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원 숭실대 교무처 학사팀장 겸 원격교육지원팀장

오세원 숭실대 교무처 학사팀장 겸 원격교육지원팀장.
오세원 숭실대 교무처 학사팀장 겸 원격교육지원팀장.

교육부가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하고 8일까지 의견을 수렴한다. 이번 개정안은 △교원 교수시간 관련 매주 9시간 원칙 폐지 △학과·학부 기반의 조직 원칙 폐지 △외국대학의 국내대학 교육과정 운영기준 폐지 △협동수업 제도의 도입 △국내대학 간 공동교육 운영 시 학점인정 한도 폐지 △학생 전과 제한 규정 완화 △시간제 등록생 등록인원 및 신청가능학점 한도 확대 △비수도권 전문대학의 성인학습자 정원 외 선발제한 폐지 등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한 대학가의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그동안 교육부는 각종 지침과 규제를 대학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해 왔는데 이번과 같이 사전규제와 사후규제 모두를 과감하게 완화 또는 해제하는 것은 교육부 스스로 대학에 대한 영향력을 축소하고, 대학이 관련 사항을 학칙에 반영해 스스로 미래를 준비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교육부의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의 부제를 ‘교육개혁, 대한민국 재도약의 시작’으로 붙일 때부터 이미 예고됐다. 추진과제로 제시한 ‘규제 없는 과감한 지원’과도 부합하며, 2026년까지 중앙정부의 대학규제 ‘제로화’를 목표로 한 만큼 향후 어떤 규제가 완화 또는 해제될지 사뭇 궁금하다.

대학개혁과 관련한 각종 규제 중 완화 또는 해제가 필요한 요소를 발굴하고 깊이 있게 검토하기 위해 교육부 대학규제혁신국 대학운영지원과는 전문가에게 정책과제를 발주하고 ‘교육부-대학 학사관리자 공동 실무 TF’를 지난 4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소관부서 과장과 사무관이 매번 회의에 참석해 2시간여 동안 대학개혁 과제 발굴과 발굴된 과제에 대해 주요 대학 팀장과의 토론을 거쳐 완성도를 높여가는 적극행정을 펼치고 있다. 그간 교육부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러한 검토 과정을 거쳐 도출된 일부 개정령(안)에 대해 대학가는 강한 저항보다 환영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며 다소 우려되는 부분은 의견을 받아 보완을 준비하고 있다.

역대급 사업으로 평가받는 ‘글로컬대학30’ 사업추진 과정에서도 많은 규제 완화와 개혁의 요구가 있었다. 요구된 대학개혁 과제는 △미래형 학사구조로 전환 △학생 모집단계의 벽 허물기 △대학 간 벽 허물기 등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영역별 세부 제안은 학위 수여 종별 해제나 수업연한, 수업시간의 자율적 결정 등 ‘대학에서 제안한 요구사항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소 파격적인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대학규제 ‘제로화’를 목표로 하는 교육부를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기도 한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촉발된 대학의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스스로 컨트롤타워를 포기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비판한다. 또한 고등교육법 제28조에 명시한 “대학은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 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까지 개정할 정도로 스스로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기도 한다.

교육부의 규제 완화 및 해제에 대해 이제는 대학이 응답할 시간이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변수를 제외하고도 QS 평가, THE 세계대학 순위에서 국내 대학의 위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높은 교육열, 70%를 상회하는 대학 진학률에도 불구하고 세계 대학과의 경쟁에서 점점 떨어지고 있다. 과거와 같이 대학 스스로 개혁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시류나 분위기에 떠밀려 흉내만 낸다면 이 좋은 기회를 대학의 긍정적인 발전 에너지로 활용할 수 없을 것이다.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 1:29:300 법칙)은 평균적으로 1건의 큰 산업재해 이전에 29번의 작은 재해, 300번의 상처를 입을 뻔한 징후들이 있다는 법칙이다. 즉, 대학 스스로 시도하는 작은 교육개혁 300개가 모여 29개의 대학혁신 사례를 만들고 1등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이제부터 진짜 대학이 준비하고 입증할 시간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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