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한 교수(계명대 광고홍보학전공)

류진한 교수(계명대 광고홍보학전공)
류진한 교수(계명대 광고홍보학전공)

1920년대 미국 시카고의 웨스턴 전기회사 ‘호손 웍스(Hawthorne Works)’에서 공장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생산성 실험이 시행됐다. 실험의 목적은 공장의 실내 조도(照度)에 따른 노동자들의 생산성 변화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공장의 조도와 무관하게 생산량이 증가했고, 실험이 종료된 이후부터 생산량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결과를 보인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실험이 시행되는 동안 공장의 근로자들은 자신이 관찰대상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됐고, 관찰과 관심에 대한 부담이 근로 환경이나 조건에 상관없이 업무능률을 향상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즉, 실험의 대상자들이 연구자(관찰자)의 개입을 인지하게 되면 자신의 태도나 행동에 긍정적 노력을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게 된다는 이론으로 연구자들은 이를 ‘호손 효과(Hawthorne Effect)’라고 부른다. 

아이디어 발상의 다양한 방법 가운데 ‘관찰하기(observation)’가 있다. 그리고 관찰의 방법은 크게 ‘몰래 관찰(fly on the wall observation)’과 ‘동행 관찰(shadowing)’과 ‘참여 관찰(participant observation)’로 나뉜다. ‘호손 효과’는 ‘몰래 관찰’의 방법 가운데 ‘보이는 아웃사이더(recognized outsiders) 관찰’에 속하는 관찰법으로, ‘호손 효과’ 이론의 핵심은 관찰자가 아무리 자연스럽게 행동한다 하더라도 관찰대상이 자신이 관찰대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태도나 행동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연구의 한계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호손 효과’의 한계를 대학의 교수와 학생의 관계에서 긍정적으로 적용해 보면 어떨까? 즉, ‘관찰의 한계’를 설명하던 그 시대의 이론을 ‘관찰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이 시대의 이론으로 재활용하고자 하는 창의적 시도다. 

필자의 연구실에는 비교적 많은 학생이 사전 신청을 하고 면담 방문을 한다. 2023년 들어 10월까지 필자의 연구실을 노크한 학생은 158명이다. 전공 학생들은 물론 수업수강 학생, 동아리 지도 학생, 타전공 학생 가운데 광고나 PR 분야로 진출을 희망하는 학생, 심지어 지역 소재의 다른 대학 재학생들도 종종 용기를 내어 연구실을 찾아주기도 한다. 물론 일정이 허락하는 한 대부분 면담에 흔쾌하게 응한다. 사실 교수에게 면담은 그다지 중요하거나 필요한 업무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본인이 매주 실시하는 수업 이외 시간을 학생 개개인에게 할애해야 하고, 본인의 연구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이다. 물론, 취업이라는 역할에 다소 연관이 되긴 하지만 이 역시도 굳이 학생들의 면면을 살펴 가면서까지 취업에 도움을 주는 교수는 흔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학생들의 면담은 교수들에게서 상당히 많은 양의 시간을 빼앗아간다. 필자 같은 경우는 진로 상담이나 동아리 지도, 공모전 지도, 학교생활 및 인생 상담 등의 필요로 연구실을 찾는데, 대부분 면담을 신청하는 학생에게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한다. 그러니 수업이 한 두 개 있고 면담으로 연구실을 찾는 학생이 두세 팀 있는 날이면 육체적·정신적 피로도가 상당히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와 학생에게 면담은 왜 중요한가?

일단, 대학은 전공지식 못지않게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개인의 가치관을 세우고, 인생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는 교육의 과정이 돼야 하는데, 강의실 수업만으로는 이를 실현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의실 수업이 말 그대로 ‘정규수업’이라면, 면담은 어쩌면 진로나 인생에 대한 ‘1:1 개인과외’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스스로 면담을 신청하고 교수 연구실을 찾는 학생은 자기주도적으로 대학 생활을 하는 학생이다.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는 교수 입장에서도 수업에 두각을 나타내거나 면담 등을 통해 연구실에서 자주 만나는 학생들을 자의든 타의든 더 많은 관심을 두고 관찰하게 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면으로 보면 관심(interest)과 관찰(observation)은 교육과정에서 강한 인과관계가 있는 키워드다. 

‘호손 효과’는 교수와 학생에게 어떤 긍정적 효과로 나타날까?

우선, 교수는 관심을 가지고 학생을 관찰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애정의 깊이를 더 할 수 있다. 학생을 대하는 필자만의 가장 큰 무기는 ‘격려’와 ‘칭찬’이다. 단언컨대, 지금까지 교수 생활을 하면서 단 한 명의 학생에게도 화내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칭찬’은 교수가 학생에게 주는 상의 의미도 있지만 교수에게는 학생의 긍정적 면을 보다 적극적으로 관찰하고, 학생의 가능성을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교수가 해야 하는 일은 잘하는 학생은 잘하는 학생대로, 조금 부족한 학생은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발전하기 위해 본인 스스로 노력하게 만드는 일이지, 단순히 지식과 정답을 떠먹이는 일에 그쳐선 안 된다. 이런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칭찬’만한 것이 없다. 덕분에 ‘한 번도 연구실을 다녀가지 않은 학생’은 있어도 ‘한 번만 다녀간 학생’은 없다. 칭찬은 칭찬받는 고래를 춤추게 할 뿐 아니라, 칭찬하는 고래도 춤추게 한다. 

교수의 관심과 관찰은 학생에게 긍정적이고 강한 동기부여(motivation)를 선물한다. 물론 대학이 아니라 어떤 조직이라 하더라도 본인의 업무에 누군가 관심이 있다는 것을 인지할 때 우리는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 가장 어려운 조직 생활은 본인이 속한 조직에서 본인의 역할이나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거나, 조직에서 본인이 인정받거나 칭찬받고 싶은 인물이 없을 때다. 그리고 ‘채찍을 든 관심’보다 ‘당근을 든 관심’이 인재 양성에는 훨씬 긍정적이고 큰 효과를 발휘한다. 교수가 당근을 들고 학생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노출하라. 

상황은 좀 다르지만 우리의 생활 속에서 ‘호손 효과’와 같은 ‘보이는 아웃사이더 관찰’을 활용하는 매우 적절한 사례로 전방에 과속 단속 카메라가 설치돼 있음을 미리 공지하는 표지판 설치를 꼽을 수 있다. 이같은 경우 사전에 속도를 줄이고 사고를 예방하게 하거나, 사전에 음주 단속을 예고해 음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 관찰의 목적이 ‘불법의 단속’이 아니라 ‘사고의 예방’이다. 관찰은 관찰의 목적이 명확할 때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교육의 목적이 지적이나 꾸지람이 아니라, 자기주도적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힘을 길러주는 데 있다면, 호손효과가 가지고 있는 ‘관찰의 한계’를 ‘관심의 역할’로 긍정적으로 재활용하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가 어떤 대상이나 현상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는 것은 그 대상에 대해 애정을 갖기 시작했다는 말과 동일하다. 그리고 그런 애정이 담긴 관찰은 평소에 보이지 않았던 대상에 대한 새로운 장점들을 보게 하는 통찰을 준다. 이것은 시나 문학의 발상에서 이야기하는 ‘관찰의 힘’이기도 하다. 오늘부터 교수 주변의 학생들을 관심을 가지고 관찰해보자. 그러다 보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았던 학생들의 새로운 장점과 가능성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1920년대의 ‘호손효과’가 2023년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고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일에 긍정적이고 창의적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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