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새로운 고등교육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변화·혁신 주문
‘전문대 1인당 공교육비’ ‘기관평가인증’ 등 전문대 현안 논의 촉각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앞둔 교육계에서 전문대 역할 부각될까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6월 제주서 열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하계 세미나에서 전문대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6월 제주서 열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하계 세미나에서 전문대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지난 11일 국회 교육위원회의 교육부 국정감사와 13일 교육부 유관기관·공공기관 국감이 진행됐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취임 이후 첫 국감이자 제21대 국회가 진행하는 마지막 국정감사라는 점에서 올해 국감에는 어떤 교육 키워드가 화두로 오를지 교육계 관심이 더욱 쏠린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변화와 혁신을 강하게 주문하는 만큼 올해 국정감사에서 대학 정책에 대한 정치권의 주목도가 예년보다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대학수학능력시험 운영·평가를 비롯해 첨단학과 육성 방향, 지방대학 혁신·경쟁력 강화 방안, 대학 재정지원 체계 전환 등 이슈들이 올해 교육계를 들썩이게 했다.

반면 전문대·고등직업교육 키워드는 해마다 그랬듯이 올해에도 주요 이슈에 가려 언급조차 잘되지 않는 모양새다. 다만 오는 2025년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 등 고등교육 생태계가 대전환을 앞둔 만큼 전문대도 정치권으로부터 더 이상 외면받아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교육계 내부에서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올해 국정감사에서 남은 기간 교육계·정치권에서 주목할 만한 전문대의 굵직한 현안들을 정리해봤다.

■ OECD 평균보다 한참 떨어지는 ‘전문대 1인당 공교육비’ = 국내 전문대 재정 현황이 여전히 OECD 국가 평균에도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대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평균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쳤고, 정부의 전문대·고등직업교육 재정지원 규모도 미흡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전문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약 916만 원으로 OECD 평균(약 1660만 원) 대비 절반 수준인 약 55.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초·중·고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각각 124.6%, 124.0%, 156.3% 등으로 모두 OECD 평균을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대 재정 규모도 일반대와 비교해 차이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대교협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문대 총 재정 규모는 평균 5조 1600억 원(고등교육기관 중 19%)에 그친 반면, 일반대 재정 규모는 약 4.4배가량 많은 22조 8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대에 대한 정부 지원도 해를 거듭할수록 사실상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대에 대한 지원 금액은 △2019년 1조 6200억 원 △2020년 1조 7300억 원 △2021년 1조 7000억 원 등 액수는 늘었지만, 전체 대비 지원 비율을 따져보면 △2019년 12.8% △2020년 12.6% △2021년 11.3% 등으로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주 전문대교협 기획실장은 “전문대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 금액은 늘어난 것처럼 보여도 고등교육기관 전체 지원 규모 대비 전문대 지원 비율은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이어 “정부에서는 2025년부터 라이즈 도입을 골자로, 모든 고등교육기관의 재정지원사업을 통합해 지역 주도 예산 집행으로 전환할 예정”이라며 “지역에 거점을 둔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전문대학에 대한 활용 방안을 높이고 이에 적합한 정책이나 지원이 다각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지자체 주도 대학지원 ‘라이즈’서 전문대 소외 우려 = 기존 교육부가 대학을 지원하는 방식에서 이를 지자체 주도로 전환하는 재정지원 체계가 오는 2025년부터 본격 도입된다. 대학을 중심으로 한 지역혁신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일각에선 거점국립대·대형사립대 위주로 정책이 흐를 경우 지방 소규모 대학과 전문대가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이전까지 대학지원 행정을 체계적으로 담당해본 적이 없는 지자체 공무원의 전문성 부족으로 대학-지자체 간 연계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고, 선거 결과에 따라 지방정부 정책 방향이 교체되는 등 지방정치에 교육이 종속될 수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히는 상황이다.

윤소영 교육부 지역인재정책과장은 이에 대해 “지자체 인식 부족과 전문대 소외 가능성 지적에 대해 향후 전문대가 목소리를 더욱 낼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겠다”며 “라이즈 논의 테이블에서 전문대가 배제되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교육계 내부에서도 라이즈 추진 과정에서 전문대 역할론을 부각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최근 조직됐다. 전문대교협 관계자들과 전국 전문대 보직자, 재정지원사업 책임자 등이 모인 ‘전문대학 라이즈 지원단’이 출범했다. 이들은 앞으로 라이즈 전환 과정에서 전문대가 잘할 수 있는 특화형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기존의 전문대 핵심 성과와 우수사례를 발굴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정부 정책 추진 과정에서 또 다른 제도·지원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교육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교육부 역시 라이즈 전환 과정에서 지방대·전문대 등 소외되는 교육 기관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대학 현장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더욱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 교육부 기본역량진단 폐지…기관평가인증 공정성 확보하려면 =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대학 기본역량진단 폐지하고, 기관평가는 대교협·전문대교협의 ‘기관평가인증’을 활용하고 재정진단은 한국사학진흥재단의 재정평가를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5년 대학 구조개혁평가로 시작됐던 정부 주도의 대학평가가 사라지고, 새로운 대학평가 체제가 도입되는 것이다.

정부 주도의 대학평가는 이제까지 교육계로부터 숱한 비판을 받아왔다. 평가에 대응하기 위한 대학 행정력이 낭비되고, 획일적 평가가 이어지며 대학별 특성화를 후퇴시켰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이에 따라 향후 바뀐 대학평가 체제에서는 기존의 줄세우기식 평가가 아닌 절대평가 방식의 인증제를 도입한다. 미인증 대학만 아니라면 모든 대학이 정부의 일반재정지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대학의 평가 부담을 대폭 완화할 수 있어 대학 행정력을 낭비하지 않고 교육의 질 개선에 힘을 쏟을 수 있다는 기대가 앞서지만, 한편으론 기관평가인증의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숙제도 남겨져 있다. 기관평가인증 결과가 정부의 재정지원과 직결되게 되므로 기관평가인증제의 평가 기준을 지금보다 더욱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승주 전문대교협 기획실장은 이에 대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되는 4주기 평가운영·기준을 개선하고자 정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연말 공청회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는 기준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계에 따르면 기관평가인증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학당 평가위원을 현재 4명에서 5명으로 늘리는 방안이 검토된다. ‘산학협력’ ‘지역사회 연계’ 등과 관련한 기준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또한 ‘취업률’ ‘장학금 비율’ ‘교육비 환원율’ ‘재학생 등록 유지율’ ‘학생 1인당 실험실습비’ 등 일부 지표를 강화하는 방안도 정책 연구를 통해 합리적인 지점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대교협·전문대교협이 소속 대학을 평가하는 구조가 객관성·공정성을 깎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른바 선수가 동료 선수에 대해 심판을 보는 것과 같다는 지적이지만, 안세근 한국대학평가원장은 “대교협·전문대교협의 기관평가인증은 누군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단순한 시스템이 절대 아니다”며 “사전에 충분히 준비한 대학에서도 인증 유예, 불인증 등 평가가 나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일축했다.

이승주 전문대교협 기획실장도 “객관성·공정성을 강화하고자 현재에도 평가자 제척·기피, 외부인사 참여, 부조리 신고센터 운영 등 다양한 방안이 시행되고 있다”며 “기관평가인증이 그간 전문대 교육의 질을 발전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한 평가인 만큼 4주기에는 정책 연구를 통해 이를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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