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정부서울청사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진행된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1주년 기념 특별 좌담회에서 이배용 국교위 위원장(왼쪽에서 네번째)이 현 사회와 교육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19일 정부서울청사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진행된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1주년 기념 특별 좌담회에서 이배용 국교위 위원장(왼쪽에서 네번째)이 현 사회와 교육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저출산 및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현상 등으로 인한 학교의 위기는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학생이 없어 문을 닫는 학교가 늘어나고, 학교가 사라진 지방은 소멸의 위기까지 봉착했다. 이에 더해 학교 현장에서 교권은 붕괴되고, 서열화와 줄세우기가 팽배한 상황이다.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이 서있는 교육 현장, 과연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이에 본지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와 출범 1주년을 맞아 ‘한국교육, 어디로 가야하나?’를 주제로 특별 좌담회를 3회에 걸쳐 진행한다. 좌담회를 통해 교육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각 분야 전문가 시각에서 살펴보고, 앞으로 교육이 나아가야 할 중장기적 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1회차 좌담회는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진행됐다. 이인원 본지 회장이 사회를 맡고 △이배용 국교위 위원장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 △정구현 제이캠퍼스 대표 △김도연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원장 △부구욱 영산대 총장이 참여했다. 전문가들이 짚은 현 사회와 교육의 문제와 교육 본질 회복에 대한 견해를 좌담회 형식으로 정리했다.

#.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 1주년을 맞았다. 소회를 전한다면.

이인원 본지 회장
과거에는 1000년 이상 걸려 변화되던 문화가 이제는 수십 년이면 바뀌고 있다. 마찬가지로 교육 역시 과거에는 사회를 선도하면 면이 있었으나 이제는 사회 쫓아가기에도 바쁜 그런 상황에 놓여있다. 다행히 역대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의 교육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해 국가교육위원회를 구성해 대처하고자 했으며, 이배용 위원장을 필두로 한 국교위는 지난 1년간 여러 가지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했다. 출범 1주년을 맞아 이배용 위원장님이 지난 한 해 동안 어떤 활동을 이어왔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지 등 소회를 간단하게 전해달라.

이배용 국교위 위원장
이배용 국교위 위원장

이배용 국교위 위원장
국가교육위원회는 지난해 9월 27일 새로 출범한, 대통령 소속의 행정위원회다. 상근직은 위원장인 저와 상임위원 2명, 비상임위원은 총 21명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들은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의 추천을 받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등 단위별로 파견된 분들이 있어 의견을 하나로 조율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기 모임을 갖고, 자문위원을 모셔 의견을 들으며 이견을 좁히려 노력했다.
현재 국교위에는 △국가교육과정 △중장기 국가교육발전 총 2개의 전문위원회와 교육의제 사전검토·자문을 수행하는 △대학입시제도 개편 △지방대학 발전 △전인교육 △직업·평생교육 △미래과학인재양성 △공교육 정상화 위한 교권회복 특별위원회 6개가 설치돼 있다.
전인교육 특위는 제가 위원장을 맡아 최근 이슈가 된 학교폭력 문제의 심각성과 학교교육의 신뢰 회복은 물론 문화·예술교육, 신체활동, 인문교육의 내실화, 학교교육과정 운영 등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위한 지원 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그간 논의된 사항들을 바탕으로 전인적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등 소관사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회 각계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수 있도록 국민 의견 수렴과 관련한 자문을 수행하기 위한 국민참여위원회도 발대했다. 일반국민 대상 누리집 공모와 시·도청 및 시·도교육청 추천을 통해 500명을 선정했으며, 위원들은 전국 권역별로 고등학생·대학생·청년과 학부모, 교원 등 다양한 교육 주체뿐만 아니라 일반국민과 경제·산업·문화·복지·과학기술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했다. 특히 일반국민 대상 누리집 공모는 총 300명 모집에 3000명이 넘게 지원해 교육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교육부는 현안이 많아 중장기적 미래를 생각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국교위는 10년 단위의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기관이다. 지속적으로 바뀌면서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고 있는 교육이 안정적이고 신뢰받을 수 있도록 미래교육의 바람직한 백년지대계를 세운다는 일념으로 준비하고 있다.

