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낮아지는 합계출산율…학령인구는 2035년엔 500만 명 이하로 줄어
정량평가로 인해 위기에 처한 소규모 대학들 “평가 배제 방안 검토해야”
지방대학 활성화 위한 특별법 재정립‧주무부처 설립‧특구책 전략 등 제안
양정호 교수 ‘지역 인재육성·경제활성화 위한 지방대 발전방안’ 보고서 발표
‘벚꽃엔딩’ 속설 현실화…‘(가칭) 인구 및 지역발전 미래부(청)’ 설치 제안도

전남대가 봄꽃향연 캠퍼스를 주말에 무료로 개방한다.
벚꽃 철을 맞아 캠퍼스에서 봄정취를 만끽하는 학생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2022년 출생아 수 25만 명, 대학입학정원 47만 명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2040년 초에는 50% 이상의 대학이 신입생을 채울 수 없다.”

유례없는 초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 심화 등으로 인해 2040년이면 지방대학의 최소 50% 이상이 사라질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국경제연원(이하 한경연)은 양정호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교수에게 의뢰해 작성한 ‘지역 인재육성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지방대학 발전방안’ 보고서를 통해 18일 이 같이 밝혔다.

양 교수는 대학정보공시를 바탕으로 서울(경복궁)에서 전국 모든 대학의 주소지와 위도‧경도를 반영한 거리를 산출 후 거리에 따른 2023년도 대학 신입생 경쟁률, 신입생 충원율, 졸업자 취업률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대학 신입생 경쟁률은 서울지역 대학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런 경향은 정원 내 신입생 충원율과 졸업자 취업률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들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벚꽃엔딩’ 속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음을 증명했다.

양 교수는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로 인한 지방대학 위기는 단순히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과도 직결된 것”이라며 “지역 경쟁력의 원천인 지방대학 살리기를 위해 정부-대학-지자체-산업계가 미래 50년을 위한 협력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지난해는 합계출산율 0.78명, 올해 2분기는 0.7명…0.6명대로 추락할 수도 = 대학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학령인구 감소의 근본 원인은 저출산 흐름에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8명을 기록하면서 전 세계에 충격을 준 바 있다.

지난 8월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 동향’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지난해 합계출산율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합계출산율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역대 최저를 기록한 작년 4분기와 동일한 수치다.

(자료=통계청 '2023년 6월 인구동향')

1, 2분기를 합산한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2분기 수치보다 높지만 출생아 수가 일반적으로 연초에 많고 연말로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작년보다 낮아져 0.6명대를 기록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암울한 전망은 이게 끝이 아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726만 명을 기록한 학령인구(만 6~21세)는 2년 후인 2025년부터 700만 명이 무너져 2030년에는 600만 명 선도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2035년부터는 학령인구가 500만 명 이하일 것으로 예상된다.

■ 소규모 대학은 이미 위기 상황…“정량지표 평가에서 배제해야” = 지방에 위치한 소규모 대학들은 이미 위기 상황에 접어들었다. 이들 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이미 4년 전에 비해 10% 이상 하락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이 지난 7월 발표한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중심으로 본 소규모 대학의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소규모 대학 48곳의 신입생 충원율은 2019년 86.61%에서 2022년 76.01%로 10%p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대교협 이슈브로슈어 2023년 제5호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중심으로 본 소규모 대학의 현황과 과제')
(자료=대교협 이슈브로슈어 2023년 제5호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중심으로 본 소규모 대학의 현황과 과제')

모집정원이 500명 이하인 소규모 대학은 대다수가 지역의 교육대학이거나 종교지도자를 양성하는 종교계 대학, 또는 예체능 계열 학과로 구성된 예체능계 대학(예술대)이다. 문제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부실대학 선별과 대학의 구조개혁을 목표로 진행하는 대학기본역량진단(구 대학 구조개혁 평가)과 사립대학 재정진단 평가의 중요 지표에 ‘충원율’이 들어가 있을 뿐만 아니라 평가지표가 소규모 대학에 불리하다는 점이다.

한 소규모 대학의 교수는 “사립대학 재정진단 지표에서 충원율이 활용되면서 소규모 대학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재정진단 지표로 인해 재정지원제한 대학이 될 경우 낙인효과까지 나타나 소규모 대학은 매년 생존이 최우선 순위”라고 하소연했다.

대교협 관계자는 “소규모 대학의 현황에 적합하지 않은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등 정량지표를 평가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정부의 정원 조정 정책에서 소규모 대학으로 분류되는 소규모 종교 특성화 또는 예술 특성화 대학을 포함시키는 것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지방대 활성화 위해 ‘특구책(특성화-구조조정-책무강화)’ 마련 시급 = 고등교육계 입장에서는 지방에 위치한 소규모 대학을 시작으로 대학의 위기가 현실화 될 것이 확실한 만큼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양정호 교수는 지역인재 육성과 지역 활성화를 위한 지방대학 발전방안으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재정립 △지역균형발전 전담 주무행정부처 설치 △대학 재정투자 확대 △특(특성화)‧구(구조조정)‧책(책무강화) 전략 △대학운영 거버넌스 개편 등을 제안했다.

양 교수는 우선,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특별법이 지역균형발전의 실질적 성과 도출을 할 수 있게 정책 방향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20여 년 전 수립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은 최근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이하 통합법률안)’으로 바뀌었지만 기본적으로 거의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쳐 통합법률안의 목적과 기본원칙을 새롭게 마련하는 등 특별법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역 균형발전을 일관성 있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가칭) 인구 및 지역발전 미래부(청)’처럼 전담 주무행정부처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대통령 직속으로 지방시대위원회가 있지만 전담기관이 없으면 정책의 계획, 실행, 점검 등이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랑스의 경우에는 지난 2020년 ANCT(National Agency for Territorial Cohesion)라는 국가지역통합청을 설립하고 범정부 차원의 지역균형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 재정투자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현재 OECD 주요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0.7%의 대학교육 재정투자 비중을 OECD 주요국 평균 수준으로 늘리고, 내국세의 20.79%를 차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학령인구 변화를 반영해 대학 교육 등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현재 교육부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와 글로컬대학 사업을 진행 중에 있지만 지방대학이 새로운 형태의 지역혁신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재정 지원이 실질적 성과로 연결되도록 특(특성화)‧구(구조조정)‧책(책무강화) 발전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방대학의 특성화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과감한 지방대학 구조조정과 함께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책무성도 강화하는 성과체제를 마련하자는 주장이다.

양 교수는 “지방대학 발전은 특성화, 구조조정, 책무강화 등 3박자가 잘 맞아떨어질 때 실질적 성과를 발휘할 수 있다”며 “지역인재 양성-취업 확대-정주여건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지방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재 4년 단임 형태의 대학 총장 거버넌스 구조도 개편할 것을 건의했다. 현재의 제도로는 중장기적 비전 제시와 지자체와의 지속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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