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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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good)은 더 큰 것(great), 거대하고 위대한 것의 적이다. 그리고 거대하고 위대해지는 것이 그토록 드문 이유도 대개는 바로 그 때문이다.” 이 구절은 미국의 스탠포드(Standford) 대학의 경영학 교수였고, 경영 분야를 연구하는 짐 콜린스(Jim Collins)의 책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의 첫 문장으로 나온 구절이다. 좋은 기업이 되는 것에 만족해 위대한 기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말을 두고 미국의 대법원 판사였으며 종교 지도자인 옥스(Dallin H. Ox)는 이렇게 말했다. “좋은 것(Good), 더 좋은 것(Better), 가장 좋은 것(Best)에서, 좋은 것과 더 좋은 것을 포기해야 가장 좋은 것에 이를 수 있다.”

필자는 상담하면서 청소년과 학부모를 많이 만났다. 그들은 현재보다 더 큰 능력을 갖출 기회가 있었음에도 발전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상담하면서 그런 사실을 여러 번 확인했고, 현직 교사와 부모에게서도 이런 사실을 발견했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돼 안타까웠지만, 그 시점에서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다. 조금 일찍 알았더라면,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좋은 것인가를 고민했더라면, 부모로서 자녀의 인생을 위대한 것으로 생각했다면 지금과 달라졌을 것이다.

지난 8월 서울 동대문구청에서 실시한 전문대학 입시정보 박람회에 상담자로 참석했다. A는 청소년을 돕는 일이 자신의 꿈이라고 했다. A는 다른 길을 생각하지 않았고,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K대학교에 진학해 청소년을 돕는 공부를 하고 싶었다. 우수한 성적을 받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한 것 같았는데, 결과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었다. 그래서 인생을 재설계하고 있다고 했다.

필자는 왜 성적이 좋지 않았냐고 물었다. K대학교에 가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다양한 공부를 해야 한다고 들었단다. 그래서 주변에서 얘기하는 다양한 사교육을 하였단다. 그 교육이 어떤 효과를 가져왔느냐고 물었더니, 생각보다 효과가 별로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왜 그런 사교육을 계속 받았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남들이 해야 한다고 하길래,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고, 그만두면 성적이 더 떨어질 것 같아서 계속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막상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지원하려고 보니 후회가 됐다고 한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고, 사교육에서 배웠지만 정작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신 성적이 우수한 것도 아니고, 학교생활기록부가 충실하게 기록될 만큼 뚜렷한 활동도 없었다. 게다가 대학수학능력 시험도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A는 상담을 마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참 어리석었어요. 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모르고 남들 말만 쫓아다녔어요. 학교 생활이나 충실히 할 걸 그랬어요. 괜한 시간과 돈을 낭비한 것 같아요.”

2022년 기준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사교육비는 총 7조 원이다. 주당 평균 6시간, 월 52만 원이 넘는 시간과 비용을 사교육비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남의 말에 의한 사교육으로 실질적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에 사교육을 아주 적절하게 이용해 유능한 인재가 된 경우가 많았다. A도 다른 사람의 말에 의지해 사교육에 참여하기 전에, 자신이 원하던 K대학교의 신입생 모집 요강을 제대로 읽어보았으면 어떠했을까? 더 효율적으로 교육 활동을 했을 것이고, 지금과 같이 후회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A가 선택한 교육 활동은 다른 사람이 말하기에는 좋았지만 자기 자신을 크게 하는 기회를 막아버린 결과가 되었다. A는 자신의 인생이니만큼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보되, 스스로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이 나를 더 크게 하는 데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자신이 가진 좋은(good) 역량을 더 큰(great) 역량으로 만드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현재 남들에게 좋아 보이는(good) 것에 집착한다고 해서 실제 나 자신을 더 큰(great) 역량을 갖추게끔 만들 수 없다. 당장은 남들이 좋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집중하는 것을 넘어서야, 나 자신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 요컨대 더 큰 내가 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현재의 좋은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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