#. 어려워진 환경에서의 대학 교육과 AI 시대에서의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하나.

이인원 본지 회장
이인원 본지 회장

이인원 본지 회장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초·중·고뿐 아니라 대학 환경도 어려워지고 있다. 앞으로의 대학 교육은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

부구욱 영산대 총장
고령화는 의료 수준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진행된 사안이지만 저출산 문제는 다르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에 위기 요인으로 작용하고, 이를 통한 혁신 강요를 대학에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대학은 교육체제를 평생학습 체제 즉, 고령 및 중장년 인구도 대상으로 삼는 체제로 갈 수밖에 없게 됐다. 또한 유학생을 유치해 부족한 자리를 메꿔야 한다. 그러나 국가적으로는 긍정적 측면도 많다. 평생학습사회라는 이상이 구현되면 누구나 죽을 때까지 계속 배우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어려운 고등교육 환경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받아들임으로써 다문화, 국제화가 이뤄진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한민족 비전이 보다 확장될 수 있다고 본다.

이인원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사회로 전환되고 있는 시점에 교육에 대해서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AI 시대에서의 교육은 혁명이 아닌 교육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정구현 제이캠퍼스 대표
지난 80년 가까이 대한민국은 경이로운 수준으로 발전해왔는데,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 요인이 바로 인적 자본이다. 인적 자본은 양적 측면과 질적 측면으로 구분되는데, 인적 자원의 질적 확충에 교육이 기여한 공헌은 굉장하다. 대한민국은 인적 자본, 특히 질적 측면에서의 인적 자본에 의해 지금의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다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교육에 너무 많은 비용을 소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치열해진 경쟁 때문에 낙오되는 사람들이 자살을 하거나 패배감을 갖고 평생을 살아가고, 경제적 비용도 너무 많이 든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인공지능(AI), 신기술 등으로 인해 교육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걱정보다는 역기능이 많아진 교육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김도연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저 역시 대한민국이 독립하고 나서 기적같은 발전을 이루는 데 교육이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과거 교육은 상찬받아야 마땅한, 자랑스러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어느 날부터 교육이 우리의 미래를 발목잡는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국가를 성하게 한 것이 교육이었다면 쇠하게 하는 것도 교육일 것이라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이 부분을 절대 소홀히 들어서는 안된다. 문명의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는데 교육이 너무 과거에 머무르면 안된다. 교육이 여러 측면에서 많이 바뀌기는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과거 교육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과 인성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이인원
김병일 원장은 도산서원에서 500년 교육제도를 통해 교육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교육이 과거에 머물러 있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들의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
예전 교육과 지금 교육은 완전히 다르다. 예전 교육은 사람이 되는 교육인 ‘위기지학(爲己之學)’을 진행하고, 그 사람이 나아가 세상을 이롭게 하는 ‘위인지학(爲人之學)’을 하는 교육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에서 활동하고 활약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 교육으로 변했다.
또한 옛날에는 학생 스스로 주체적으로 학습 과정을 결정, 진행하던 교육이었으나 현재는 일률적인 대량교육 체제로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학습에 흥미를 잃거나 뒤쫓아가는 아이들이 생겨나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사교육이 성행하게 됐다. 사교육의 가치는 쉽게 느끼지만 공교육의 가치는 느낄 수 없게 된 것이다.
15년 전부터 제가 몸담고 있는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에 수련회를 온 학생들을 보면서 가장 놀란 것은 학생이 수업 중에 엎드려 자는 것이었다. 수업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관심있는 교육이 공교육에서 이뤄져야 하고, 그 바탕에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스승에 대한 존중이 교육 현장에서 없어졌기 때문에 지금의 교육 현장에 혼란이 온 것이라고 본다.

