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란 서울디지털대 교수

정영란 서울디지털대 교수
정영란 서울디지털대 교수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교육계 여러 곳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감지됐다. 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로는 사회적 교류를 통한 협력의 결핍을 들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인위적으로 사회적 관계를 최소화하는 과정에서 타인과 협력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맺는 경험을 갖지 못해 자신만의 작은 세계에서 살아가려는 경향을 보이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사회적 고립 경험이 유아기 아동들의 언어·사회성 발달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 청소년기에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 확립이나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 협력적 관계 형성과 같은 사회구성원으로서 갖춰야 할 사회적 기술(Social skill)의 부족 문제를 예견하고 있다.

성인으로서 대학 생활을 시작하거나 사회인으로서 직업 세계에 새롭게 들어간다는 것은 새로운 사람들과 많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새롭고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영감을 얻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인생 목표와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을, 이미 그 시절을 경험한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아니더라도 협력 결핍 문제는 여러 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기업 조직에서 ‘MZ세대’와 ‘라떼세대’의 문명 충돌은 서로를 이해하는 방향이 아닌 비난하거나 회피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작은 갈등도 피하는 회피 전략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학부모와 교사의 갈등 문제가 대두되는 가운데 학부모와의 상담도 회피하고 제한하는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다. 도처에서 들리는 이야기는 대화의 단절과 사회적 협력 결핍으로 가득한 ‘답답한 고구마 전개’를 보인다.

2023년을 보내는 시점에 우리 사회의 변화 방향을 설명하는 몇 가지 키워드 중 눈에 띄는 것이 송길영 작가의 ≪시대예보≫에서 언급한 ‘핵개인화’다. 그는 조직, 가족과 같은 전통적인 통제적 환경에서 벗어나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주체성을 갖고 살아가는 삶을 ‘핵개인’으로 지칭한다. 단어가 주는 뉘앙스는 얼핏 축소지향형의 작은 개인의 삶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오히려 ‘핵개인’은 주체성을 기반으로 AI와 협력을 통해 개인 수행 역량을 확장한다. 나아가 다양한 협력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사회적 역량을 강화하는 모습을 지향하고 있다.

한편 김난도 교수 등이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 제시한 키워드 중 ‘스핀오프’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경제용어로서의 스핀오프는 주된 결과에서 파생된 부산물을 의미한다. 사내벤처 등을 통해 사업화 아이템을 개발해 본사에서 독립된 기업을 설립하는 것을 뜻한다. 스핀오프는 조직 차원에서 신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해 조직 생존력을 높인다. 아울러 능력 있는 조직 구성원들이 모기업과의 파트너쉽 속에서 창업을 통한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어 MZ세대들이 열정을 갖고 참여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네이버는 삼성 SDS의 사내벤처로 출발했다. 당근마켓도 카카오 개발자들이 모여 만든 프로젝트였다. 최근 방송가에서도 기존의 성공한 프로그램과 유사한 구성인 스핀오프 프로그램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두 키워드가 시사하는 점은 단단한 주체성을 가진 적극적 개인들이 다양한 협력네트워크 속에서 역동적 도전을 통해 성장하고 삶의 목표를 이루는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모습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사회적 협력의 결핍을 경험하고 있는 학교와 대학에서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 무엇에 집중해야 할 것인지는 분명하다. 교육의 소명은 사회구성원으로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성공적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다양한 협력의 긍정적 경험을 가질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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