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이 창간 3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1988년 10월 ‘대학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출발한 이래 고등교육정책 정론지로서의 외길을 묵묵히 걸어왔습니다. 강산이 3번 반 바뀌는 동안 우리나라 고등교육 지형도 많이 변했습니다.

교육 패러다임 대전환기에 접어든 오늘날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또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창간 35주년을 맞이한 시점에서 교육혁신과 교육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자 합니다. 본지는 ‘대학 교육혁신’ 기사를 많이 다뤄 왔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떤 혁신이 ‘정도(正道)’인가 하는 데 있어서는 의문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교육의 본질을 중심에 놓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시점에서 ‘본질’보다는 ‘혁신’의 모양과 속도에 치중하는 현 상황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교육혁신은 추진하되 교육의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학습, 지식 전달, 문제해결, 창의력, 인성 양성 등의 목적을 갖는 활동입니다. 교육의 근본적인 목표는 학생들의 성장과 사회 발전을 돕는 데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변해도 교육의 본질은 변할 수 없는 것입니다.

교육혁신은 현재의 교육 체계가 새로운 도전과 기회에 적응하도록 돕는 핵심 요소입니다. 사회, 경제, 기술, 문화의 변화에 맞춰 교육이 변하지 않으면, 교육은 낡고 효과적이지 못한 상태로 남게 됩니다. 교육혁신은 기술, 교육 방법, 학습 환경의 개선 등을 통해 교육의 효율성과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미래를 준비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교육혁신을 많이 보게 됩니다. 혁신 성과를 내세우며 궁극적으로 지켜야 할 교육의 본질을 가볍게 여기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본질을 간과한 혁신이 성공할 수 없다는 간단한 상식도 무시되는 현실입니다.

대학이나 각급 학교에서 추진하는 교육혁신이 성공하려면 교육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혁신을 추진해야 합니다. 학생들의 학습과 성장을 최우선 고려해야 하며, 기술이나 새로운 교육 방법은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돼야 합니다. 교육혁신 과정에 도입되는 기술은 교육의 본질을 강화하고 발전시키는 중요한 수단으로 작용할 뿐입니다.

교육 패러다임 대전환기입니다. 모든 기관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변화를 추구합니다. 대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통적 대학 시스템을 벗어 던지고 새로운 변신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초래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 예로 교육의 본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과도한 디지털화’ 현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 교육혁신’은 ICT 기술 발전을 활용해 교육 시스템을 개선하고 학습 경험을 혁신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온라인 학습 플랫폼, 개별 맞춤형 학습, 빅데이터 분석활용, AI와 자동화 등을 통해 학생들은 학습 경험을 개선하고 학생들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교사들에게도 새로운 도구와 리소스를 제공해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디지털 교육혁신은 교육 분야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족한 점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적 상호작용이 부족할 수 있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교육의 본질 중 하나인 학생들의 사회적·감정적 스킬이 퇴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점증하고 있습니다.

또 디지털 교육에서는 정보의 소비와 퀴즈 풀이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어, 학생들이 단순히 정보를 기억하고 반복하는 메커니컬한 학습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교육의 본질을 이해하고 창의적, 비판적 사고 능력을 개발하는 데 부합하지 않습니다. 이 밖에도 디지털 소외, 사생활 침해, 건강, 사이버 안전, 평가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고 디지털 교육혁신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디지털 교육혁신을 교육의 본질과 어울리도록 설계하고 구현해야 하며,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학생들이 보다 풍부한 학습 경험을 얻을 수 있도록 조화롭게 통합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국대학신문도 ‘교육의 본질’에 입각한 ‘교육혁신’이 추진될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독자 제현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호응 기다리겠습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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