이배용
지금까지의 역사는 사람이 이끌어 왔고 앞으로도 사람이 이끌어 가야 하는데, 지금 사회는 사람을 구성하는 중요 덕목인 ‘인성’에 대한 관심이 너무 없다.
2006년부터 이화여대 총장을 지내면서 2008~2009년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 2009~2010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을 역임할 당시에도 다음과 같은 말을 강조해왔다. 대학 총장들로부터 대학에서 기업의 신뢰를 얻는 유능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인성교육을 바로 해야한다고 얘기해왔다. 당시에도 문제로 지적됐던 부분이 지금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학생의 문제라기보다 공동체에서 처음 접하는 것이 ‘경쟁’이라는 부분에서 문제를 야기한다고 본다. 아이들은 유치원을 가기 전까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다가 유치원에서 처음 공동체를 접하게 되는데, 이런 경쟁이 심화되다 보니 공교육보다는 효과가 빠른 사교육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의대반 교육을 받는 등 의대 쏠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인성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지도층, 국민, 학부모 등 사회가 함께 변해야 한다.
요즘 초·중·고 학생들이 정보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곳은 교육 현장이 아니다. 공교육은 학생과 선생님이 중심이 돼 선생님은 존경받고, 학생은 사랑받는 그런 관계가 원활하게 형성돼야 하는데, 다른 곳에서 배우다 보니 공교육이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교사의 직업에 대한 가치관의 영향도 있다. 예전에는 교사를 천직으로 생각했으나 실질적 대우가 점점 약해지니 의욕이 떨어질 수 있고, 학생들이 바라보는 교사의 권위도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학교라는 고귀한 영역은 지키고 교사는 노동자가 아닌 스승으로의 역할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학생은 학교에서 사랑받고 칭찬받는 존재가 돼야 한다. 사교육에서는 성적·순위를 따질 뿐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학교가 조금 더 따뜻한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국가에 대한 존경심도 필요하다. 애국심을 기본으로 부모에 대한 효도, 선생에 대한 존경도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

이인원
교육 현장에서 인성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부구욱
인성교육은 인성을 기르겠다는 목표를 갖고 어떻게 교육한다고 된다기보다 전인교육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전공교육으로 대변되는 지적교육 외의 것들이 같이 이뤄질 때 인성교육이 진정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교육 현장에서 전인교육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가치관을 심어주는 교육이 앞으로 점점 더 절실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 생산성 인구는 10%까지 줄어들 수 있으나 생산은 유지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그렇다면 부의 편중 현상이 일어날 것이고, 부의 분배를 통해 합리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부를 창출한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야 할 세상에 대한 가치를 갖는 것이 필수다. 학생들에게 이러한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점점 필요해지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체육교육도 강조돼야 한다. 그간 체육이 비교적 경시돼왔는데, 체육은 자기 몸을 관찰하고 마음을 보는 지혜에 이르는 길이다. 이것이 강조됨으로써 앞으로 인공지능이 풍미하게 되는 세상에서 인공지능을 극복하고 인류사회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도연
인성교육을 따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교육 자체가 인성을 기르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교육의 전부가 인성교육이라고 본다. 또한 인성교육은 학교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 전체의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부구욱 총장의 말씀처럼 인성을 키우는 구체적 방법으로 중·고등학교 단체스포츠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단체스포츠는 희생정신, 협력, 결과를 통한 정신적 강인함을 체득할 수 있는 인성교육 중 하나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체육, 단체스포츠 활동이 진척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구현 제이캠퍼스 대표
정구현 제이캠퍼스 대표

