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대 신설에 대한 정부 의지 빈약…지역 관계자들, 의대 신설 촉구
창원, 전남, 충남, 광주 등 의대 설립 위한 정부 협조 등 요청
포스텍·카이스트 의대 설립해 의사과학자 육성 목소리도 나와
복지부-의협, 의료현안협의체 개최…양측 이견 여전

기존 의대정원 확대 방침에는 적극적인 정부가 지역의대 신설에 대해서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지자체 및 해당 지자체 의원, 시민단체 등이 기자회견, 공동 건의문 등을 발표하며 의대 신설을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사진=임지연 기자)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보건복지부는 10월 26일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 이행을 위한 추진계획’을 발표,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대학별 수요조사가 진행 중이며, 의료현안협의체에서는 필수의료로 인력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 선결조건 마련에 더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의대정원 확대 방침에는 적극적인 정부가 지역의대 신설에 대한 움직임은 더디게 보인다. 이에 지자체 및 해당 지자체 의원, 시민단체 등은 기자회견, 공동 건의문 등을 발표하며 의대 신설을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 창원지역 국회의원들, 경남 창원지역 의과대학 신설 촉구 = 김영선, 강기윤, 윤한홍, 이달곤, 최형두 등 창원지역 국회의원들은 1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경남 창원지역 의과대학 신설을 촉구하는 공동 건의문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공동 건의문의 골자는 104만 창원시민과 330만 경남도민의 건강권 수호를 위해 정원 100명의 창원 의과대학을 신설해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고 필수의료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원시는 비수도권 인구 100만 대도시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다. 이에 3월부터 의대 유치 범시민추진위원회를 운영하고, 100만 시민 서명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창원 의과대학 신설을 위해 경상남도와도 협력하고 있으며, 경제계·종교계 등 시민 각계각층도 노력하고 있다.

창원지역 국회의원 5인은 “104만 창원시민과 330만 경남도민의 생명권과 건강권 수호를 위해 의과대학 정원 증원 계획에 창원 의과대학 신설이 반드시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 전남·충남, ‘의대 신설’ 위한 정부 및 중앙당 협조 요청 = 김화진 국민의힘 전남도당위원장도 2일 국회 본관에서 진행된 김기현 당 대표 주재 원외당협위원장 간담회에 참석해 전남의 숙원사업인 국립의대 신설이 정부 의대 정원 확대 기조에 발맞춰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정부 및 중앙당의 의지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해줄 것을 건의했다.

김화진 위원장은 “전남은 전국 17개 시·도중 유일하게 의대가 없다. 응급사고 발생 시 골든타임을 놓치는 등 원활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지역 이기주의적 정치 행보로 주민을 선동하기보다는 합리적 타협으로 조속한 유치지역 선정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주대도 충남 서부지역 의료 여건 개선을 위해 공주대 예산캠퍼스 의대 신설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충남은 2023년 8월 기준 국민 1000명당 의사 수가 1.51명으로 전국 평균인 2.6명이나 OECD 평균인 3.7명보다 턱없이 낮다. 의료서비스도 심각하다. 2021년 기준 중증응급환자 지역 내 의료 이용률은 세종, 전남, 충남 순으로 최하위권에 물고 있다.

공주대는 10월 30일 대학본부 국제회의실에서 의과대학 설립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국립공주대 의과대학 설립 촉구 성명문을 발표했다. 6일에는 비전 선포식에서 대학의 발전 방향과 실행계획을 대내·외에 알릴 계획이다.

최재구 예산군수도 1일 국회를 방문해 홍문표 국회의원에게 군정 주요 현안사업의 협조를 당부하면서 공주대 산업과학대학 내 의과대학 설립을 건의했다.

■ 광주지역 시민단체, 광주의료원 설립 타당성 재조사 미반영한 기재부·정부 규탄 = 광주지역 시민단체는 2일 굉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의료원 설립에 대한 타당성 재조사를 미반영한 기획재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규탄했다.

올바른 광주의료원 설립 시민운동본부는 “10월 31일 열린 기재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광주의료원 설립사업 타당성재조사’가 미반영돼 광주의료원 설립 추진이 무산됐다”며 “당위성과 공익성을 무시한 채 경제성만을 따진 타당성 재조사 결과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단체는 “최근 정부는 필수의료와 지방의료 붕괴 해소 대책이라며 의대 정원 확대, 지방 국립대병원 강화 등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정작 실질적 대책이라 할 수 있는 지역 거점 공공의료기관 설립을 무산시켰다”며 “기재부는 광주의료원 설립 타당성 재조사 결과를 즉각 철회하고 경제성만을 계산하는 평가기준을 바꿔야 한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공공의료 확대를 위해 광주의료원 설립을 즉각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의사과학자 육성 위해 연구중심의대 반드시 설립해야”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은 10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을 주도할 전문 인력인 의사과학자 육성을 위해 포스텍‧카이스트 연구중심의대를 반드시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병욱 의원은 질의에서 “지금까지 기존 의대를 중심으로 의사과학자를 육성하자고 해서 의대를 의전원으로 전환했지만 안 돼서 다시 의대로 복귀를 했고, 잘 안 됐다”며 “그런데도 다시 기존 의대와 대학병원에서 의사과학자 육성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만 한다면 이는 과거의 시행착오를 답습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기존 의대만 정원을 늘려주는 것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또 김 의원은 “최고의 효율성은 경쟁”이라며 “기존의 의사 양성체계를 벗어난 공과대학 중심의 새로운 의사과학자 양성체계를 도입해 서로가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질의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적하신 부분 충분히 공감한다”며 “의사과학자를 키워 국가 경쟁력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관계부처와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 복지부-의협, 의료현안협의체 개최…의과대학 정원 확대 논의 = 한편 2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서울 중구 소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제16차 의료현안협의체를 개최하고,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위해 논의를 펼쳤다. 하지만 양측의 이견은 여전했다.

정부는 2025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늘어난 의대정원을 반영하되, 그 증원 폭은 의·정 협의체는 물론 환자·소비자 단체 및 전문가 등 다양한 사회계층이 참여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의협은 의료 분야 특수성을 고려할 때 당사자이자 전문가인 의료계와의 협의가 최우선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광래 인천광역시의사회장은 모두발언에서 “의대를 지망하는 수험생과 학부모, 학원, 거주지역에 의대 설립을 원하는 사람 등 많은 국민들이 각자의 이익에 따라 의대정원 증원을 외치고 있다”며 “이런 환경에서 모인 여론에 따라 의대 증원과 의과대학 설립을 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또한 “한국의 의사와 환자 간 평균 거리는 0.86㎞로 의료접근성은 세계 최고”라며 “소아청소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의 문제가 의대 정원(확대)의 근거가 되나. 오직 ‘과학적 근거’에 따라 의대 정원을 책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필수의료 인력의 이탈 및 수도권 쏠림의 근본적 원인을 다방면으로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정부와 의협은 의료인들이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기피하게 된 원인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10년 후 대한민국 의료가 국민의 건강수호자 역할을 충실히 담당할 수 있도록 체계적 로드맵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그는 “의·정 협의체 논의와 함께 의료계 각계각층의 의견도 성실하게 듣고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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