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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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청소년과 현재의 상태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단정적이고 용기를 꺾는 모진 말이 아니라,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인정과 칭찬의 말을 해줄 수 있는 어른이 필요하다. 부모와 교사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청소년과 청년 중 상당수는 부모나 교사로부터 인정과 칭찬이 담긴 따스한 말을 듣지 못하고 자라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성적이라는 결과가 있어서일 게다.

올해 고3인 윤경(가명)이는 농촌에서 공부하지만, S대와 K대, C대, E여대, 그리고 자기 고향의 거점 국립대학교에 지원하려고 한다. 1학년 성적이 4등급 중반이었는데 정말 많이 노력해 1등급 중반으로 올렸다. 기적이다. S대에 진학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유리한 전형이 있어서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담임 선생님은 K대에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그 학교에서는 K대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을 맞춘 사례도 없을뿐더러, 윤경이가 아무리 노력해도 K대에서 요구하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인 대학수학능력시험 4개 영역의 등급을 합해 8등급 이내로 맞추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란다.

윤경이는 속상했고, 부모님도 화가 났다. 윤경이 어머니는 화를 참지 못하고 몸살까지 앓았다. 윤경이는 지금까지 성적을 올린 자신의 과거를 보면 미래도 어느 정도 인정해 주고 격려해주는 줄 알았다. 그러나 지원조차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한 것은, 이제까지 한 노력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뿐 아니라, 자신을 무시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믿었던 담임 선생님에 대한 배신감이 생겼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고, 공부하기도 싫어졌다.

담임 선생님은 윤경이의 실력에 맞지 않는 대학에 도전해 불합격되었을 때의 좌절감 등을 고려했을 것이다. 담임 선생님이 추천한 대학에 합격한 제자들이 기뻐했던 과거의 경험이 있었을 것이고, 윤경이도 그런 기쁨을 맛보게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윤경이의 간절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윤경이는 자신이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 이유는 이들 대학에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상담할 때마다 말씀드렸다. 그런데 담임 선생님이 그런 것을 무시한 채 지원하지 말라고 하니 윤경이가 얼마나 속상했을까?

아직 부족한 2등급을 올려야 하지만 윤경이의 노력과 전략을 보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었다. 필자는 윤경이에게 걱정하지 말고 원하는 대학에 모두 지원하라고 했다. 윤경이의 성적 상승을 보면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여지가 충분할 것으로 판단했다. 윤경이가 얼마나 억척스럽고 간절히 공부하는가를 알기에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도 잘할 것이라 믿었고, K대에서 요구하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 이상의 기적도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혹자는 희망 고문이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윤경이의 노력과 발전 속도를 보면, 윤경이를 인정하고 칭찬하며 가능성에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윤경이를 믿고 격려하는 것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더 잘 보도록 돕는 것이다.

필자는 윤경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안된다고 생각해도 도전하는 것이 인생이고 젊음이야. 어차피 할 수 있고 가능한 것만 도전한다면 노력도 필요 없어. 인생을 개척하고 운명을 만들려면 도전해야 해.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도전하면 어떤 가능성이 생길지 아무도 몰라. 그래서 도전해야 해. 지금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너는 열심히 노력했고 도전해 왔어. 그에 대한 보상은 분명히 있을 거야. 늘 성공한 모습을 느끼면서 즐겁게 공부해야 해.”

인생은 도전하는 것의 연속이다. 인생은 성공할 수 있는 것만을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하기 위해 도전하는 것이다.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지 성공의 연속은 아니다. 원하는 대학에 도전하자. 그리고 최대한 자신을 몰아붙여 노력하자. 합격과 불합격은 지원자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하늘이 결정할 일이다. 우리는 도전할 것인가 아닌가만 결정한다. 걱정하지 말고 원래 목표한 대학에 모두 도전하자.

구한말의 선각자이신 도산 안창호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위인(偉人)이 없음을 한(恨)하지 말고 너 스스로 위인(偉人) 되기를 힘쓰라.”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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