정구현
우리 사회가 짧은 시간에 후진국에서 선진국이 된 것은 위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계적 사회에서 자란 우리와 평등한 사회에서 자란 지금의 아이들은 가치관이 다르다. 그러므로 선생이 당연히 존경받는 존재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존경이 아닌 존중을 받아야 하는 시대다.
선생이 존중을 받으려면 제 역할을 잘 하면 된다. 잘 가르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선생이 학교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요즘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잠을 잔다고 한다. 선생이 있으나 마나 한 이런 상황에 어떻게 자긍심을 느낄 수 있겠나. 자긍심을 느끼지 못하는 선생을 어떻게 학생이 존중할 수 있나. 그래서 공교육을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교육이 주가 되고 공교육이 부가 된 상황을 뒤집어야 한다.
여기에서 인성문제는 또 다른 영역이다. 기업에서는 유능한 인재는 ‘KSA’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K’는 Knowledge(지식), ‘S’는 Skill(기술), ‘A’는 Attitude(태도)를 의미한다. 그 중에서 유능한 인재는 Attitude로 결정된다. 열정이 있는 사람이 리더가 돼야 하고, 열정은 일에 대한 사명감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저는 ‘M’, Mission(임무)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질적으로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은 Attitude와 Mission이다. 그러나 입시에서는 Knowledge와 Skill만 가르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사회에 필요로 하는 일꾼을 사명감을 가지고 자기가 사회에서 유익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으로 어떻게 길러내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신념은 저절로 가져지는 것이 아니다 갖도록 해야한다. 이것을 교육을 통해 해야 하고, 그것이 인성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 심각한 교권 추락. 원인과 해결책은?

이인원
이전에도 학부모 극성 민원 문제는 있었지만, 최근 들어 교권 추락 문제가 심각해졌다.

김병일
교육에서 불거지긴 했지만 교육뿐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에 당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중소기업에선 신입 사원을 뽑을 때 기술, 능력보다 인성 좋은 사람을 뽑는다고 한다. 지식과 기술은 가르칠 수 있지만 인간성은 쉽게 고칠 수 없기 때문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이 있다. 가정에서 인성이 자라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자란 아이들이 부모로 성장해 또 자녀들을 가르친다. 우리는 지금까지 ‘엄마’ ‘아빠’ 교육을 놓쳤다. 아무도 이에 대해 얘기한 사람이 없었다.
이전엔 교사에 대한 존경심이 높아 ‘선생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라는 말도 했었다. 학교는 좋은 직장이란 인식이 생겼고, 10년 전까지 교대는 최고 인기를 누렸다. 교육에 대한 사명감을 가진 교사보다 스스로 엘리트라고 인식하는 이들이 학교에 오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학교 현장에선 점차 사랑, 존중 등이 자연히 사라지게 됐다. 게다가 사교육이 성행하면서 공교육이 설 자리는 더욱 없어졌다.
여기에 대한 해답은 어른들이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에서 특성화고 아이들을 채용할 때, 인성 좋은 사원을 뽑기 위해 수련원에 아이들을 보낸다. 그런데 똑똑하고 잘난 아이들보다는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이 주로 온다. 이런 아이들은 자포자기한 경우가 많아 교육이 어려워 교장 출신인 수련원 사람들은 난감해한다. 2~3일 동안 사람을 변하도록 만드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60세가 넘어 교육을 처음 접한 제 입장에서 교육은 사랑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수련원 사람들에게 학생을 사랑으로 대할 것을 강조한다. 그래야 ‘라포(rapport)’를 형성할 수 있다. 학생들은 수련원을 나갈 때 ‘아버지 같은 사람을 만났다’는 소감을 말하고, 포옹하기도 한다. 불과 며칠 만에 변화하는 것이다. 어른의 변화와 실천이 아이들을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이인원
고임금, 장기적 전망 등으로 의대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선진국의 공통적 현상인가, 한국만의 현상인가.

