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박성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박성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사립학교를 둘러싼 분쟁 중 빈번하게 다툼이 되는 유형을 꼽으라면 임시이사 선임과 해임을 들 수 있다. 과거 관선이사라고도 불렸다. 임시이사의 선임과 해임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서 심의된다. 조정위원회는 대통령이 추천하는 사람 3명,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사람 3명,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사람 5명으로 구성된다.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관할청이 임의로 임시이사 선임과 해임을 결정하지 않는다. 

임시이사 선임 사유도 법률로 정하고 있다. 세 가지 사유가 있다. 첫째, 학교법인이 이사의 결원을 보충하지 않아 학교법인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다. 

첫 번째 요건과 관련해 구 이사의 긴급처리권이 자주 문제된다. 임기가 만료된 구 이사에게 후임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종전의 직무를 계속해 수행할 긴급처리권이 인정되는지 다툼이 된다. 이사의 결원이 생겨서 설령 남은 이사들만으로는 학교법인의 사무를 처리할 수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만일 퇴임한 종전 이사의 긴급처리권을 통해 학교법인 스스로 이사회 기능을 유지하고 회복할 수 있다면, 학교법인의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때라고 볼 수 없게 된다. 즉, 임시이사 선임사유가 존재하지 않게 된다. 

긴급처리권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은 확고하다. 임기가 만료된 구 이사로 하여금 학교법인의 업무를 수행하게 함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이사에게 후임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종전의 직무를 계속해 수행할 긴급처리권이 인정된다고 한다. 나아가 긴급처리권에는 후임이사 선임에 관여할 권한까지 포함된다고 본다. 

위와 같은 논리를 관철하면 이사 결원이 있더라도 언제나 긴급처리권으로 해결하면 되지 않을까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렇지는 않다. 퇴임한 종전 이사의 긴급처리권 유무에 따라 곧바로 임시이사 선임사유의 존부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퇴임한 종전 이사에게 긴급처리권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임시이사 선임사유가 얼마든지 인정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 사립학교법에서는 이사의 결원을 보충하지 않아 학교법인의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될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을 뿐이다. 종전 이사의 긴급처리권 유무에 따라 임시이사 선임 여부를 달리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 않다. 

퇴임한 종전 이사에게 긴급처리권이 인정되더라도, 이사회의 의사결정 기능이 유지되지 않고 조속히 회복되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사정이 있을 수 있다. 비록 종전 이사의 긴급처리권이 있더라도 학교법인의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라면 임시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고 봐야 제도의 취지에 합치된다. 종전 이사의 긴급처리권 유무는 임시이사의 첫 번째 선임사유가 존재하는지 판단하는 데에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요소다. 절대적 요소는 아닌 것이다. 

임시이사 선임의 두 번째 사유는, 관할청이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한 경우다. 다만, 임원 취임 승인이 취소돼 이사회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로 한정된다. 

임시이사 선임의 전제가 되는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사유로 무엇이 있을까. 사립학교법,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을 위반하거나 이에 따른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행위가 대표적이다. 그 밖에 임원 간의 분쟁, 회계 부정 또는 현저히 부당한 행위 등으로 해당 학교 운영에 중대한 장애를 일으켰을 때, 학사행정에 관해 해당 학교의 장의 권한을 침해했을 때, 관할청의 학교의 장 및 교직원에 대한 징계요구에 따르지 아니했을 때도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사유가 된다.

세 번째 요건은, 임시이사가 해임된 경우다. 임시이사의 해임 사유는 세 가지로 정해져 있다.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는 결격 사유에 해당하게 된 경우, 직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경우,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다. 

위와 같은 절차와 요건을 갖춰 선임된 임시이사는 조속한 시일 내에 선임의 원인이 된 사유를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임시이사는 선임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재임하되, 임기가 선임된 날부터 3년을 초과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관할청은 임시이사의 선임 사유가 해소됐다고 인정할 때에는 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체 없이 임시이사를 해임하고 정식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대법원은 관할청이 정식이사 선임권을 행사할 때 종전 정식이사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보았다.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은 학교법인의 자율적 수단만으로 이사회의 기능을 유지·회복하기 어려운 때 학교법인의 의사결정을 보충·후견하기 위해 인정되는 권한이다. 권한의 의미를 존중해 가능한 한 설립자의 설립목적을 충실히 구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행사돼야 한다. 설립자로부터 순차적으로 학교법인의 설립목적을 승계했다고 볼 수 있는 종전 정식이사의 의견을 존중함이 바람직하다.

다른 한편,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은 법령상 독자적으로 인정된 제도다. 학교법인의 자율성을 다소 후퇴시키더라도, 국가의 일정한 개입을 통해 학교법인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 인정되는 권한이다.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에서 종전 정식이사의 의견을 존중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립학교법 시행령에 따르면 다양한 이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조정위원회의 인정을 받은 주체들이다. 학교법인의 이사 또는 이사였던 사람으로 구성된 협의체, 교직원·학생·학부모 대표기구, 그 밖에 조정위원회가 인정하는 이해관계인 등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아울러 관할청이 임시이사 체제를 해소하고 정식이사를 선임할 때에는 퇴임한 정식이사들의 긴급처리권에 구애받지 않는다. 공석이 있는 이사 정수 전원에 대해 정식이사 선임권을 행사할 수 있다.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은 퇴임 정식이사의 긴급처리권을 비롯한 민법상의 자율적 수단에 의해서는 학교법인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기 어려운 경우에 인정되는 공적 개입 수단이다.

이미 이사회의 의사결정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초래됐다.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 요건을 충족한 경우라면 선임권은 관할청으로 옮겨온다. 선임권 행사를 통해 학교법인 이사회가 정상화된다. 이러한 경우에까지 퇴임한 정식이사의 긴급처리권이 보장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다. 사립학교법이 규정한 정식이사 선임권의 목적에 비춰 보는 것이다. 학교법인 활동이 어렵게 된 분쟁의 다양한 양상에 알맞도록 관할청이 탄력적이고 합리적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게 함이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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