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100일간의 일정으로 개회됐다. 법제처 ‘2023년 정기국회 입법추진 대책’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올해까지 국회에 제출하기로 계획된 정부 추진 법안은 총 367건(’23. 8. 29. 기준)이다. 그 중 211건은 이미 국회에 제출됐고, 나머지 156건은 입법절차를 거쳐 연내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여당 의원 발의로 제출된 법안까지 합하면 훨씬 많은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책은 법률로 뒷받침돼야 하는데, 입법이 미뤄지면서 민생 현장의 고통은 점증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대학구조개선지원 관련 법안이다. 얼추 20여년 동안 입법 노력만 있었을 뿐 발의, 폐기 과정을 반복하는 대표 법안이라 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대학에 자율성을 보장해 역동적 혁신 허브로서의 역할을 담당케 하는데, 이를 위해 ‘규제 혁신’ ‘부실·한계대학 개선’을 중점 추진한다고 약속했다.

특히 ‘부실‧한계대학 개선’을 위해 재정진단으로 ‘경영위기대학’을 지정하고 자발적 구조 개선을 촉진할 수 있도록 ‘사립대학의 구조개선지원 특별법(가칭)’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일환으로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이 2022년 9월 30일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정경희 의원도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2023.3.17.)을 발의했다.

야당에서도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사립학교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2023.1.9.)을, 그리고 같은 당 문정복 의원이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2023.8.18.)을 발의했다. 21대 국회에서만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을 위한 법안’이 총 4건이 발의됐다.

그러나 통과 전망은 밝지 않다. ‘발의는 했지만 폐기돼도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이 널리 퍼져있는 듯 하다. ‘잔여재산 처리’와 ‘해산장려금’ 지급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사학’이 공공재인지, 사유재인지 하는 해묵은 논쟁으로 다시 돌아간다.

일각에서는 “잔여재산 처분 특례를 규정하는 것 자체가 ‘특혜’이고 학교법인의 비영리성을 훼손하는 조치”라고 거부감을 표시한다. 특히 ‘해산장려금’ 지급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예민하다. 사학 경영자의 ‘먹튀해산’ 논쟁으로 연결되는 뇌관이다. 

대학을 잘못 운영해 폐교 직전까지 몰려간 데는 사학경영자의 부실경영이 큰 몫을 차지하는 데, 이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국민 혈세로 일궈온 대학 자산 일부를 준다는 데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관련 법안에 대한 국회 차원의 공청회와 민간단체 주관으로 각종 세미나와 포럼이 개최됐지만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여전히 첨예한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 의원들은 사립대학과 학교법인의 구조개선을 통한 경영정상화를 지원하는 법률안을 발의했다. 상당수 대학이 존폐위기에 몰리고, 한계대학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매우 시의적절한 선택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또 다시 무산된다면 여·야 대타협에 실패한 국회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망할 대학은 망하게 두면 되지, 왜 국가가 나서서 도와줘야 하는가 하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기업이면 그럴 수 있지만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대학이나 학교에는 적용키 어려운 주장이다. 사학운영자가 자진폐교를 선택할 수 있지만 잔여재산 처리 문제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는 구조도 기업과 다르다. 

현행법상 학교법인이 해산할 경우 “잔여재산의 귀속자는 학교법인이나 그 밖에 교육사업을 경영하는 자 중에서 선정하고 처분되지 아니한 재산 중 대학교육기관을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의 재산은 국고에 귀속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사립학교법 제35조 제1항)

이번 의원 입법안 중에는 사학 경영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폐교 해산에 나설 수 있도록 ‘잔여재산의 처분 제한을 완화하는 특례’ 조항을 두거나 ‘해산장려금’ 지급을 규정하자는 내용이 들어 있다. 특히 정경희 의원과 문정복 의원 안에는 ‘해산장려금’에 대한 특례 조항을 두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전향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앞서 언급한 4명 의원의 발의 법안에는 잔여재산을 ‘공익법인’과 ‘사회복지법인’에 출연할 수 있게 허용하는 특례 조항이 모두 있다. 일부에서는 ‘해산여부 결정권을 쥔 대학 경영자에 유인책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가능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묘책이라 할 수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여야 의원들의 대타협을 기대해본다. 대표발의 한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기필코 통과시킨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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