정구현
이전엔 좋은 대학을 나와 일류기업에 취업해 임원까지 승진하는 것이 일반적인 ‘출세’의 모델이었다. 하지만 1997년 IMF 이후, 이런 모델이 사라졌고 21세기 들어 가치관의 변화가 시작됐다. 나이 들어서까지 오래 일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해졌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 자격을 갖춘 직업들이 사회적으로 각광 받기 시작한 것이다. 교육 역시 이런 ‘자격증 시대’로 변했다. 안정적 생활, 물질적 수준을 영위하는 데 사회가 쏠렸다. 가치관 변화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본다.
다만 이 문제는 우리 사회 변화의 일부인 만큼 교육 이야기를 할 때 단순히 ‘교육’만 생각해선 안 된다. 겨우 아이 하나 낳아서 키우는 시대다. 아이 한 명에 부모가 올인하기 때문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때문에 교육위에서 연구해야 할 것은 우리 사회의 가족이 지난 50년 동안 어떻게 변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결국 저출생 문제다. 지금 한국은 지속가능한 사회가 아니다. 지속이 불가능하게 된 근본 문제가 무엇인지, 이를 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김도연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원장
김도연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원장

김도연
교육이 해결하지 못한다면 못하는 일이다. 교육은 미래이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을 기르는 것이 교육이다. 그러니 이 문제를 교육에서 풀 수 있도록 방안을 찾아야 한다.
결국 이 모든 건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에서부터 경쟁이 시작된다. 경쟁이 없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경쟁이 있어야만 발전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보다 합리적 경쟁으로 변화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평가’는 중요한 요소인데, 우리는 시험에 의해 평가를 받는다. 그 시험의 최상위에 수능이 있다. 초·중·고 12년의 모든 시험이 수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오지선다형 문제를 잘 풀어내는 순으로 줄 세워 등수를 매긴다. 이같은 획일적인 평가 방법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

이인원
대학의 자율성과도 연관이 있다. 각 대학 특성에 맞게 학생을 선발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닐까.

부구욱
역대 정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등록금 책정부터 교육까지 전부 마찬가지다. 현 입시제도는 지금까지 배우고 익힌 걸 평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평가 방법 역시 시대 변화에 발맞출 필요가 있다.
학습은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지의 문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말까지 나올 만큼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앞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방법 역시 역량과 인성을 봐야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과거 습득한 지식으로 입사시험을 보는 회사는 인공지능에 의해 사라질 것으로 본다. 때문에 젊은 세대는 단순 지식보다 사업화, 창업 역량을 갖춰야 미래 사회를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고도화로 인공지능이 사람을 지배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지혜교육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에 접근하는 사람은 제대로 된 인성을 갖춰야 한다. 능력이 있고 똑똑해도 인공지능의 위력을 통해 사회에 해악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인원
다양한 교육, 평가를 위해 대학의 자율성, 창의성 등을 강조하고 있다. 국교위에서도 논의되고 있나.

이배용
대학 입시 제도 개편 특위, 지방대학 발전 특위 등에서 현재 논의 중이다. 대학의 자율성은 어떤 식으로든 확보해야 한다. 예전엔 개별 대학이 학생을 뽑았지만 지금은 획일적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대학의 신뢰성만 확보된다면 대학에 기준에 맞춰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현 대학 입시제도는 사교육을 야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입시제도 전면 재검토 등 좋은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에서 평가를 아예 없앨 순 없지만 오지선다형 문제는 바꿔야 한다고 본다. 논술·서술형도 필요한 때이나 결국 누가 공정하게 채점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 형성이 되어야 한다. 하나의 목표만 갖고 가니까 지식도 다양하게 쌓기 어렵다. 평가 방식이 바뀌면 학교 교육도 더 토론식으로 이뤄지고 생각과 가치관, 다양한 지식 등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이인원
교육 제도가 발전하고, 규제도 이뤄지다 보니 획일적으로 변한 것 같다. 더 자율적 방향으로 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정구현
우리나라 대학은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15년간 등록금이 동결됐는데 세계 100대 대학에 5개 대학이 선정됐다. 대학은 우리나라의 희망이다. 그런데 현 제도는 대학의 손발을 묶은 꼴이다. 족쇄를 풀고 자율화 길을 열어 대학은 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교육 자율화, 입학(입시) 자율화, 수능 자격시험 전환 등이 필요하다.

