갖춰졌다는 점을 호주 유학의 장점으로 꼽는다. 특히 최근엔 호주 동부와 비교해 학비가 저렴한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Western Australia, 서호주)’의 ‘퍼스(Perth)’ 유학을 추천하는 목소리가 교육계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모양새다.

2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해외에서 유학하고 있는 한국인 유학생은 총 12만 432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했던 지난 2020년 유학생이 총 19만 4916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7만 596명 줄어든 수치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펜데믹이 종료되면서 그간 정체돼왔던 해외 유학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유학길에 오르는 한국인 유학생 규모가 예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대륙별로는 북아메리카 지역으로 떠난 유학생이 5만 428명으로 가장 많았다. 아시아·오세아니아를 선택한 학생은 4만 9887명으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31.8%(3만 9491명)으로 유학생 선도호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중국(13.6%, 1만 6968명) △일본(11.5%, 1만 4247명) △캐나다(8.8%, 1만 885명) △호주(8.1%, 1만 119명) 등으로 집계됐다.

■ 교육계 “호주 유학 선호도↑…특히 ‘서호주’ 눈여겨볼 필요” = 교육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펜데믹 기간에 어쩔 수 없이 해외 유학을 포기했던 국내 학부모·학생들을 중심으로 유학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면서, 세계 교육계 동향을 파악하고자 하는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인 유학생에게 해외 유학 국가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이 미국이라는 점에선 변함이 없지만, 최근 호주 유학 선호도가 빠르게 높아지는 흐름이 감지된다면서 오히려 이를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영어권 국가 중 우리나라와 시차가 거의 없고, 해외 대학들과 경쟁하는 명문대학들이 다수 분포한다는 점, 세계적 수준의 교수진과 우수한 면학 분위기 등이 호주 유학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에는 이 같은 호주 유학 장점과 더불어 동부권보다 상대적으로 유학 비용이 저렴한 ‘서호주’를 교육계가 주목하는 분위기라며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교육부의 최근 3년간 국가별 한국인 유학생 통계를 보면 지난 2020년 중국은 24.2%로, 미국(26.8%)과 함께 사실상 한국인 유학생 비중을 양분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1년 중국으로 떠난 한국인 유학생은 17.2%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는 13.6%까지 뚝 떨어졌다. 반면 호주는 2020년 한국인 유학생 비중이 6.7%에 불과했지만, 이후 증가세를 보이면서 2022년엔 8.1%까지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캐나다로 유학길에 오른 한국인 학생의 비중(8.8%)과 비슷한 수준이다.

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서정대 교수)은 “영어권 국가들이 최근 유학생 유치에 공을 들이면서 지금까지 절대적이었던 미국 유학에 대한 선호도를 상당 부분 흡수하고 있다”며 “글로벌 유학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이 약화하는 사이 격차를 좁힌 캐나다를 비롯해 특히 그야말로 쾌속 성장한 호주 유학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실장은 이어 “영어권 국가 중 호주를 유학 국가로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은 요즘 학부모·학생들은 실리적인 측면까지 꼼꼼히 따져보는 세대이기 때문”이라며 “특히 상대적으로 유학에 드는 비용은 저렴하면서도 호주 아이비리그라 불리는 ‘Go8(그룹 오브 에이트, Group of 8)’의 서호주대학교(UWA) 등 호주 유학의 장점은 다른 지역과 차이가 없어 서호주를 선호하는 양상이 강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전문가들 “취업, 이민까지 생각한다면 ‘서호주’가 유리” = 호주 내에서 한국인에게 가장 잘 알려진 지역은 시드니(뉴사우스웨일스)나 멜버른(빅토리아), 브리즈번(퀸즐랜드)이다. 하지만 호주 서부 끝자락에 위치한 도시로, 풍부한 광물 자원을 기반으로 호주 내 평균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퍼스(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최근 교육계를 중심으로 취업과 이민까지 생각해 전략적으로 퍼스 유학을 고려하는 움직임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퍼스는 인구 약 210만 명으로 호주 내에선 4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다. 캐나다의 밴쿠버처럼 자국 내 서부 지역을 홀로 대표하는 대도시다. 특히 퍼스는 광물 자원이 풍부해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광업을 기반으로 주 정부의 탄탄한 경제·행정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편이다.

