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융합교육연구소 소장

백성혜 한국교원대 융합교육연구소 소장.

“모든 게 버겁다. 숨이 막힌다”

서이초등학교에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약 2주 전에 쓴 일기장의 일부 내용이다. 업무 폭탄, 학생의 난리가 겹치면서 그냥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내용도 있고, 밥을 먹는데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했다는 내용도 있다.

2년차 초등교사로 1학년 담임과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업무를 맡았던 그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답답함 속에 갇혔을 해당 교사를 생각하면 필자 또한 그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마음이 아프다.

이런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지난해 초등학생들이 희망하는 직업 2위,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희망 직업 1위가 교사라는 소식을 들었다. 이를 증명하듯 교사를 양성하는 한국교원대를 비롯한 교육대학, 사범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성적도 대체로 우수하다. 다만 이러한 인재들이 교사가 된 다음에 겪는 어려움을 생각하면 이들의 진로 선택은 교사로서의 극한 상황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한 것일지 궁금함이 앞선다.

교사가 되기 전 자신은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교사가 된 후에 큰 어려움에 처하고 이를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면 그 좌절감은 굉장히 클 것이다. 역설적으로 우수한 인재일수록 부딪친 문제를 극복하지 못할 때 느끼는 좌절감은 상대적으로 더 크다. 실패의 경험이 적어서 실패에 대한 회복탄성력을 기를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서이초 교사의 죽음 이후 필자는 교사가 되기를 희망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제자들을 생각해 봤다. 그들이 겪을 미래의 학교생활에서는 좌절을 겪어도 다시 일어서서 성장하는 교사가 필요하다. 이에 교육계는 어려움을 해결하고 극복할 수 있는 교사의 역량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교육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교육이 수능에 맞춰져 있는 것처럼 현재의 교사 교육은 임용시험에 맞춰져 있고 임용시험은 출제자의 전공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교사 양성교육은 해당 전공의 학자를 기르는 교육인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를 양성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교사 양성대학에서 학문 지식은 깊이 있게 다루지만 정작 학생들이나 학부모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학교폭력과 같은 버거운 업무처리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은 거의 없다. 교생실습이라는 경험도 매우 피상적인 체험에 불과해 정작 실전에서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아직까지 일타강사처럼 지식을 가르치는 실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고와 학생을 대하는 태도나 인성적인 측면보다는 지식을 강조하는 문화가 교육계를 지배하고 있다.

물론 대학 졸업 학점을 채우기 위해 듣는 교양 수업에서 빙산의 일각처럼 태도나 인성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지만 이 역시 피상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교사로서의 실천적 역량을 기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학과 산업체 인력양성의 미스매칭이 심각한 것처럼, 학교 현장과 교사 양성 방향의 미스매칭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 교육계의 거센 반발에 교육전문대학원 도입을 철회한 교육부가 새 교육과정을 적용해 교원을 양성하는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을 모집한다고 한다. 그리고 교육부는 교원 양성기관 교육과정 개편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의 교육방향이 교사를 선발하는 임용시험과 함께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새 교육과정에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또한 제2의 서이초 사건을 방지하겠다고 나온 대책이 법률적·제도적 개선에 그친다면 이는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어떠한 학교 환경에서 어려운 학생들을 만나도 학생들의 인격적 성장을 도와줄 수 있는 인내심과 역량을 갖춘 교사가 될 수 있도록 교사 양성체제부터 본질적으로 바꿔야 한다.

변화의 과정이 느리고 직접적인 효과를 볼 때까지 오래 걸린다고 해서 미봉책에 그친다면 앞으로 제2, 제3의 서이초 교사는 어김없이 등장할 것이다. 급할수록 본질적인 문제에 충실해야 교사를 둘러싼 꼬인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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