이배용
대학 입시는 4년 예고제다. 2028년에 시행하려면 학습 방법, 교육 내용 등 모든 게 바뀌기 때문에 4년 전 미리 예고해야 한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2028년 대입과 관련한 문제는 당장 해결할 수 없지만 국교위는 앞으로의 방향 설정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들어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 한다.

부구욱 영산대 총장
부구욱 영산대 총장

부구욱
이제 사실상 국가가 고등교육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럽 국가들은 아예 정부가 대학에 투자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동북아는 그런 여력이 되지 않아 사학이 됐다. 개인이 국가의 역할을 어느 정도 대신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립대학이 80%, 나머지 20%가 국립대학이다. 문제는 분명히 있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건 국립대, 사립대의 미션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다. 국립대 등록금은 사립대의 반값이다. 국립대가 사립대와 같이 경쟁하는 건 불공정하다.
우리나라의 기본 원리 중 하나는 ‘경쟁을 통한 발전’이다. 이같은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대신 국립대는 기초 연구, 국가 차원의 중장기 연구 등에 치중하도록 하고, 사립대는 사회의 현실적 문제를 보다 잘 다룰 수 있도록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사립대에 대한 관점도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 사립대는 사기업이라 볼 수 있는 요소가 없다. 국가 고등교육을 현실적으로 담당하고 있으며, 법도 국립대와 똑같이 적용 받는다. 감사원 감사 등 견제 장치도 잘 이뤄지고 있음에도 사립대를 이익 단체로 취급하며 국립대와 차별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규제가 많다.

이인원
오늘 토론을 통해 국교위의 여러 과제가 나왔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갈 생각인가.

이배용
현재 국교위는 다양한 논제를 갖고, 공통분모를 모으면서 비전 등을 설정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의견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 방향을 잡는다는 것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다만 모두 사회의 어른이고, 지도자인 동시에 가정에서는 학부형인 만큼, 우리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앞으로의 세대를 위한 교육을 펼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젊은 세대가 희망을 갖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휴머니즘의 교육 방향으로 나아가겠다. 동시에 인공지능 시대에 인성 교육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

#. 개인주의 문제를 어떻게 교육으로 풀 수 있을까.

이인원
이시대의 사회 철학은 무엇이라고 보나.

정구현
우리나라 교육의 최대 과제는 과도한 경쟁을 해결하는 데 있다. 인재를 키우는 과정에서 80%까지만 해도 충분한 것을 150%를 해내야 한다. 이는 결국 저출생 문제로 이어진다. 과도한 경쟁 속에서 개개인이 불행을 겪고, 내 자식을 낳아 키울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다. 개인, 나아가 가정이 잘 살기 위해선 ‘커뮤니티’ ‘공동체 정신’이 더 필요하다. 거시적 차원에서 교육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첫째로 자기주도형 학습, 둘째로 개인맞춤형 학습이다. 여기서 인공지능이 교육 사회에 주는 시사점은 굉장히 크다. 개인맞춤형 학습의 실현 및 보급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교사, 교수의 변화도 필수적이다. 현재 ‘티처’ 역할에 머물러 있는 것에서 벗어나 ‘퍼실리테이터’로 바뀌어야 한다. 이는 교육부의 과제다. 현재 전국의 교사 50만 명(중고교 교사 25만 명, 유초등 교사 25만 명)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이끌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이인원
30~40년 전 당시에도 선진국이었던 프랑스는 인구 30% 이상 가족과 서로 연락을 안 한다는 통계가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1인 가구’ 등의 개념도 없었지만, 선진국이 되면 가정·가족이 파괴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당시 생각한 문제가 현재 우리 사회에 당면해 있다. 개인화 문제를 교육으로 어떻게 풀 수 있을까.