서호주는 에너지와 광업, 우주, 국방, 보건·의료, 교육, 관광, 예술 등 산업 전반에서 혁신적인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한 세계 최고급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서호주의 대학들은 연구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고, 우수 연구 프로젝트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을 비롯한 문화·역사·사회 전반에서 진행되고 있다.

호주의 아이비리그라 불리는 ‘Go8(그룹 오브 에이트, Group of 8)’에 속한 서호주대학교(University of Western Australia ; UWA). (사진=주한서호주정부대표부)
호주의 아이비리그라 불리는 ‘Go8(그룹 오브 에이트, Group of 8)’에 속한 서호주대학교(University of Western Australia ; UWA). (사진=주한서호주정부대표부)

퍼스에는 5개의 대학교가 있다. ‘그룹 오브 에이트(Go8)’라 부르는 호주 내 연구 중심 명문대학 8개교 중 서호주대학교(University of Western Australia ; UWA)가 대표적이다. 서호주대학교는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가장 처음 설립된 대학교로, 세계 랭킹 100위권의 명문대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배리 마셜(Barry Marshall) 교수와 로빈 워런(Robin Warren) 교수 등을 배출했다. 특히 배리 마셜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한 요구르트 광고에 출연해 “헬리코박터 프로젝트”라는 대사를 한 박사로도 유명세를 탔다.

또한 그룹 오브 에이트는 아니지만 오히려 세계대학 랭킹에서 서호주대학교를 능가하는 커틴대학교(Curtin University)도 퍼스의 대표 대학이다. 커틴대학교는 2022 QS 세계대학 랭킹에서 ‘광산·광물학’ 학문·연구 분야에서 ‘세계 2위’를 기록했다. 같은 평가에서 세계 1위는 미국의 공립 연구형 대학인 ‘콜로라도 광업대학(Colorado School of Mines)’이 차지했고, 서호주대(UWA)는 5위에 위치했다. 이와 함께 커틴대학교는 ‘지구·해양과학’ 분야에서도 세계 40위를 기록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서울대(51~100위권)보다 높은 수준이다. 해당 평가 1위는 세계 최고 이공계 연구중심 대학이라 평가받는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ETH Zurich)’가, 2위는 미국의 하버드대학교(Harvard University)가, 3위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가 기록했다.

또 세계대학 랭킹에서 상위 2%를 기록하고 있는 머독대학교(Murdoch University), 호주 내에서 가장 다양한 문화의 학생들이 다니는 대학 중 한 곳인 에디스코완대학교(Edith Cowan University)가 있다. 이와 함께 호주 국민을 포함해 해외 시민권자라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는 서호주 유일 사립대 노트르담대학교(The University of Notre Dame)도 퍼스에 위치하고 있다.

호주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기술 전문대학인 TAFE. (사진=주한서호주정부대표부)
호주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기술 전문대학인 TAFE. (사진=주한서호주정부대표부)

직업에 필요한 실무 경험과 대학 진학 경로를 제공하는 ‘TAFE’도 운영된다. TAFE는 주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기술 전문대학으로서, 우리나라의 산업대학·전문대학과 유사한 교육기관이다. 서호주에는 △North Metropolitan TAFE △South Metropolitan TAFE △North Regional TAFE △Central Regional TAFE △South Regional TAFE 등 5개 TAFE가 ‘TAFE International Western Australia(TIWA)’로 통합돼 운영된다. 총 52개 캠퍼스에서 디자인, 비즈니스, 해양, 항공, 건축, 자동차정비 등 다양한 기술 분야의 전문교육과정을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취업과 이민까지 생각한다면 퍼스 유학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지현 주한서호주정부대표부 상무관은 “퍼스에서 공부하는 학생은 일반적으로 학업을 마친 후 4~6년간 호주에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취득할 수 있다”며 “최근 서호주 정부가 이른바 ‘기술 이민’을 시도할 수 있는 졸업생 직업 목록을 331개까지 대폭 확대했다는 점도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이 상무관은 이어 “서호주에서 생활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점, 유학생을 환영하는 커뮤니티를 제공해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지원하는 점도 장점”이라며 “영주권 신청 등 호주 이민까지 전략적으로 생각한다면 지금 서호주, 퍼스 유학을 선택하는 것이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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