김병일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의 변화가 필요하다. 가정, 학교 등에서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도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는 우리가 ‘지도’하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도산서원) 수련회에 오는 아이들은 역사에 취미를 가져서가 아니라 학교에서 보내기 때문에 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말을 해도 듣지 않고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로 여긴다. 가르치기보다는 아이들과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대화를 통해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다. 6070세대는 비록 인공지능 등에 익숙하지 않아도 세상의 진리, 이치 등을 갖고 있다. 이들이 먼저 1020세대의 고민을 헤아리고 나눠야 하지 않을까.

정구현
오늘 좌담을 통해 ‘전통적 가치’가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우리에게는 자랑스러운 헤리티지가 있다. 첨단 기술, 4차 산업혁명 등도 중요하지만 우리만의 가치를 잘 보존해 미래에까지 보존해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사회를 만들 있을 것이다.

이배용
그것이 제가 우리의 헤리티지를 세계적 유산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지금까지 전통적 가치가 남아 있는 건 분명 창의성과 상상력, 배워야 할 교훈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자연을 잃어버린 것 같다. 휴머니즘은 자연의 순리에서 나오는 것이다. 우리의 좋은 자원과 가치를 통해 변화하고, 선순환의 길을 찾는 것이 현재 필요한 교육이라고 본다.

부구욱
이미 30~40년 전 프랑스인 30%가 가족과 단절돼 있었다는 것은 충격적 이야기다. GDP도 높고 부강한 국가지만 선진적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통적 가치는 곧 인류 보편적 가치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회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결국 교육이다. 후세대를 가르칠 때, 목표는 결국 인간의 성장과 행복으로 삼아야 한다. 지식과 역량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성장과 행복이다. 그래야 이같은 사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김도연
세상 만물 가운데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인간뿐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국가가 미래를 대비하고 준비할 수 있는 건 교육이다. 우리나라 역시 지금까지 교육에 열을 올려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남에게 뒤처지지 말라’는 것이었다. 때문에 굉장히 경쟁적 사회가 됐고, 그것이 우리 사회의 한계점이 됐다.
우리나라 엄마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때 ‘친구에게 지지 말라’고 얘기한다. 중국에선 ‘다른 애들에게 속지 말라’고 가르친다. 일본은 ‘폐를 끼치지 말라’고 말한다.
어느 정도 경쟁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의미 있는 경쟁을 위해선 결국 학교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교육의 본질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또한 개개인이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만드는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서 앞으로 가르치는 부분은 인공지능이 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가르치는 것을 넘어 ‘기르는 일’은 교사만이 할 수 있다. 때문에 교사가 제자에게 지닌 사랑 등의 가치는 오히려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다.

김병일
앞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선 교육 주체 간 배려와 존중이 필요하다. 학생은 교사를, 교사는 학생을 사랑해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집에 가면 가족에게 학교, 교사를 자랑하는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고, 학부모가 교사를 보는 시선 역시 변화할 것이다. 교육 당사자 간의 배려는 결국 ‘자신’을 위한 일이다. 때문에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교육이 이뤄지길 희망한다.

이배용
교육은 미래 세대를 키우는 일이다. 젊은 세대의 고민을 경청하고 소통함으로써 이들이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교육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는 자긍심을 키워주지 않은 것이 그간 소홀했던 부분이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지식, 경쟁, 성과 등만 강조했다고 본다. 앞으로 우리 스스로가 이 나라를 이끄는 주인이라는 주인의식, 실력을 쌓는 전문성, 자부심 등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소외된 학생들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다.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그들을 어떻게 일으켜 줄 것인지 모색해야 한다. 함께 가는 사회를 만드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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